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반사
726호 겨울 방학 동면
멀리 가는 향기
2016. 1. 17. 19:04
날씨가 궂었다.
한의원에 가시겠다는 엄니를 가택연금 시켰다.
발가락이 시리고 쑤신다는 엄니 다리를 며느리가 보낸 온열 찜질기에 넣어드렸다.
내친 김에 모녀가 얼굴에 팩을 하고 누웠다.
TV 끄고 책 읽기 모드에 돌입했는데 금새 코를 고신다.
어머니는 사나운 꿈을 깨고 나서도 남편을 앗아간 그년을 쥐어 뜯어주지 못한 것을 억울해 하셨다.
어머니가 사나운 꿈에서 놓여난 것은 몇 해 되지 않는다.
나는 어머니가 나쁜 기억들을 털어내고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있도록 자꾸 책을 권한다.
그 덕분에 어머니 얼굴이 예뻐지고 있다.
" 박숙희가 신랑 책에 그림을 그렸다고 ?"
엄니가 찬찬히 들여다 보시더니 "며느리 밑씻게 풀이구만. 눈 빠지게 그렸네." 하시고는 한참을 들여다 보셨다.
긴 겨울 밤, 그동안 바깥일 하느라 읽지 못한 책들을 손에 들 것이다.
동면하는 셈 치고 열심히 쓰고 읽어야지.
남보다 좀 더 많이 가지려고 아귀 다툼하는 바깥 세상은 얼마나 어지럽고 추한가.
나의 노년은 땅따먹기 싸움하는 사람들과 멀어져서
한적한 시골 마을에 둥지를 틀고 ,그 곳에 땅 일궈 꽃을 가꾸고, 가진 것 없이 태어나 마음 서러운 아이들 보듬어 안아
글쓰고 바느질 하며 남은 여생 조용히 보내고 싶다.
내 잠시 머물다 떠나갈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가꾸어 놓고 가는 일이 소임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