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8호 아낌없이 사랑하라
사촌 동생 환갑 생일 축하를 어찌 해줄까 궁리를 하다 둘이 여행을 다녀오라 했더니만,
동생댁이 부부 동반 여행을 해 본 적도 없고 소 닭 보듯 지낸다며 푸념을 했다.
집집마다 속사정을 들어 보면 금슬 좋게 노년을 보내는 부부가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세파에 시달리다 보면 서로 자신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기에 오해도 곡해도 생기기 마련이다.
배우자가 곁에 있다는 건 축복이다.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동반자가 있다는 건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동생 부부를 위한 날을 잡고 옷을 세트로 입혀서 쁘띠 프랑스와 스위스 마을로 나들이를 했다.
아내들이 큰 걸 바라는 건 아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도 행복감을 느끼고 재충전을 하는 것이다.
동생댁 웃음소리가 하이톤으로 날아다녔으니 한동안 약발이 유지될 것이다.
손을 잡고 외국 여행 온 기분을 내라는 내 주문에 쑥스러워 하면서도 마다 않는 동생이나
내가 만들어 준 옷을 입고 '형님 덕에 공주 옷을 입어 본다'는 동생댁도 사진 놀이를 즐겼다.
부부관계도 기브 앤 테이크다.
상대을 얼마나 존중해주느냐 상대의 말을 얼마나 경청하는가에 혼인관계의 성패가 달렸다.
"남이 안 보면 갖다 버리고 싶은 게 가족"이라고 했다.
아주 가까운 사이 일수록 서로에게 거는 기대가 커 뼈아픈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말이다.
며칠 전에 사촌 시누 남편 문병을 다녀왔다.
큰 시누님은 우리 어머니와 동갑이신데도 현역으로 일하신다.
남편의 병세를 설명하는 중에도 연신 남편의 몸을 쓰다듬었다.
남편을 깍듯이 공대를 하고 존중을 하는 모습은 연세 들어서도 변함이 없다.
그 양반이 아내와 자식들에게 존경을 받는 것은 젊은 시절부터 지아비와 아버지의 책무를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 노력은 남편뿐만 아니라 아내도 애써야 하는 건 당연지사.
노년의 혼인관계가 위태롭다.
해혼, 졸혼, 만혼의 다양한 형태로 결혼문화가 변화되고 있단다.
인도에는 부부가 자식키우며 열심히 살다가 자녀가 결혼하면 각자 원하는대로
사는 해혼 '解婚'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마하트마 간디는 서른 일곱 살에
아내에게 혼인 관계를 풀어준 뒤 고행의 길을 떠났다고 한다.
작가 스기야먀 유미코는 부부가 시간 맞춰 같이 밥먹고 가족여행 다니는것도 부담스러워지자
결혼틀은 유지하되 각자 자유롭게 살기로 하고 한 달에 두어번 만나 식사를 한단다.
그녀는 '卒婚을 권함'이라는 책에서
'기존 결혼 형태를 졸업하고 서로 자기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로 사는 것' 을 주장했디. 해혼 , 졸혼,'만년晩年 결혼'을 하는 이들이 많아 질 지도 모른다.
우리도황혼 이혼이 늘고
50~60대 남녀 절반이 "남은 인생은 나를 위해 살겠다"고 여론 조사에서 밝혔다고 한다.
뼈 속 까지 가부장적인 교육을 받은 우리 어머니가 들으면 기가 찰 노릇이지만 ,
결혼의 의무를 다한 뒤 '따로 또 같이' 친구처럼 지내는 것을'백년해로' 라고 부를지 모른다 한다.
큰 동생이 식사 대접하겠다고 맛집 검색에 실패 했지만 , 우연히 얻어걸린 식당들이 건강한 밥상을 차려주었다.
서로 아낌 없이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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