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3회 노력없이 얻어지는건 아무것도 없다
아침 운동 끝내고 우체국에 다녀 오는 길이었다.
일곱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 아이 손을 잡은 엄마 옆에 아빠가 걸어오고 있었다.
딱 봐도 입성이며 행동거지가 전업주부인 평수 넓은 아내가 소리쳤다.
"넌 왜 안 치우는 건데 .니가 어질른 거 너나 치워!"
호리호리 키 큰 남편이 어이 없다는 듯 되받았다.
"그게 부부냐?"
그러고도 계속 투닥거리며 지나갔는데
나는 엄마 손에 이끌려 가는 사내 아이가 신경 쓰였다.
"뭘 보고 배울까? "
아이 앞에서 아빠 채신은 땅바닥에 떨어진지 이미 오래일 것이다.
나하고 상관없는 일인데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그렇게 몸 애껴서 엇다 써먹을 래? "
안 봐도 비디오다.
몸이 천근만근이니 뭐든 귀찮을 테지. 예쁜 연예인과 비교 하면서 치민 시기심은 먹는 걸로 풀 테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자식과 남편에게 성깔이나 부리고 ..........
자신이 못나 빠진 게 게으름 탓이라는 걸 인정하기 싫으니 늘 남 탓만 할테다.
뒹굴뒹굴 TV앞 쇼파에 누워 손가락만 까딱하는 (리모콘 운전과 과자 집어 먹는 용도)
그러곤 카카오 톡으로 남 돌려깎는 재미로 사는 비생산적인 여자들은 어딜가나 트러블 메이커다.
그녀들이 시기하고 질투하는 우아한 백조는 물밑으로 끊임없이 헤엄을 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이 세상에 노력 없이 얻어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런던 한글학교 교장 선생님 소개로 홈스테이 하는 집에 머무를 때였다.
아침이면 아래층 주방에서 도마 소리와 콧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조이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이 더 맛나게 느껴지는 건 음식에 스민 그녀의 마음과 정성 탓일거다.
집안 일이든 바깥일 이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
내 몸은 물론이고 내 가족을 먹여 살리는 일에 짜증내고 귀찮아 한다면 밥 먹을 이유가 없다.
사실 게으른자는 밥 먹을 자격도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게으른이가 더 많이 더 열심히도 먹는다.
일은 귀찮아 하면서 오로지 식탐만 내다 보면 몸 평수와 함께 느는 건 무기력이다.
나는 가끔, 조이 엄마의 도마소리와 콧 노래를 떠올리곤 한다.( 동화 속에 그녀의 따스한 주방을 그렸다)
하기 싫고 귀찮은 일도 내 입에 밥 들어오게 하는 일이라 생각하면 어찌 즐겁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