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회 책 전도사
침대 머리 맡에 읽어야 할 책들이 쌓였다.
예전에는 '책 좀 실컷 사 보는게 소원이었다.'
장보러 가서도 반찬거리 살 돈 때문에 책을 마음껏 사지 못하고 이리저리 재는게 참 속상했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장에 가실 때마다 책을 사오셔서 마을 사람들에게 읽어 주고 이야기 들려주기를 즐기셨다.
임신한 할머니가 갱엿이 먹고싶다고 하셨을 때도 "먹으면 똥이 될 갱엿보다 먹으면 마음의 양식이 될 책"을 사오셨다.
지금은 읽을 책이 넉넉해졌는데도 책읽는데 게을러졌다.
책을 읽으려면 돋보기를 챙겨야 하고 침대나 쇼파에 드러누워야 한다.
(목침 같이 두꺼운 시와동화 잡지를 들고 읽다 떨어트려 안경태가 부러지고 얼굴에 멍이 든 적도 있다.)
엄니가 하루종일 tv를 켜 놓으니 집중도 잘 안된다.
밤에 읽다보면 날을 꼬박 새울 때도 있어 요즘은 삼가는 편이다.
나이들어 책 볼 시간이 넉넉 할 줄 알았는데 눈이 어두워지고 집중도도 기억력도 떨어지지 비효율적이다.
오늘은 Share-reading 족 야그를 안내 방송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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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전도사들, Share-reading족
모든 변화나 유행에는 그 변화를 주도하고 시작하는 혁신자들이 있듯이, 책의 공유 패러다임에도 역시 혁신자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Share-reading족이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적인 ‘책’만을 고집하며,
책과 독서를 타인과 공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지나치게 우리의 모든 일상이 디지털화 되는 것에 염증을 느낀다.
특히 책의 디지털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책에 대한 애착과 관심을 타인과 공유하고 싶어한다.
적극적으로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추천하고, 또 추천받고 싶어한다.
여기서 말하는 책의 추천 즉, 책의 공유는 감상평이나 공감, 감동 등의 감정까지도 포함한다.
그리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은 공유의 수단으로써 활용될 뿐, 책 자체를 대체하는 용도로 쓰이지는 않는다.(백번 동감!)
그들에게 있어서 책은 공익성도 있고, 재미도 있는 최고의 공유물이다. 바로 이런 사람들을 위한 시스템으로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 부터 ‘bookcrossing’이 인기를 끌었고, ‘Mailbooks for good’이라는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다.
1. 편의성
bookcrossing은 길거리, 공원 등 지극히 일상적인 곳을 매개로 한다. 전달자가 인터넷에서 간단한 정보를 기입하고 라벨을 다운받아 붙이고 밖으로 보내면, 단순히 책을 다 읽고 책장이 아닌 길거리에 두기만 하면 알아서 사람들에게 전달 되기 때문이다.
‘Mailbooks for good’캠페인 역시 아주 간단하다. 평소 자신이 감명깊게 읽은 책을 타인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직접 지인들을 만나 책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전해주거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할 수 밖에 없었던 Share-reading족에게 이는 매우 매력적인 시스템이다.
집에 묵혀둘 수 있는 책을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공익성
bookcrossing에 대해 모르거나 평소 독서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라벨과 간단한 설명이 붙은 책을 길거리에서 발견한다면 흥미를 가지기 쉽다. 일일이 책을 읽으라고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책의 공유를 통해서 메세지가 전달된다. ‘Mailbooks for good’캠페인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책이 전달되는 기부 시스템이기 때문에 공익성이 더해진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3. 흥미성
평소 자신들이 즐겨하던 독서와 책 추천, 감상평 공유와 같은 일들을 예측할 수 없는 경로를 통해 행해진다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길거리에서 주운 책이 어디서 왔을지, 또 자신이 길거리로 내보낸 책이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시스템임에도 Share-reading족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일종의 놀이로도 여겨지는 것이다.
콜롬비아 시민 공원에는 이렇게 작은 도서관 있다. 책장과 벤치를 절묘하게 조립했는데 덕분에 공원을 놀러온 시민들이 편하게 책을 읽다갈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15년 전부터 시작됐는데, 현재에 와서는 보고타 시내에만 51개, 전국적으로 100개가 설치됐을 만큼 콜롬비아의 대표적인 시민 문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 우리나라에도 공중전화박스에 도서관을 설치한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아마 가장 부담없이 지역사회를 이끌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멕시코의 비영리 예술단체 Alumnos47는 트럭에다 디자인, 예술 관련 도서를 구비하는 아이디어를 실현했다
남미에서는 이동 도서관들이 많다. 남미의 문맹률을 낮추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우리에게 도서관은 간단한 개인정보를 담보로 원하는 책을 빌려읽고 정해진 기한에 맞춰 다시 반납하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해외에서 상식을 깨는 도서관 사진들이 올라오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
길거리의 방치된 공중전화 부스나 트럭, 공원의 벤치, 심지어는 해변가에 놓인 책장 형태까지
일명 미니 도서관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이 길거리의 미니 도서관들은 일정한 시스템을 갖추지도, 도난을 방지하는 기능도, 심지어는 사서 한명도 없이
말 그대로 책들만 방치되어 있다
사람들의 양심껏 읽고 싶은 책들을 자율적으로 읽고 반납도 자율적으로 하는 양심도서관이다
그리고 떄로는 다 읽고 집에 쌓여 있는 책들을 내놓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