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반사

729호 46년 지기

멀리 가는 향기 2016. 1. 26. 11:36

 

 

 

   

2016년 1월 24일 가장 춥다는 날

대만 육달상직 교직원 방문단(메르스 때문에 7월 일정이 미뤄진 것)환영을 나갔다.

 

 

육달 상직 교직원 12분과 환영 나온 경성고교 교감 선생님 일행과 기념 촬영.

(경성고교는 고정욱 선생의 모교 , 그는  '자랑스런 경성인' 상을 받았다.)

 

 

내복 사들고 온 승환이가  증소금 선생이 입국장에서 나오자마자

다운 조끼 입혀 드리고 목도리, 귀마개,장갑으로 중무장 시켰다.

 

 

25일,  일행들이 롯데월드에서 즐기는 동안 ,

이하영 선생이  우리와 합류해서 아침고요수목원 야간 개장하는 별빛 정원으로 왔다.

 

 

 증 선생은  67년 인생에 눈을 , 겨울 칼바람을  처음 맛 보았다.  벌벌 떨면서도 바닥에 쌓인 눈을 어찌나 신기하게 보던지.

 

 

온실의 꽃들은 지열과 햇볕으로 개화시기를 조정한다고.

 

5시20분에 별빛정원 점등식을 한다기에  카페에서 몸 녹이고  저녁을 먹고  기다렸다.

 

 

꼬마전등들이 피워낸 꽃

 

 

남동생은   폰을 흔들어 사진 찍기 놀이를.....

 

우리가 청춘 남녀 일 때는 이런 데이트 코스는 꿈도 못 꿨다.

 

 

 

우리도 청춘 남녀들처럼

 

 

큐피트 화살 놀이도 하고

 

 

신데렐라 호박마차도 타보고

 

벌벌 떨며 놀다 동태가 되었는데 자동차가 방전이 되었다.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그가 멀미를 해서 어찌나 미안하던지.

 

 

 

 집에 오자마자 추위에 고생한 두 분께 박 아무개가 보낸 녹용 넣은 쌍화탕을  따끈하게 데워드리고,

거실에 다과상을 차렸다.

 

 

'오징어 오림'을 안주로 준비했다.(남동생에게 술 선물을 하는 그지만  건강 때문에 술을 사양했다)

 

 

 

궁중에서 큰 상 고임 때 장식용으로 봉황이나 공작을 오렸다.반가에서도 결혼, 환갑 잔치때 만들었다.

나는' KBS 으뜸주부를 찻습니다' 합숙 때 전주 대표로 뽑혀 오신분 어깨 너머로 보았다가 내 방식대로 꽃을 오리는 거다. 

 

 

집에서 말린 곶감에 호두 넣어서 '곶감말이'를  만들었다.

 

'곶감 호두말이'는 정월 다과상 차림으로  기품이 있다.

그가 너무 예뻐서 못 먹겠다기에 나중에 드시라고 담아드렸다.

 

그는 심근경색 수술을 받은 뒤로 기름진 음식을 조심하고 꾸준한 운동으로 체중을 줄였다.

그래서 케잌 대신 떡케잌을 만들었다.

 

 

1월 말에 그는 정년퇴임을 한다.

퇴임을 축하하는 마음도 있지만 어쩌면 이번 여행이 마지막이 될지 모르기에 정성을 보이고 싶었다

자신이 다니던 모교 미술선생으로 청춘을 바친 그에게

그동안 가장 노릇 하느라 수고많으셨다고 앞으로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많이 가지시라고 이야기했다.

 

 

그가 만감이 교차한듯  눈물을 비쳤다. 

우리의 '오작교' 이하영  선생이 그를 다독여 촛불을 껏다.

 

그의 아내 林素英씨가 '향기통신'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며 편지와 귀고리 선물을 보냈다.

 

 

타이빼이 시청 공무원인 임소영씨는 올해 60이 되었단다.

 

내게 어울릴 만한 선물을 고르려고 얼마나 고심했을지 알기에 감사하게 받았다.

 

 

아름다운 추억이 깃든 애장품이 또 하나 늘었다.

 

 

1971년부터 지금까지 그가 보낸 편지와 사진을 정리해서 며느리에게 동영상을 부탁했다.

 

우리의 친교가 46년 동안 이어진 것은  변함없는 그의 마음 씀씀이 덕분이다.

그의 편지는 4-5장 이어지는데 글씨가 첫 문장부터 끝 문장까지 흐트러짐 없이 똑 같다.

시종여일  한결같은 그의 성정이 글씨에서도 드러난다.

 

 

그의 딸 우론이 백일 무렵에 그의 집에 방문했었는데 그애가 조카 륭이랑 28살 동갑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휴일도 없이 일하는데 한국드라마 광이라 했다.

아들 국봉은 아름이랑 동갑인데 애플사 카메라 팀 디자이너로 일한다고.

 

 

2008년 두 번 째 방문이후 8년만에 방문을 한 것이다.

우리는 서로 말이 안 통해서 이하영 선생이 '오작교 '노릇을 해준다.

 

 

남동생이 고등학교  2학년 때 자매결연 학교 미술부와 교류전을 열면서 시작한 펜팔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증 선생이  月亮知道(달님은 알지요 중국어판 제목)를 감명깊게 읽었다기에

제목 번역이 잘 되었냐고 물었다. 동영상 배경 음악으로 깐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月亮代表我的心

  과 뜻이 같다고 했다.

 

月亮代表我的心

달은 내 마음을 알아요

                                              등려군

 

你问我爱你有多深 我爱你有机分

당신은 내게 묻지요.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냐고.

我的情也真 我的爱也真 月亮代表我的心

내 사랑은 변치 않아요. 저 달은 내 마음을 알아요.

你问我爱你有多深 我爱你有机分

당신은 내게 묻지요.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냐고.

我的情不移 我的爱不变 月亮代表我的心

내 사랑은 변하지 않아. 저 달은 내 마음을 알아요.

轻轻的一个吻 已经打动我的心

부드러운 입맞춤은 벌써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어요

深深的一段情 教我思念到如今

당신의 깊은 사랑이 이토록 그리워하게 하네요.

你问我爱你有多深 我爱你有机分

당신은 내게 묻지요.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냐고.

你去想一想 你去看一看, 月亮代表我的心

가만히 찬찬히 생각해보세요. 저 달은 내 마음을 알아요.

 

 

 

 

 

 

그동안 만들고 수집한 인형 목록을 남동생이 책으로 만들었다.

 

 

나의 애장품 1호는 우리 남편이 만들어 준  돌하우스다.

 

 

남편은 몸속에서 암덩이가 자라는 줄도 모른채 이 인형의 집을 만들었고 문짝을 달지 못한 채 떠났다.

 

 

 

제페닝 캐비닛에 꾸민 돌하우스도 보여주고

 

 

작은 소품 하나 하나  만들고 수집한 재미를 이야기 했다.

 

영국의 국민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 미국의 국민작가' 타샤튜더' 처럼 살다가는 게 내 소원이다.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 ' 초판본이 나왔을 때 조선의 정궁 경복궁이 지어졌다는 이야기도.

 

세계 유명 인사들의 인생은  얼마나 드라마틱 한가.

 

'꿈꾸는 인형의집'을 쓰게 된 배경도 들려드리고.

 

.

 

아들은 행여 증 선생이  감기 들까봐  여러종류 핫 팩을 사오고 오리털 파카를 가져왔다.

방안의 보일러 온도를 높이고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자정 가까운 시각에 오작교 선생이 퇴근을 하자 증 선생이 말도 안 통하는데 어쩌냐고 ,

 

 

 끼치는 거 아니냐고 걱정을 하기에

 한국 사람들은 귀한 손님은 집에서 모신다고 이야기 했다.

 

 

 

 

29일 , 홍익디자인고, 서일 국제 경영고교, 청주 대성 고교 청주대학교 방문 일정 마치고  경주 까지 다녀온

증 선생을 아름이가 호텔로 찾아왔다.

 

꽃다발 대신 시들지 않는 꽃을 수 놓아서 보우 타이를 만들었더니 평생 간직하겠다며 좋아 했다.

 

 

그의 아내에게 선물할 다운 자켓 쇼핑을 돕고 호텔로 돌아왔는데 선물과 쇼핑 보따리가 장난 아니다.

 

 

세 사람이 들러 붙어 짐 정리하는데 한시간 반이 걸렸다. 자그만치 보따리가 다섯 개.

이하영 선생은 말 할 것도 없고 승환이가 애써서 도왔다.

자정이 넘어 헤어지면서  그가 말했다.  건강하기만 하면 언젠가 또 만나게 될 것이라고.

 

 

30일, 그분들은 차이나 타운 공화춘에서 자장면을 드시고 4시 비행기로 출국을 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생활 습관이 다르지만  우리는 마음이 통하는 글로벌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