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호 부산-대구 강연
초파일 연휴 다음 날 부산 남천동으로 떴다.
꽃들이 어우러진 예쁜 집에서 곤드레 밥으로 기운을 내고 금련산 구름고개에 올라 시내를 조망한 뒤
남천초등학교 아이들을 만났다.
이 여자가 큰일을 해냈다.
도서도우미 엄마들을 이끌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폐관된 도서관을 살려낸 것이다.
그 성과물로 상금까지 타내고 작가와의 만남을 주선한 것이다.
김향이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부산남천동남천초등학교 4학년 학생인데요.....
선생님과 헤어지고 나서 보고싶고 해서 말 남겨용....
선생님 아름다우시고 글도 잘쓰시고 부럽네여...
앞으로도 좋은 책 지어주세요^^ 사랑하고 건강하세요...
아이들이 쪽지편지를 전해주다 못해 홈페이지에 글까지 남긴 것을 보면
정말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었나 보다.
-배유안 작가가 시아버님께 선물 받은 미당의 친필 시화액자.
강연 끝내고 근방의 배유안 작가 집으로 갔다.
그녀가 이사한 집은 특이한 구조여서 1,2호 라인 지붕이 3호 라인에 있는 그녀 집의 비밀 정원이 되었다.
그녀는 꿈에 부풀어 있다. 여름날 초저녁에 옥상 정원에서 시낭독회를 열겠단다.
여유가 생기면 신혼시절에 살던 옛집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픈 소망도 안고있다.
그리 될 것이다. 김은숙 선생님도 시어른께서 사시던 옛집에 도서관을 만들지 않았던가.
-대구 지하철 표
다음날 오전 동대구역에 내렸다.
역광장의 관광안내소에 들러 근대사 거리 약도를 얻어들도 지하철을 탔다.
- 울타리로 쓰는 쥐똥나무를 이렇게 멋지게 키웠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작은글씨의 지도를 암만 들여다 봐도 모르겠다.
시인 이상화 고택을 가리키는 방향이 사람마다 다르다.
이골목 저골목 기웃거리다 경상감영을 찾았다.
선조때 경상권의 행정,사법,군사를 관할하던 관청이다.
근방에 있는 대구근대역사관 .
강연을 앞둔터라 시간에 쫒겨 걸음이 빨라지고.
계산 성당과 길 건너 언덕에 위치한 제일교회를 찾아냈다.
고종23년에 체결된 조,프 조약 이후, 천주교 포교를 위해 지어진 목조 십자형 성당.
1918년에 증축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춘 영남 지방 최초의 고딕양식 서양 건축물이다.
오른쪽 뒷편으로 보이는 제일교회는 아담스(Adams, J. E., 安義窩) 선교사의 대구 선교 시작과 함께 그 초석이 놓였다.
의료 선교 사업과 교육 선교 사업을 통해 이곳에 대구·경북 지방 최초의 서양의료기관인 제중원(濟衆院)이 설립되었다.
교회 앞의 3,1만세 운동길이 바로 한국의 몽마르뜨로 불리는 청라언덕(푸를 '청' 담쟁이 '라')이다.
이곳에 1899년에 지어진 서양 선교사들의 고택이 있단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로 시작되는 '동무 생각'(이은상 시 박태준 곡)의 배경지다.
사실은 이곳을 둘러보고 싶었는데 시간에 쫒겨 발길을 돌렸다.
언제인지 모르게 거리에서 빨간 우체통이 사라졌다.
우체통에 편지를 집어 넣고 답장을 기다리던 설렘도 추억이 되고
시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가 큼지막하게 벽에 걸렸다.
2002년 대구지역의 문화계인사들과 시민들이 지역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이상화고택 보존운동을 전개.
군인공제회에서 고택을 매입해서 대구시에 기부체납했다.
유족들의 도움으로 유물들이 전시 되고
민족시인 이상화의 항일 정신과 예술혼을 후대에 전할 수있게 되었다.
동성초등학교에 도착, 교장실에서 잠시 쉬었다가 아이들을 만났다.
어른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 먹는다고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듯 메모를 해가며 듣는 태도가 이뻐서 책 선물.
저소득층 아이들 우선으로 참가 신청을 받았다는 교장선생님 말씀에 걱정이 되었었다.
아이들과 소통이 안 돼 진을 빼게 될 줄 알았다.
우려와 달리 경청태도, 발표력,호응도가 높아 후끈 달아 올랐다.
비룡소에서 후원해준 책을 상으로 주는데 질문내용이 하나같이 수준급이라 상이 모자라 안타깝다.
이러면 나는 또 아이들이 예뻐서 오버한다. 나중에 기진맥진 삼수갑산을 갈지언정 .
부산에서 싸인을 많이 해 팔목이 아프다는 말에 아이들이 싸인 못 받을까봐 난리가 났다.
싸인 끝난 뒤엔 핸드폰 셀카 세례. 걸 그룹 못지 않다.
라이온스 강구태 총재님이 학교로 찾아오셨다.
캄보디아 빈민마을 쁘레이벵에서
"우리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키운다"는 모토로
활동하는 레지나 수녀님의 든든한 백그라운드시다.
그동안 프레이 뽀운 중학교,도서관 ,청소년센타 건물을 지어 주셨다.
의학박사인 자신의 재능을 살려 의료기구도 후원해주셨다.
당신 이름 대로 求泰 .크게 구하고 계신 것이다.
다음 달이면 1년동안의 총재직을 내놓고 자신의 본업에 충실 할 것이다.
아픈 사람들을 돌보고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느라 또 그렇게 바삐 움직이실 것이다.
강연마다 성공적이진 않다.
평소에 그 학교 아이들이 얼마나 책과 친숙해졌는지
교장 선생님께서 어떤 마인드로 아이들을 지도하셨는지,
사서 선생님이 열정에 따라 성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향기통신에 소개하는 경우도 귀감이 될만한 사례만 올리는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