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반사

573회 엄니 친정 나들이

멀리 가는 향기 2014. 8. 29. 19:53

 

 

외삼촌께서  자식놈들과 일정이 안맞는다고 벌초 걱정을 하셨다.

큰동생이 외갓집 벌초 봉사를 하기로 했다.

엄니 친정 나들이에 나도 따라나섰다.

 

 

 

외삼촌이 기계로 풀을 깍으면 큰 동생이 갈퀴로 풀을 걷어냈다.

엄니는 그새 밤송이를 따다가 햇밤 맛을 보셨다.

 

나는 종아리가 벌겋게 불키도록 돌아다니며 풀꽃다발을 만들어  외할아버지께 드렸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농삿꾼이셨지만 책을 많이 읽으셨다.

누에 키누던 큰방에 야학을 차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책을 구성지게 읽어주셨다.

할아버지 이야기 먹고 자란 덕에 나는 늘막에 밥을 먹고 산다.

할아버지 은공이 크다

 

 

 

 

 

둘째 이모댁 마당에 커다란 냉동 창고가 생겼다 . 냉동 저장고 옆에 토끼집이 있는데 밤사이 새끼를 여덟 마리나 나았다.

 

아침에 들여다 보고 눈물이 나려고 했다.

어미가 제 털을 뽑아서 갓난 새끼들을 싸놓은 것이다.

 

 

아침 먹고 천담 -구담- 장구목으로 이어지는 섬진강변을 드라이브 했다.

엄니, 이모, 외삼촌의 회문리 시절 이야기에

외삼촌과 여섯 살 차이 나는 나도 기억을 보탰다.

 

강물이 불어서 바윗너덜들이 다 잠겨 버렸다

 

 

강물은 으뭉하게도 힘이 세다. 단단한 바윗덩이를 제 멋대로 요절을 낸다.

 

진뫼를 지나는 길에 용택 선생 집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

길목엔 늙은 정자나무가 있다.

 

 

 

집을 지키던 용택 선생의 노모는 요양원에 계시고  길손들만 빈집을 들락거린다

 

 

 

 

"엠병한다고 도시 나가서 살라고 해도 나가도 않고

이 촌구석에 틀어박혀서

무슨 놈의 시는 쓴다고 , 아나 시.

용택이가 미워 죽겄더라.

                         김용택 시인의 어머니 박덕성 여사 글

 

 

섬진강 시인으로 이름을 날린 덕에 진뫼마을 앞으로 번듯한 길이나고 '시인의 강'이라는  길 이름도 생겼다.

 

우체부가 우편물을 들여 놓기에 물었다

"집 주인이 없어도 우편물이 계속 와요?"

'가끔 오셔가 가져 가세요."

 

 

 

 

 

 이 작은 방 앉은뱅이 책상에서 시들이 태어났다.

- 책꽃이에 젊은 시절 그의 아내가 꽃처럼 웃고 있다,

 

"먼지가 풀풀 나던 방만큼이나 남편은 가난한 사람이었다.

남편은 지갑이 없었다. 돈이 없어서 지갑이 필요없었다.

그때는 남편 지갑 사주는 게 내 꿈이었다.

 

 

"꽃은 피었다 지고 바람은 수 천번  느티나무를 흔들고 지나갔다

아이들은 그 길에서 자라고  강물은 멀리 흘렀다.

아이들과 함께 마중을 나가서  남편을 기다리던  그 느티나무도  목숨이 다해 가는지  말라간다."

 

                                 김용택 시인의 아내 이은영의 글 <나는 참 늦복 터졌다 >중에서

 

 

가을이 야물게 익어가는 들판을 달리는 동안 차안에서는

 

 

엄니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일정때 만들어진 저 다리가 인공 때 폭격 맞아 두 토막이 났는디

너그 아부지랑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건너 다녔다."

 

손에 든 것도 모른다는 엄니의 기억들이 고치에서 실을 뽑아 내듯  끊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