257호 내 인생의 멘토
--10년 근속 표창을 받으신 이혜자 선생님을 모시고 후배들과
맨 왼쪽 실내화 신고있는 여학생이 고2 때 향기
이혜자 선생님은 중2 때 국어 선생님이셨다.
선생님은 국어 시간에 쓴 내 글을 학교신문과 교지에 발표 하셨다.
딴살림을 하는 아버지 때문에 허기지고 서러운 나를 보듬어 안아주셨다.
내가 계속 책 읽고 작문을 할 수있도록 격려하고 다독여 주신 분.
내가 고등학교 졸업하던 이듬 해 선생님은 돌연 캐나다로 이민을 가셨다.
엄마가 된 향에게
억센 잡풀 속에서 세찬 눈보라를 견디고 올라서서 한 송이 꽃을 피운
너의 진실한 인생에 박수를 보낸다.
서정주의 시를 연상하면서 너의 인간상을 놀라운 눈으로 바라 본다.
자상하고 훌륭한 엄마로만 만족하지 말고 재능을 살려
그 깊고 맑은 정서를 다져 열심히 뻗어나가기를 바란다.
뼈와 살을 깍는 아픔과 노력이 있은 후라야 정상을 점령 할 수있다는 것
잘 알겠지 . 정진을 빌며 응원 할 게
- 1978.10
'''''너의 지난날의 불우했던 소녀시절이 상처보다는
더욱 아름다운 밑거름으로 다저진 것을 볼 때
참으로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
내가 권하는 것은 본격적으로 동화작가로서의 수업을 쌓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동화에 대한 자기나름의 연구와 수련도 있어야 겠지만,
선배작가들의 지도를 받든가 신진작가들의 새로운 의식과 호흡을 배우고
오늘의 세대에 맞는 동화를 창작 하기위한 새로운 방향과 작가관 등을
확고히 세워야되지 얺겠어?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 그러나 너는 그 재능을 능히 살려서
앞으로 동화작가로서의 눈부신 데뷔를 확신하며 기대 하겠다.
-1980.
13년만에 고국땅을 밟은 내가 너를 만나지도 않고 떠나오다니!
아직도 이렇게 허덕이며 여유없이 사는 한탄스럽고 면목이 없다.
그나마 다행히 TV에출연한 네 얼굴을 보며 정말 기쁘고 흐뭇했다.
그토록 티없이 맑고 고운 애기들을 가진 아름다운 어머니로 성숙해 있다니!
봉숭아꽃물들인 손으로 아가들을 위한 예쁜 떡을 빚는 너의 행복한 모습
난 영원히 잊지 않으리라.
향아, 너는 정말 향답게 인생을 생기있게 향기롭게 살고 있구나!
그 옛날 네가 준 쪼그만 조개 껍데기에 정성 담아 수놓아준 아기자기한 선물
보석함에서 끄내보며 너의 정을 다시 심으련다.
우리 서로의 마음은 영원히 간직 하자꾸나. -1986년
1986.7 KBS .830 맛자랑 멋자랑프로
1987년 샘터 '엄마가 쓴 동화상'당선을 계기로 정채봉 선생님께 사사받는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성탄 카드에 가족에게 당부의 말씀을 적었다.
"............엄마의 일에 아빠의 성원과 아가들의 협조를 빕니다." - 1988년
"지금도 너의 글들을 꺼내 읽어 보고 참으로 잘 썼다고 감탄하며
이 재능을 살려야 되겠다는 마음 간절해.
그동안 얼마나 글을 썼는지?
그동안 쓴 글을 모아 동화집을 내도록 계획과 목표를 세우면
글쓰는데 의욕이 생기고 더 활기가 있지 않을까?
아이들이 일일이 돌봐줘야할 시기는 지난 것 같으니
지금부터 글을 써야할 때가아닌가 싶어.
나도 글쓰는데 대한 실패감과 아쉬움이 평생을 괴롭히고 있지.
집요한 성취감이 중요해. 성공을 빌겠어. - 1989년 12
어쩌면 너는 그렇게도 순수하고 고운 사랑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인생을 아름답게 관조 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 향에게 그런 열정과 재능이 있단 놀라움과 부러움을 함께 보낸다.
너의 작품을 읽고 우리 어른들 부터 동화를 읽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심의 세계를 이해하고 우리 어른들부터 순화돼야
건전하고 정화된 사회에 아이들을 이끌어 갈 수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1990.4
이제 막 솟아오르는 한줄기 빛을 바라보듯 감탄 속에서
너의 탄생을 기뻐하며 같이 축배를 들고 싶구나.
이건 나혼자만 읽고 간직하시에는 너무 아까와 어디드러내놓고
자랑할 데가 없을까 생각해 본다.
내 딸으 원숙하고잘난 모습을 자랑하고픈 그런 심정
이게 바로 행복감, 충족감이 아니고 무엇이랴.
....
음악 미술이니무용, 영화등은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대상물이나 수단방법이 있지만,
글은 오로지 백지를 놓고 나와의 싸움을 하기 때문이야.
나의 사고 정신세계와의 싸움, 나의 영혼과의 싸움인것이야.
그러면서 논리정연한 표현기능을 써야한다.
그뿐 아니야 인생의 어떤 의미와 목적을 드러낼 수있어야 한다.
이 사회를 이끌어갈 앞날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야 하며,,,,
이 어려운 과제들을 놓고 내 머리로 짜낸 인간의 생각과 행동 느낌을
그것도 만인이 공감 할 수있는 내용을 원고에 담는 작업.
이것은 박사 과정이나 발명가 못지 않게 어렵고 창조적인 일이라 생각해.
그래서 문필가들은 지성인인나 예술가 중에서도 가장 상위의 창조인으로 인정해줘야 하는거야.
이만큼 어려운 일을 해낸 향이니 자존심을 갖고 더 의욕적으로
비약의 날개를 펴기 바라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계몽아동문학상 등단 소식을 들으신 선생님의 편지 - 1991년 9월
향아. 드디어 불꽃을 터트렸구나! 기어코 너는 해냈구나.
이번 두번째 불꽃은 너무 현란하고 너무 자랑스러워 내 가슴을 벅차게 한다.
껴안아 주고 뽀뽀라도 해주고 싶다.
그럼 자랑해야 하고 말고 ! 빨리 네 작품을 읽고 싶다.
그 옛날 꿈많고 감상적인 소녀, 티없이 맑고
너의 말대로 이리숙한 소녀로의 기억에만 남아 있는 나에게
조용하면서도 치열한 기세로 부상해오는 너에게 나는 그만 압도 당하고 말았다.
그 피나는 각고의 노력 정성으로 다듬는 그공력, 그것도 중요하겠지.
그러나 네게는 무한한 잠재력 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해 주고 격려해주고 싶다.
그 무한한 가능성으로 도전한 너에게 놀라움과 박수를 보낸다.
위의 그것들 가능성에다 더하여 쓰고자하는 열망과 집념이 일체가 될 때
너는 무서운 맹렬작가로서 외로운 길이 아닌 행복한 길을 걷게 될 것이다.
.............................
너는 아이들을 위해 가진 정성으로 아이들 옷과 소지품 장식품까지 만들어주며
육아일지 양육사진첩을 만들고, 집안 살림 음식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정성을 바치는
너의 헌신적인 사랑의 정신에 나는 이미 감동을 받고있는바요,
그 아름다운 사랑의 정신이 너의 작품 내면에 흐르며 강한 힘을 발휘하여 빛과 감동을 자아내는것이다.
그것은 학문과는 별개로 인생을 살아가는 의미와 인생을 보는 태도 에 달려있으며
작가에게는 가장 중요한 기본 정신이라 생각된다.
그렇더라도 네가 좀더 공부를 했더라면 더욱 대성할 작가가 되었을텐데, 아쉬운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너는 너의 인생을 보석을 하나하나 꿰가듯이 정성과 사랑을 담아 엮어가고있으니
어떤 인생의 그림이 나올지 어떤 향기가 풍기는 작품이 나올지는 알고도 남음이 잇다.
........................1993년12. 삼성문학상 당선 소식을 들으신 선생님의 마지막 편지.
11월에 주유소와 모텔을 팔고 토론토 아파트로 이사 했다는 소식,
사부님이 64세 선생님이 60세가 되었다는 말씀 끝에 석달 쉬었더니
답답하고 무료하여 조그만 일거리를 찾고 있는중이라셨다.
.................
올해 선생님 연세가 칠십구세. 우리 어머니 보다 한 살 적으신 연세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우리 집을 찾아오신 선생님은 어머니를 붙들고 하염없이 눈물 지으셨다.
선생님께서도 마음 고생을 적잖히 하셨을 때라 같은 여자 입장으로 더 그리하셨을 것이다.
선생님의 희고 고운 가느다란 손과 어머니의 마디 굵은 거친손이 비교되어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마가렛꽃과 달걀 꾸러미를 놓고 일어서는 선생님을 배웅하러
버스정류장으로 내려 온던 발걸음이 아직도 눈에 삼삼한데
이제 내가 선생님 나이가 된 것이다.
내 마음의 지주가 되어주셨던 선생님과 연락이 끊긴 연유가
선생님의 건강 이상 때문이 아니길 빈다.
그립고 또 그리운 선생님. 나는 선생님의 속깊은 사랑 갚지도 못했는데.......
선생님 소식을 알 수있는 무슨 방법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