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호 달님은 알지요 영국판을 내면서
몇년 전에 영국 출판사로부터<달님은 알지요> 영국판을 만들고싶다는 말이 들렸고 작년에 구체적인 언급을 했었다.
그들은 한국 번역가의 자질을 의심스러워 했고 그 부분에서 우리도 믿고 맡길 역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그들의 제안대로 프랑스판을 중역하자는데 동의를 했다.
프랑스판 번역을 파리에 거주하는 임영희씨가 했는데,
나는 그녀를 만난 적 있고 그녀 자신도 동화를 쓰기에 그녀의 작업에 신뢰가 갔기 때문이었다.
역자문제를 해결하고나니 이번엔 작품 수정을 하고 싶다는 메일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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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시 읽었습니다. 매우 아름다운 소설이고, 특히 작가가 그려내는 배경의 느낌이 참 좋습니다.
송화와 할머니의 관계가 발전해나가는 가운데,
송화의 성장이야기와 할머니에 대한 존경심이 그들이 살고있는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듯 합니다.
또 영분이를 등장시켜 송화와의 우정을 만들어가는 작가의 설정이 감동적이고 현실적이었습니다.
약간의 수정이 필요한 이유는, 독자들이 어리고 한국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위에 언급한 주제에 보다 집중하고, 그외에 남북분단의 역사를 배경으로
강을 건너 고향을 떠나올 수 밖에 없었던 할머니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려면, 송화 아버지 이야기 – 베트남 전쟁 후 고향으로 돌아오는 - 를 들어내야 한다고 봅니다.
봉동의 이야기는 한국어린이들이 아니고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 부분을 이해하려면 많은 시간을 공들여서 읽고 (배경)공부도 해야하는데 특히어린이 독자들에게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봉동의 등장, 그리고 송화와 할머니를 떠나는 부분을 들어내고,
대신 소설을 송화와 할머니 중심으로, 그리고 그들의 마을 배경을 중심으로 하고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송화와 영기가 강가에 앉아 과거와 현재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참 좋았습니다.
또 송화가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도 할머니와 닮은 부분이 있음을 어렴풋이 암시하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우선, 9장과 10장을 바꾸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영분이 아버지가 죽고 송화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가운데, 할머니는 강을 건너 북에서
남으로 내려 온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영분이가 도시로 이사를 가고(현재의 9장), 바로 11장 강물아 어디로 가니로 이어지는것입니다.
12장이나 13장 중 하나를 들어내고, 예감에 관한 부분을 마지막 장으로 하고자 합니다.
봉동이 등장하면 안되기 때문에 약간의 본문 수정도 필요합니다.
아마도 송화가 직접 굿에 참여해서 북을 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책의 마지막 장면은 너무 인상적입니다. 특히 이 아름다운 소설 속에서 흐르는 강물이 주는 감동이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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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판을 만들 때는 조용히 진행이 되었다.
프랑스판을 만들 때는 헬렌 사르보니(박찬옥)가 직접 역주를 꼼꼼이 달았다.
입양아 출신인 그녀는 자기 모국에 대한 현대사 공부를 했고 그것을 프랑스 청소년들에게 (프랑스판은 청소년물로 나왔다)이해 시키고자 노력했다.
일본판이 언급 되었을 때는 "할머니가 무당인 것이 자랑스러울텐데 왜 부끄러움이 돼?" 냐는 견해차이로 무산 되었다.
각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기에 그만큼 이해의 폭도 다르다.
나는 편집자는 1차 독자기에 편집자가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하는 쓴소리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생각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영국 편집자 의견에 동의하기로 했다.
한 권이라도 더 저작권 수출이 되어서 한국인의 정서를 문화를 알리는데 일조를 해야지 하고 ...........
(개인적으로 영국인 셀러들을 상대하면서 영국 사람은 신중하다. 정직하다. 예의바르다는 선입견이 있었기에 신뢰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