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2호 달빛 아래 소나무숲
우리가 터잡은 원주 지정면 월송리 '달빛 아래 소나무숲' 은
기업도시와 골프장 오크벨리 사이에 있다.
년 말에 평창가는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서울서 50여분거리 ,경기도나 다름없다.
섬강을 끼고 굽이도는 4만여 평 임야에 몇 군데 뷰가 좋은 곳을 골라 산을 깎고 땅을 편편하게 골라 놓았을 뿐이다.
남들이 보면 '우공이산' 이라 할 일을 시작하려고 한다.
인형의 집 박물관, 숲속도서관, 체험 학습용 비닐 하우스 , 비밀의 화원, 북스테이용 몽골 게르와 인디안 티피 , 동물 농장.
꿈꾸는 이상은 높고 자본은 없다.
집터를 어디다 정할 거냐고 묻던 박 교장 선생이 물었다.
"모아 놓은 돈 있습니까?"
모아놓은 재산이 없으니 신역이 고달프고 갈 길이 멀다.
궁리로 세월을 보낼 게 아니라 걸음마를 시작하는 어린 아이처럼 서툴더러도 걸음마를 시작 하는 게 옳다.
연못가에 느릅나무 연리지가 있다. 태풍에 가지가 부러졌는데 가지는 땅을 의지하고 목숨부지를 했다.
나는 이 장송에 벤치를 놓고 새장 같은 미니 라이브러리를 만들어 시집을 가득 채워 놓을 것이다.
시흥 연꽃테마 파크 갔을 때 김순분 과장이 사준 연자 싹을 틔워 연못에 던져놓았다.
뿌리 박지 못하고 떠 있는 놈들을 찾아내 심어주고 청소를 해줬다.
엄니 모시고 강변 길을 걸었는데 다행히 염소들이 풀을 뜯어 먹어서 길이 험하지 않았다.
다래덩쿨이 우거지고 가새뽕 나무에 뽕이 다닥다닥 열렸다.
엄니는 지치도 캐고 취도 뜯었다. 아직도
"뭐들라고 사람 구경도 못하는 산골짜기로 왔는가 모르것다."고 못마땅해 하신다.
섬강 1경으로 불리는 것은 '호암'이라 불리는 바위 때문이다. 바위 사이에 삼 백살은 족히 넘었을 소나무가 뿌리 박았다.
시동생이 다니러 온 날 나도 호암 바위에 기어올라 가 보았다.
건설회사에 몸 담은 시동생이 이런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름이 담임이셨던 박 재형 교장 선생도 전국 체전에 참가한 펜싱팀 사기 진작차 원주에 오셨다가 들렀다.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재주 많은 이 양반이 풍수를 보실 줄 아셨다.
호암을 보고 기가 쎈 땅인줄 짐작 하셨다가 강가에 내려와 보시곤 편안하다고 했다.
남동생은 아침 저녁 집터로 염두에 둔 땅을 해가 들 때오 질 때 뷰가 어찌 달라지는지 사진을 찍으며 관찰 중이다.
귀촌 교육도 받고 관의 도움도 받아야 하고 행정적인 절차도 밟아야 한다.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고 집은 언제 지을 거냐 물으신다.
"아직도 심사숙고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