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반사
795회 10주기
멀리 가는 향기
2016. 12. 27. 16:08
남편이 세브란스 병원 암병동에서 투병 중 일 때
우리 내외랑 동갑인 조 기장님은 위암 말기라 몰핀 주사로 연명하고 있었다.
그가 11월 30일에 세상을 뜨고 남편도 22일 뒤에 떠났다.
조 기장의 아내 윤주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어제 윤주 아빠 10주기 제사 지냈어요. ............ 우리 그동안 잘 살았죠?"
"그럼. 잘 지냈어. 상 받을 만 해."
그 말을 하는데 왈칵 목이 메었다.
나는 10년 세월이 흐른 줄도 모르고 있다가 문득 가슴이 시렸다.
세월이 약이라더니 그렇게 저렿게 상처가 아무는구나 싶었다.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늘 기분이 다운되었다.
남편 기일 앞두고 기분을 업 시키려고 평소 만들고 싶었던 앙금 떡 케이크 원데이 클레스를 들었다.
백설기에 과일을 올리고 한천을 녹여 시스루 떡 케익을 만들었다.
제과점 케익은 진저리치게 달아서 안 먹는다.
천연재료를 이용한 달지 않은 떡 캐익과 꽃차를 매치 시키려고 배운 것.
이브날이 며느리 생일인데 아이들이 논다니까 겸사겸사 남편을 찾아가기로 했다.
기온이 뚝 떨어졌는데 엄니는 모자를 안 쓰고 나오셨다. 스카프로 두건을 씌워 드렸더니 아름이가 펑키하다고 놀렸다.
귀밑 머리 파뿌리 되도록 해로 하자던 맹세를 저버리고 떠난 사람은 하늘에서 잘 살테니,
속 상하고 아픈 기억은 잊어 버리고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것만 가슴에 쟁여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