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반사

382회 우체통

멀리 가는 향기 2013. 1. 12. 17:04

 

 

 

          - 영국 혹스헤드 베아트릭스포터 박물관 가는 길에 만난 우체통

 

나는 빨간 우체통만 보면 설렌다.

중학교 때 국군 장병에게 위문 편지 보내는 숙제가 있었는데

 친구들 몫의 위문편지를 썼다가  답장 공세를 받았고  

친구 몫 까지 답장 쓰느라 날 새는 줄 몰랐었다.

 

 

- 영국  베아트릭스 포터의 집 힐탑가는 길에 만난 우체통

                                              이 우체통은 피테레빗의 실제 배경이 되었다고.

 

대학 졸업 앞두고  입대한 남편에게 거의 날마다 편지를 썼었다.

그러니까 나의 문장 공부는  연애편지 쓰기로 다져진 셈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곡진한  마음을 전하려고 얼마나 애를 썼겠는가?

연애 편지로 문장 공부하라는 말이 맞다. 

 

-남편은 그 편지들을 잘 보관 했다.

 

남편 군대 동기들은 My  Soldier 로 시작되는 편지를 내무반에 붙여 놓고 윤독을 했었다고.

머리에 찬서리가 내려앉은 왕년의 군인들은 지금도 나의 왕 팬이다.

 

조지 6세(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즉위 기념 우체통(파주 프리미엄아울렛)

 

문자로 소통하는 요즘 젊은 애들은 모른다.

편지지에 마음을 담아 우체통에 넣을 때 그 애틋한 그리움을

이제나 저제나 답장을 기다리던 그 애간장을

그렇게 우리는 편지를 주고 받으며 사랑과 인내를  키웠다. 

 

 

 

-  거제 청마 박물관 앞 우체통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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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마 유치환 <행복>-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스마트 시대로 발빠르게 숨가쁘게 세상은 달려가지만

우체통을 이용하고 오렌지색 공중전화를 이용하던  그 시절이 그립다.

왜냐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기계가 끼어들지 못했으니 정이 더 돈독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