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장가 들입니다
저희 부부가 스물 일곱에 얻은 첫 아들이 장가를 갑니다.
이날, 풀벌레 밟아 죽일 까봐 풀밭에 들어가지 못하겠다는 일곱살 짜리에게
"사내녀석이 그려게 여려서 엇다 써먹니. 넌 해병대 가야겠다." 했는데,
그 말이 씨가 되어서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습니다.
아들이 군생활 하는 동안 41통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오늘 대공교육시간에 교육관이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훈병에게 몰래 부모님과 통화를 시켜줬는데
눈치없는 녀석이 '엄마'하고 우는 바람에 따라 우는 애들도 있고 입술을 꾹 다물고 참는 동기도 있고
저도 밥 먹을 때 까지 생각나서 혼 났습니다.
흐미한 불빛 아래서 엄마 편지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저도 귀도(인생은 아름다워 주인공)처럼 잘 할 자신 있습니다. 그리고 후회 따윈 하지 않습니다.
제 선택이었고 전에도 그랬듯이 책임도 제가 지는 것입니다.
피할수없으면 즐기란 말이 생각 납니다.
하고싶은 말 이루 말 할수없지만 글 대신 제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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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쭈그리고 앉아서 신문을 오리시는 (아들에게 보낼 신문 스크랩)모습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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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은 잘 받으셨나 궁금합니다. 오늘 금식하셨겠네요. 저도 금식 비슷하게 하고 있어요.
군대란 곳이 참 파쇼적이고 결과론적입니다
민주주의국가 에서 어쩔 수없는 상황이지만 정말 웃깁니다.
손트고 갈라졌다고 개인 위생불량이랍니다.
과연 여기서 손관리할 시간을 주었는지 손관리 잘 한 훈병이 부지런 할수도 있지만
손 튼 훈병이 더 열심히 몸 사리지 않고 일했다는 증거도 될수있다고 생각하는데....
위생불량이라고 점심부터 밥 세 숟갈로 줄였습니다. 그 세 숟가락도 초를 세어 다 못 먹고 나왔습니다. 하하.
이런게 군대하면 적응해야겠죠. 참을 수있습니다. 더러워서라도 오기로 이길 것입니다.
딸아이가 대학 졸업하자마자 시집을 간다했을 때는
내 자식 뺏긴다는 서운함이 앞서서 눈물바람을 했습니다.
서른 여섯 먹은 아들이 장가를 간다니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딸아이 시집보내고 십년만의 경사입니다.
이렇게 어여쁜 자식들 보고 저 보다 더 기뻐할 사람 있습니다.
하늘에서 무한 축복을 내려 줄테니 든든합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견디는 것이라 했습니다.
아 아이들이 부부되는 자리에 증인으로 와주신 여러 어른들을 생각하며 참고 견딜 수 있도록
지켜 봐 주시고 응원의 박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어제 협회 세미나에 참석하신 선배님 몇 분만 청첩장 드렸더니.
동화세상 후배들이 그러는거 아니라고 야단이었습니다.
솔직히 지방에 계시는 선후배님들과 자녀가 어린 후배님들께
청첩을 보내기가 면구스러워 청첩장 발송을 못하겠습니다.
이렇게라도 공개적으로 공지를 하오니 혜량해주시기 바랍니다.
추신: 화환으로 자리를 빛내주시는 대신 책을 보내주시면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해 뜻깊게 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