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반사

572호 영흥도

멀리 가는 향기 2014. 8. 25. 15:31

한 열흘 몸살을 앓았다.

자존심이 상해서 생긴 병이라 자꾸 채해서 더 고생을 했다.

 

 

엄니 생신을 핑계 대고 바닷 바람을 쏘이기로 했다.

막내 이모님하고 아름이만 불러내 영흥도로 왔다.

오랜만에 뵌 이모는 이모부 때문에 속을 끓여 얼굴이 많이 상했다.

 

 

갯펄에서 조개 잡겠다고 장화까지 신고 온 아름이가  이모 할머니를 웃겼다.

 

해초 인것 같은데 보라빛  그라데이션이  환상이다.

 

온 몸에 갯펄 칠갑을 한  여섯살 아이.

손이 어찌나 빠른 지 꼬맹이 게들이 줄줄이 포획당했다.

 

 

 

해변에 소사나무 군락지도 있다.

 나무들은  맨 몸으로 바닷 바람을 견디느라 휘고 구부러지고..........

.

 

부부는 전생에 원수지간이 만난다더니 그른 말 아닌 것 같다.

 

고지식하고 급한 성격의 이모부 때문에  큰소리가 끊이질 않는다고 하셨다.

"밥 먹고 할 일 없어 텔레비전만 보고 죄다 도둑놈이라며 욕만 퍼붓는다"

 

얼마 전에 해외 지사장으로 나가 있던 외아들 부부가 손녀 데리고  휴가를 나왔단다.

공항에 도착한 며느리하고 통화 하실 때는  "너희들 볼 일 부터 보고 천천히 오너라" 하셨는데

며느리가 요양원에계신 친정 아버지 찾아 뵙고 친정에서 잔 모양이다.

이모부는 손녀 딸 기다리다가  그새를 못 참고  삐져서 가출을 하셨다고 .

 

이모는 오랫만에 온 아들 며느리 속 상하게 한 것도 미안하고  체신머리 없이 구는 서방님 꼴도 보기 싫어서 팍싹 늙어 버렸다.

 그러고도 아이들 출국 전에 또 한 번 가출을 하셨단다.

 

전화로 이러고 저러고 했다고 하소연하던 이모를  불러내기 잘 했다.

 

우리 엄니는  여동생의 푸념에도 그러거나 말거나 무념무상.

기본 적인 당신 욕구만 해결 되면 쏘 쿨!

 

"그래도 이모부가 평생에 잘 한 일 딱 하나 있어. 문석이 배낭 여행 보낸 거.

그때 만약  우리 형편에 외국여행이 당키나 하냐! 했으면 문석이 팔자가  달라졌을  걸."

 

조카 문석이가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 즤 아버지한테 배낭여행 보내 달라했는데 두 말없이 400만원을 주셨다고.

혼자 한 달 동안 18개국 돌아 보고 와서 졸업 때까지 전체 장학금 한 번도 안 놓친 녀석이다.

군대서 받은 월급 모아 컴퓨터 사고  위병소 근무 서면서  받은 용돈 모아 카메라 산 녀석이다.

외아들  인생 똑 소리나게 살게 된 건 배낭 여행 보내 준  이모부 덕분이니 너무 미워 말라고 .........

 

어머니는 아름이를 제일 예뻐라 하신다.

할머니 비위를 잘 맞춰주기 때문이다.

 

우리 엄니는 남편  복은 없어도  큰 아들이 효자라  말년복은 있으시다.

 

 

나이든 어른들이 어린애처럼 노는 게 웃긴 아름이.

 

 

 

누군들 인생을 한 번 살지 두번 사나. 처음 살아보는 거라  실수도 많고 탈도 많다.

마음 속에 쌓인 찌꺼기 훌훌 털어버리는 기술도 필요하다.

졸음 운전하던 기사는 재우고

방조제 넓직한 바위에 앉아 넉놓고 파도를 보고 놀았다.

 

큰 동생의 오카리나 실력은 일취월장 했다.

 

부산 민주공원 인형전 때 김재원 선생 제자들이 회식자리에서 오카리나 연주를 했는데

그때 남동생이 오카리나 소리에 혹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독학을 해 온것이다.

 

아름이도 우크렐레 독학 중

 

살다보면 이런 저런  일로 마음을 다치고 몸에 병도 생긴다.

악기를 연주한다는 건 스트레스 푸는 방법 중 최고 인 것 같다. 

 

 

시집 보낸 딸을 보는 어미 마음이 안스러울 때가 많다.

외며느리 시집살이가 고될텐데 참아내는 걸 보면 짠하다.

 

사춘기 때 '딸은 엄마 팔자 닮는다'는 말을 듣고

나는 우리 엄마 처럼 살지 않으려고 무지 애을 썼다.

내가 잘 살아야 우리 딸 팔자가 펼 것 같아 최선을 다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