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반사

531호 나는 참 늦복 터졌다.

멀리 가는 향기 2014. 5. 1. 11:06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아내 이은영 씨, 그리고 시인의 모친 박덕성 할머니가 함께 쓴 《나는 참 늦복 터졌다》

 

 

 

 여든이 넘어 요양원으로 보내진 시인의 모친이 아프다는 하소연, 억울하다는 한탄, 자식들에 대한 서운함으로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바느질을 하고 한글을 깨치며 건강과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된 과정을 담았다.

 

 

송지현이 보낸 책이 당도하자마자  책을 펼쳐드는데 우리 엄니 글씨를 보는것 같다.

 

엄니랑 침대에 나란히 누워 책을 읽었다.

 

 

 

나는 읽고

 엄니는 듣고

 

용택 선생님 엄니가 살던 진메는

엄니 친정과 지척이다.

 

 

책을 읽다가 울컥 눈물이 나서  숨을 고르는데

엄니는 그새 꽃잠이 드셨다.

우리 친정엄니나 시어머니나  용택 쌤 엄니나  소설책 한권이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내 남없이 인생살이가 고달프다.

 

시집가고 장가 가고 남남이 모여 한 솥밥 먹는데 왜 아니 시끄러울까.

백이면 백 하나 같이 생각이 달라 불협화음 나는 건 당연하고

자라 온 환경이 다르니 시집살이 마음 고생은 예정된 일이다.

 

나도 서른에 둘째 낳고 기저귀 삶아 빨고 대 식구 살림하느라 병치레 할 때

시 작은 할머니 노환으로 우리 집에 모셔 대소변 받아내며  눈물 깨나 흘렸다.

사십대엔 폐암 투병 중인 시어머니 수발로 가시같이 마르고

오십대엔 친정 아버지 중풍으로 누워 계시는데  남편 암투병 까지 더해 애간장이 녹았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내 겉모습만 보고 차려준 밥상 받아먹는 줄 알았다고 한다.

쉰 다섯에 남편 보내고 아들 딸 다 여우고 나야말로 시방 늦복이 터졌다.

자식들이야  저희  인생  저희가 살테니 신경 안 쓴다.

친정 어머니 한 분 내차지로 남았으니 그 양반만 마음쓰면 된다.  

 

그러고 보면 지금이 김향이 인생의 황금기, 누구 눈치도 안보고 내 하고 싶은대로 살고있다.

가는 세월 막을 장사 없으니  최대한 품위를 지키고 살다가 

의지가지 할수 없을 때 요양병원으로 징역살이 갈 것이다.

자식들 신세 안지려고  날마다 운동하고 소식하고 영어  단어 한개씩 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