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반사

507회 선생님 잘 지내세요?

멀리 가는 향기 2014. 2. 15. 03:37

안산 매화초등학교 2011.11.30

교장선생님은 아침독서를 1년여 꾸준히 해오셨단다.
아이들의 가정 환경은 맞벌이 가정, 한부모 가정과 조손 가정이 대부분이라 하셨다.
그래서 더욱 독서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 하고 계셨다.

강연 장에는 자율적인 참가자들만 모였다.이야기를 듣는 태도도 집중력도 좋았다.

  아이들의 질문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도서 도우미 어머니가 그만 나의 아킬레스 건을 건드리고 말았다.

" <내 이름은 나답게>에서 그리움은 콜라 맛 같은거라 하셨잖아요?

선생님께 가장 그리우신 분이 있다면......"

하늘에 계신  친정아버지와 남편이 내겐 가장 그리운 사람들이다.
답변을 하다가 눈물이 터져 버렸고 그 자리에 있던 아이들까지 울리고 말았다.

"괜찮아, 인생이란 다 그런거야. 누구든 시련을 겪게 마련이고 견뎌내야 하는 거란다."

강연 끝내고 돌아오는데 아이들로 부터 '선생님 사랑해요!"  문자 메세지가 줄줄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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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 2학년  배현준이 있었다.

이 녀석이 3학년 때부터 엄마 핸폰으로 "선생님 잘 지내세요? " 문자를 보냈다.

 올 해 5학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내 안부를 걱정해주었다

 

2013.11.27

선생님잘지네세요?

아참저는 배현준이에요♥

 

 12.31

선생님,다가오는 백말띠의 해에는

좀 더 활기차고 복 된 해가 되길 기원하겠습니다~^^

 

2014.1.21

잘 지네세요?

 

현준이는 작년에도 여러번 문자로 내 안부를 물었다

이 녀석에게 내가 잘 지내는것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알 멘토즈> 인터뷰가 있던 날 현준이를 초대 했다.

 

 

 

일주일 내내 손꼽아 기다리다가  6시부터 채근 했다는 아이는  안산에서 10시 반에 도착했다.^^

대만 증 선생이 설 선물로 보낸 과자를 주었더니 언제 대만 과자를 먹었보겠냐며 제 엄마에게도 권하던 효자.

 

홍시를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단 맛이 더 짙어지고 차가운 음식이 위에 부담 주는 것도 방지 하고) 

껍질 벗기고  씨 발라내고 대추꽃, 호박씨와 잣으로 고명.

 

 

 

 

'존경하는'이 아니라 "사랑하는 김향이 선생님께' 다.ㅎㅎ

비즈 공예를 눈동냥으로 배운 현준이가 목걸이를 만들어 왔다.

구슬을 하나 하나 꿰면서 얼마나 설레였을까?

 

자개 케이스에 담긴 벽조목 (벼락맞은 대추나무) 도장은 현준이 엄마의 선물.

내 이미지에 맞춰 도장 표면에 달을 새기고  위조 방지를 위해 달 모양의 방점도  새겨 넣었단다.

 얼마나 고심하고 고심해서 선물을 골랐을꼬.............. 지켜 서서 짜 온 참기름 까지.

 

 

 

현준이는 현관을 들어서면서 부터 "와우!"소리를  입에 달았다.

집안을 돌아 다니며  마치 보물찾기 하듯

"이거 주워온 의자 리폼 하신 거지요?"

" 인형에서 나온 십원짜리 종이돈은 어디 있어요?"

"몽골에서 주어온 인형은 어디있어요?" 물었다.

간밤에 내 홈페이지를  탐색하고 실물을 찾는거 였다.

이 녀석이 네 홈페이지를 보면서 제 엄마에게 말하더란다.

"선생님은 나이드셔서 글을 못 쓰더라도 투 잡을 할 수있겠네..."

 

우리 남편의 마지막 작품인  인형의 집을 들여다보고 연신 감탄하던 아이.

나는 그 모습을 바라 보는 것으로도 행복하다.

 

 

<레알 멘토즈>에서 인터뷰하러 김은주 기자 일행이 도착했다.

 

"현준아, 선생님 인터뷰 하는 것 잘 보고 배워라.

이 담에 네가 인터뷰를 할 수도있고 당할 수도 있지 않겠니. "

내 말에 신이나서 인터뷰 광경을 지켜 보았다.

 

떡국을 준비하는 내곁에서  종알종알............

"선생님은 데코레이션을 아주 잘하세요." "선생님은 MSG 전혀 안 넣으신다면서요."

"엄마도 이렇게 좀 해봐" ㅎㅎㅎㅎ

아토피로 고생 한 적이있었다는 녀석은 맛나게 잘 먹었다.

 

 


식물학자가 꿈이라는 이 아이,

"선생님 책꽂이 책 좀 봐도 돼요?" 하더니 두둠한 우리나라 산야초 책을 골라 와서

 엄마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사달라고 찜해 놓았다.

 

안방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비즈 상자 구경해도 돼냐며 들고나와서 넉놓고 가지고 놀았다.

"비즈가 있는 줄 알았으면 실을 가져와서 목걸이 만들어 드리는 건데...."

현준이 엄마는 현준이가 다니는 학교 심리 상담사로 근무한단다.

그녀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는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아직까지도 가슴이 먹먹하다. 

 

 

나는 동화 속에서나 벌어질 법한 감동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또 그것을 즐긴다.

"현준아 , 장가 가서 아빠가 되면  아이 데리고 선생님 만나러 와."

나는 현준이 모자의 바램대로 오래오래 살아서  좋은 작품을 써야할 의무가 생겼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저는 현준이 엄마입니다.

어제 우리 모자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댁에서 귀한 인형들을 직접 보고, 친절히 설명까지 해 주서서  참 독특하고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어제 집에 와서 현준이가 선생님께 문자를 보내고 싶다고 하였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제가 말렸습니다.^^;

저에게 다음에 이사갈 때 선생님 집 근처로 이사가서 살자고 하길래,

  "선생님 집 근처에서 살려면 비싸다." 이렇게 말했더니 "우리집이랑 엄마 아빠 저금해 놓은 거 합쳐 놓으면 갈 수 없나?" 이러길래,

선생님댁에 놀러 간 것이 참으로 좋아한 녀석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

맛있는 음식을 주시고, 진귀한 인형들도 마음껏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의 곱고 순수하신 그 마음으로 오래도록 아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책들을 많이 만들어 내시길 바라고요.

항상 건강한 웃음 간직하시며 다복한 가정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좋은 기회에 또 다시 뵙기를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배현준 엄마, 김지연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