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3회 헌 학용품 정리
국민학교에 입학 할때 아버지가 학용품에 이름을 써주면서 말씀하셨다.
"자기 물건을 챙기지 못하는 사람은 매사에 칠칠 맞은 법이다." 하고.
그 시절에는 학용품은 물론이고 생필품 물가가 어마무시해서 스스로 자기 학용품을 잘 챙겼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어떤가. 학교에 가면 분실물 통에 주인 잃은 물건들이 수북하다.
잃어 버린 자기 물건에 대한 애착이 적은 탓이다 . 빈곤을 모르니 또 사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그렇다.
해외봉사활동에 참가할 아이들이 없어서 그동안 모아 놓은 학용품을 필요한 곳에 보낼 요량이다.
엄니더러 크레파스, 색연필, 물감, 색이 빠진 것 부러진 것 채워서 쓸모있게 둔갑 시켜 달라고 일거리를 드렸다.
내가 바깥 일 보고 온 동안 비지땀 흘리며 정리를 끝내 놓으셨다.
오지랖 넓은 딸 덕에 엄니는 종종 몸고생을 하신다.
안 해도 될 일을 만들어서 한다고 엄니한테 퉁을 먹지만
쓸만한 물건이 버려지는 걸 두고 못 보는 성정이라 어쩔 수가 없다.
물건을 함부로 버리고 새 물건을 자꾸 만들어 내다 보면 결국 그 폐해는 우리 몫이 된다는 걸 알기에 나몰라라 할 수없다.
새 물건과 헌물건 구분해서 요긴하게 쓸 사람들에게 보내기로 했다.
현관 밖에서 잔뜩 어질러 놓고 작업하는데 택배 상자가 배달 되었다.
유기농 농산물 맛보라고 파주와 증평에서 보내준 것이다.
(이 놈 먹고 힘 내서 일 많이 하겠습니다아---------!)
택배를 부르니 일이 많아서 못 온단다.
조금씩 나눠서 집앞 편의점으로 끌고 가서 부쳤다.
구루마가 없으면 어쩔뻔 했나.
구루마를 발명한 이름 모를 분께 묵념이라도 하고 잡다.
두번 왔다리 갔다리 했더니 힘에 부처서 나머지는 내일 부치기로. 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