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3회 동동숲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
5월 31일 남부터미널에서 위정현과 고성행 시외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 이창건 회장님, 길지연 , 문정옥, 서석영을 만났다.
고성 터미널에 도착해서 위정현과 화가 오치근을 기다렸다.
오치근 작가가 계수나무에서 출간할 그림책 배경을 취재 하는데 동행을 하기로 했다.
마을 고샅의 돌담들이 예술이다.
학동 마을 돌담 마을은 임진왜란 공신 최균의 후손 최형태 공이 하늘에서 학이 내려와 알을 품는 꿈을 꾸고 찾은 명지. 이 곳에 정착하여 학동이라 이름짓고 전주 최씨 집성촌을 이루었다.
수많은 문화재 급 건축물과 시설들이 있으며 경남 3대 양반촌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찾아간 전주 최씨 고택은 종손 혼자 지키고 있었다.
종부는 서울 아들 집에서 손주 보다가 주말에 내려와 고택을 돌본단다.
이 댁의 윗대 할머니께서 식구들과 마루에서 저녁을 자시는데, 산에서 호랑이가 내려와 뜰방에 있던 개를 물어갔단다.
남정네들도 놀라 혼비백산 벌벌 떠는데. 이 할머니가 놋대야를 두드리며 호랑이를 쫒아 산으로 갔단다.
호랑이를 물리치고 개를 구해 온 할머니 이야기가 그림 동화로 만들어 질 예정.
담장이며 층계, 축사 까지 개석으로 쌓은 곳은 전국에서 유일하다고.
이 곳에 개석이라 부르는 돌이 많다,
뜰방에 돌로 쌓아 만든 개집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댁 어른들이 축생을 얼마나 귀히 여기는지 짐작 된다.
개집 지붕이 판석이라 이곳에 고추 호박 나물 등을 널어 말릴 수 있다.
개석으로 쌓아 지은 마굿간도 전국 유일 무이.
우리가 뒤란에 있는 가묘(사당) 구경을 히는 사이 ,오치근 화가가 담장에 올라가 화폭에 담을 장면들을 찍었다.
마침 종부가 계셔서 차 대접도 받고 시어른 계시던 시절 이야기도 들려 주었다.
황차를 우려 송화 다식과 흑임자 떡, 귤정과를 곁들여 내왔다.
시어머니께 배웠다는 문어 오림을 보여 주었다.
종부는 하늘이 내린다 했다.
요즘시절에 누가 종부 자리에 시집오려 하겠는가.
예전에는 하인이 많아 할만 했지만 지금은 남의 손을 빌릴 수 없으니 신간이 고될 밖에.
싹싹한 종부가 맛뵈기로 보리수 가지를 꺾어다 주었다.
옆 집 최승지댁 구경을 시켜 주겠다 하여 따라나섰다.
1809년 최필간 공이 큰 댁에서 분가 하여 살던 최필간 고택.
최씨 고가는 전형적인 남부지역 사대부 가옥 형태
안채 후원에 있는 우물은 화강암으로 만든 뚜껑이 있는 전국 유일의 우물. 3개의 구멍은 천 지 인을 뜻한다고.
일 설에는 장수, 부귀 ,다남을 의미한다 하기도.
이 마을 문화재급 유물들이 전시된 겔러리를 찾아갔다고 문이 닫혀서 종손댁으로 왔는데,
종손 깨서 대나무 순을 삶고 계셨다. 금방 삶아낸 죽순을 맛 보았는데 나눠 주시기 까지.
오치근 화가가 가족과 함께 방문했을 때 화가의 일곱살 딸 아이가 그렸다는 초상화를 보여 주셨다.
아버지 유전인자를 받은 예비 화가는 할아버지에게 머리숱을 선물했다.
온돌방에서 자고 가라는 걸 뿌리 치고 차에 올랐는데,
주차장으로 뒤쫒아 온 종부가 패트병에 든 쌀을 흔들어 보이며 가저가 밥 해 먹으란다.
이게 시골 인심이다.
동동 숲으로 달려와서 늦은 저녁을 먹고 반가운 이들과 담소.
술판이 어울어졌기에 2층으로 올라 와 자리에 누웠다.
토요일, 새벽에 산책을 하면서 수국 600 여 그루를 심었다는 곳으로 갔다.
산비탈에 오솔길을 내고 축대를 쌓고............ 그 노고는 일을 안 해 본 사람은 짐작도 못한다.
거기다 수국 600여 그루를 심고. 가물어서 페트 병에 물을 담아다 부어 주었다니......
그야말로 지극 정성이다.
훗날 이곳이 수국천지가 될 상상으로 그 고생을 감내 하셨을 터이다.
수국은 제주, 거제 통영이 생육환경 최적지다 보니 물을 많이 줘야 하고 반음지에서 잘 자리니 공이 많이 든다.
텃밭을 가꾼 손길이 얌전하다.
벌통도 더러 눈에 띄였다. 해가 갈 수록 하나 둘 모양새를 잡아가는 동동숲이다 .
세 분 선생님의 일손을 돕는 부지런한 발길들이 있어 둘러 보는 마음이 편했다.
이가을 선생님은 전 날 오셔서 퀼트 전시회 준비를 하셨단다.
틈틈이 짬짬이 공들여 만든 작품들을 선 보여 주셨다.
일손을 돕겠다고 일찍 달려온 이들이 감자껍질 까고 주방 일을 거들었다.
한 쪽에선 연기리 주민들의 농산물 마트를 열었다.
해마다 소산 황미숙이 손님들에게 차 대접을 한다. 꽃을 따다가 작은 꽃 병에 꽃는 일을 거들었다.
허명남은 숙소 청소를 도맡아 한다. 부산 글나라 출신 작가들과 이야기꽃를 피우는데
사진 전을 열 정도로 사진에 조예가 깊다는 박정화 작가가 내 의상이 산 딸나무와 어울린다며 몇 컷 더 찍어 주었다.
반가운 얼굴들이 속속 당도 하고 ,
향기통신을 김재원 선생이 글나라 카페에 올리는데 매번 댓글을 다는 '들장미'가 누군가 궁금했었다.
실명을 알게 된데다 척 보니 센스가 있어 더 반가웠다.
고성시 여성 합창단원들이 노래로 열린 아동 문학상 시상식을 시작했다.
박선미 작가의 열린 아동문학상 경과 보고에 이어
운영 위원 소중애 작가의 축사가 이어지고
이규희 심사위원장의 심사평이 있었다.
동화 부문 수상자 이금이, 동시부문 수상자 박혜선
수상자에겐 상금보다 더 풍성한 부상들이 주어진다.
상품들이 줄줄이 사탕. 트럭에 싣고가야할 판
수상축하 공연에 요절 복통.
창원에서 왔다는 어린이 합창단은 프로급 퍼포먼스로
청중들의 넉을 빼 놓았다.
사회를 보던 배익천 선배가 멍석을 깔아준 감로 선생을 무대로 불러 올려 소회를 들었다.
이후, 후배들이 불러 내서 들락날락 시상식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예원 선생이 차린 맛갈스런 저녁을 먹었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삼백 명은 될 듯 싶은 손님을 대접하는 손길에 죄송한 마음이 든다.
문학상 행사를 위해 여섯 끼를 준비 해야 한다니 ............ 할 말을 잃고 만다.
많은 분들이 울력을 하지만, 화가 이영원 선생의 아이디어와 일러스트는 세련미를 더한다.
행사를 지켜보는 내내 시종 흐뭇한 마음일 수 있는 건 드러내지 않고 돕는 미음들이 있기 때문 .
서울 광화문에 11시경에 도착. 강릉행 케이티엑스 막차는 끊겼다.
위정현과 강벼리 작가 아파트로 가기로 했다.
벼리씨도 동문 모임에 참석하느라 그 시각까지 밖에 있다기에 함께 들어갔다.
그날 밤 그녀의 아파트엔 우리 말고 아들 손님도 들었다. ㅎㅎ
일요일, 늦은 아침을 먹고 청량리 역으로 가던 중
오랜만에 엔틱 상점에 들러 보고 싶었다.
동묘 만물상단 사장은 물건을 영국과 프랑스에서 직겁 초이스 해온다.
물건이 빠져서 다음 달 프랑스에서 들어오는 컨테이너 기다리라고 귀뜸 .
벨기에서 초이스 해왔다는 수실 수닙박스가 마음에 들었다.
워낙 비싸게 사와서 50만원 이하로 네고가 안된다 해서 포기.
벨기에는 레이스 종주국이라 값비싼 바느질 용구들이 많다.
다리미용 무쇠 난로는 처음 보았다. 아마도 세탁소나 양복점에서 사용 했을 듯.
내가 엔틱에 매료 당한 이유 중 하나는 물건에 장인 정신이 깃들었고
정성이 느껴져서 볼 수록 정이 가는 까닭이다.
2박 3일 집을 비운 댓가가 컷다.
역에서 바로 판대리 현장 가서 잔디 물주고, 집으로 오자마자 꽃밭에 물주기.
고무호스에 달린 분사기가 없어 물조리에 담아서 들고 다니기를 한 시간.
아이고 내 팔자야 소리가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