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반사

513회 노력없이 얻어지는건 아무것도 없다

멀리 가는 향기 2014. 3. 3. 14:08

 

아침 운동 끝내고 우체국에 다녀 오는 길이었다.

일곱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 아이 손을 잡은 엄마 옆에 아빠가 걸어오고 있었다.

 

딱 봐도 입성이며 행동거지가 전업주부인 평수 넓은 아내가 소리쳤다.

"넌 왜 안 치우는 건데 .니가 어질른 거 너나  치워!"

호리호리 키 큰 남편이 어이 없다는 듯  되받았다.

"그게 부부냐?"

그러고도 계속 투닥거리며 지나갔는데

나는 엄마 손에 이끌려 가는 사내 아이가 신경 쓰였다.

"뭘 보고 배울까? "

아이 앞에서 아빠 채신은 땅바닥에 떨어진지 이미 오래일 것이다.

 

나하고 상관없는 일인데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그렇게 몸 애껴서 엇다 써먹을 래? "

안 봐도 비디오다.

몸이 천근만근이니 뭐든 귀찮을 테지. 예쁜 연예인과  비교 하면서 치민 시기심은  먹는 걸로 풀 테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자식과 남편에게 성깔이나 부리고 ..........

자신이 못나 빠진 게  게으름 탓이라는 걸 인정하기 싫으니  늘 남 탓만 할테다.

뒹굴뒹굴 TV앞 쇼파에 누워 손가락만 까딱하는 (리모콘 운전과  과자 집어 먹는 용도)

그러곤 카카오 톡으로 남 돌려깎는 재미로 사는  비생산적인 여자들은 어딜가나 트러블 메이커다.  

 

그녀들이 시기하고 질투하는 우아한  백조는 물밑으로 끊임없이 헤엄을 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이 세상에 노력 없이 얻어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런던 한글학교 교장 선생님 소개로 홈스테이 하는 집에 머무를 때였다.

아침이면 아래층 주방에서 도마 소리와  콧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조이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이 더 맛나게 느껴지는 건 음식에 스민 그녀의 마음과 정성 탓일거다.

 

집안 일이든 바깥일 이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

내 몸은 물론이고 내 가족을 먹여 살리는 일에 짜증내고 귀찮아 한다면 밥 먹을 이유가 없다.

사실 게으른자는 밥 먹을 자격도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게으른이가 더 많이 더 열심히도 먹는다.

일은 귀찮아 하면서 오로지 식탐만 내다 보면 몸 평수와 함께 느는 건 무기력이다.

 

나는 가끔, 조이 엄마의 도마소리와 콧 노래를 떠올리곤 한다.( 동화 속에 그녀의 따스한 주방을 그렸다)

하기 싫고 귀찮은 일도  내 입에  밥 들어오게 하는 일이라 생각하면  어찌 즐겁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