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일기

916회 판대리

멀리 가는 향기 2018. 10. 28. 15:36

수탉들이 울면 잠이 깬다.  5시 30분 기상.

어머니는 늦잠 주무시게 두고 동생과 집을 나선다.


안개가 짙어  앞이 안 보이는 길을 달린다.



가을 걷이 끝난 논과 밭을 지나 십 여분  달리면


우리가 집 지을 판대리 터가 나온다.


지금 살고 있는 월송리는 서원주 IC가 개통 되면서 밤낮 없이 차량 소음에 시달린다.

집 지을 곳은 출렁다리가 있는 소금산 자락인데 기차가 지나갈 때 말고는 조용하다. 

작년에 농업기술 센터에서 귀농 귀촌 수업을 100시간 들었는데  그때 만난  수강생 중에는  땅을 속아서 산 사람들이 많았다. 

그 사람들은 부동산업자 말만 믿고 샀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살고싶은 곳이 정해지면  그곳에 내려가 살아보고,

지역 사람들과 안면을 튼 다음에 지역 속내를 파악한 다음 땅을 계약 해야 한다.



기다림 끝에 6월 26일 건축허가가 떨어졌다.

서류가 시청 부서마다  돌며 허가 나기 까지 부지하세월이라 성미 급한 사람은 숨 넘어 갈 지경.

진입로 공사 마무리 하고 전봇대까지 세웠다.

이제 관정 공사를 해야한다.  지하수 양이 얼마나 될지 수맥을 찾는 사람 실력에 맡기는 수밖에.

지난 번 태풍 소식에 동생과 경사 지면을 덮었다. 

이곳에 씨앗을 뿌릴 생각.

초봄에 노오란 갓꽃이 피고  양귀비가 피고 샤스타 데이지가 피고 구절초가 피어  봄 여름 가을 만발 할 것이다.

바깥 일이 바빠 여태 꽃씨를 못 뿌렸다.


바윗덩이가 나오지 않아 공사는 수월 했다.

흙이 진흙이라 장화에 쩍쩍 달라 붙으니 경사면 흙이 흘려내릴 걱정도 덜었다.



건물을 앉힐 곳이  서남향이라. 온 종일 해가 든다.

추위 타는 내가 고생을 덜 하겠고.  어머니는 앞이 탁 틔여서 속이 시원하다신다.


산에  밤나무가 400여 그루 있어서  대부분 베어냈다.

밤이 알이 굵어서 아깝긴 했지만.  남겨둔 나무로도 충분할 것이다.


경사지에 축대를 쌓는 등  토목 공사 일이 많지만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될 수 있는대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집 지을 방법을 연구 중이다.


첫째 환경 보존이고

둘째 건축 재료를 재생 가능한 것을 사용하고  자원을 최소로 사용 할 것

세째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태양열 시스템을 도입 하고,.

네째 건물 지을 자리 만큼  토양 생태계를 파괴 했기에 식물을 심고 가꿀  생각이다.


안개가 걷히며 아랫 마을이 내려다 보이기 시작,

올 겨울,  잡목들 베어내며 오솔길을 만들 것이다.

 동생이 오솔길을 만들면  나는 지형 지세를 살피며 환경에 맞는 식물을 심을 자리를 만들 것이다.

꽃들을 심고 가꾸는 일이 노동이지만 결국 아름다움을 꽃 피우는 일이니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