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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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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754호 뮤지엄 산

멀리 가는 향기 2016. 6. 12. 21:03

싱가폴에서 서울에 다니러 온 전영미씨가  원주로 오겠다기에 가을 선생님께 기별을 했다.


2009년 가을 선생님과 싱가폴에 갔을 때  그녀는  손맛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한식 전문점 <창>을 운영하고 있었다.


 


실내 인테리어로도 안 주인의 고급진 안목을 유감없이 드러냈지만,
색색 고명을 얹은 음식을 돋보이는 도자기 식기에 담아내고
후식으로 내오는 매작과와 화전은 외국인의 눈과 입을 호강시키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스패니쉬 레스토랑을 개업했단다.


이렇게  아름다운 레스토랑을 오픈하느라 몸이 아팠던  모양이다.

그동안 일 때문에 서울에 들락거렸지만 이번엔 여유있게 다녀간다고 했다.


원주에서 세 사람이 뭉쳤다. 황금같은 시간을 어찌 보낼까 궁리하다가  집 근처 오크벨리로 가기로 했다.


하늘과 산이 예술과 만나는 원주 '뮤지엄 산'

골프장, 스키장, 콘도미니엄, 수영장 등 레저시설을  갖춘 원주 오크밸리의 골프빌리지 안쪽 깊숙한 곳에 '뮤지엄 산'이 있다.


 

미술관 입장을 위해 50미터 길을 걸어야 한다.

마치 식사 전에  에피타이저를 맛보듯





패랭이꽃 만발한 플라워 가든을 지나



자작나무 오솔길을 거닐어





  파이프형 금속을 잘라 만든  '아치 웨이'를 통과하면 미술관이다.



워터가든을 지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노출 콘크리트와 벌꿀색  자연석으로 지은 독특한 건물을 만나게 된다.


 안도 다다오는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한 뒤 1969년 안도 다다오 건축연구소를 설립했다. 건축물에 빛과 그림자의 철학을 입힌 게릴라 건축가로 알려져 있다. 안도의 작품으로 제주도의 본태박물관, 휘닉스아일랜드 글라스하우스와 서울시의 재능교육 혜화문화센터 등이 있다.


 


페이퍼갤러리는  1997년 국내 최초 종이 전문 박물관으로 개관한 전주시의 한솔종이박물관에서 출발했단다.

복도의 노출 콘크리트에 손을 대보았더니 한지처럼  부드럽다. (스물세 번이나 샌드페이퍼로 문질러 정성을 들였다고) 

갤러리 앞에 파피루스 온실이 있다.

 '페이퍼'의 어원 '파피루스' 기원전 3000년경부터 이집트 나일강 유역에서 이 수생식물을 기록 매체로 활용했다. 

파피루스는 음식, 배, 샌들, 매트, 치료약 등을 만들었다.


 페이퍼갤러리 1실로 들어서면 종이의 발명, 종이 이전의 글쓰기 재료, 제지 기술의 전파와 발전 등을 알기 쉽게 정리해놓았다.


1953년에 독일에서 만든 종이 만드는 기계


고서 갈피가 너덜너덜 한 것을 보면  뭉클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또 읽으며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았을까?

편집이 아름다워서 한참 들여다 보았다.


구텐베르그 성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구텐베르크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도박으로 탕진했다.

그는 도박장에서 돈을 벌기 위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도박에 사용되던 골패의 목판 인쇄를 구리를 녹여  금속활자를 만드는데 성공을 하게 된다.


활자 인쇄를 발명한 구텐베르크는 주로 면죄부를 찍어서 돈을 벌었다. 

당시 성서는 양피지에 필사한 필사본 밖에 없던 시대라  값비싼 양피지 성서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간파하고 대량으로 성서를 출판했다. 이 때 출판된 성서 한 권 값이 사제의 3년 치 월급 정도 되었기 때문에 그는 순식간에 재산을 모을 수 있었다.


 돈에 대한 그의 욕망과 사업 수완이 금속 활판 인쇄술의 발전을 가져왔고, 그로 인해 많은 책들이 출판되면서 지식 독점이 무너지고 그로 인해 의식 개혁, 종교 개혁 등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인류 역사로 보면 구텐베르크의 금속 활자는 공민왕(21년, 1372) 때 고려에서 만들어진 <직지심체요절>(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보다 70여 년이나 늦게 발명된 것이다.


구텐베르크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금속활자를 발명하여 성서를 찍어 내었다.

 그러나 우리의 금속 활자는 학승들의  교과서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 하에서 <직지심체요절>을 간행한 것이다.




닥나무에서 종이가 만들어지는  과정

페이퍼 겔러리 1실을 나오면 워터가든으로 연결 된다.

검은 자갈 위에 물이 찰랑찰랑.  가상자리 물막이의  비스듬한 각도와 수평이 만든 물의 정원.( 매일 8000톤의 물이 순환 된다고)




규방 도구를 수납하던 함

종이 반짇고리

색실보관 주머니

지슨으로 만든 그릇

종이로 만든 호랑이베개

한지 옷본

양재 교육서

벼슬아치들의 의관함

종이를 들고 있으면 글씨가 나타난다.



엽서에 색칠하고 편지를 써서 우편함에 넣으면 편지가 배달 된다. 



                          조지 시걸의  '두 벤치 위의 연인' 

스톤 가든의 조각 작품들

경주 고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스톤가든.


제임스 터렐관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1943년 캘리포니아 출생. 포모나대에서 지각심리학, 지리학, 천문학 등 공부. 클레어몬트대학원에서 미술 석사. 1960년대 중반부터 로버트 어윈(Robert Irwin), 더그 윌러(Doug Wheeler) 등의 작가와 함께 ‘Light and Space’ 그룹으로 활동.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1976), 휘트니미술관(1980 뉴욕), 이스라엘박물관(1982 예루살렘), LA현대미술관(1984), 모마PS1(1990 뉴욕), 글래드스톤갤러리(1994 뉴욕), IVAM (2004 발렌시아), 가고시안갤러리(2010 런던),  LA주립미술관(2013),  휴스턴미술관(2013)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 개최.


어둠 속을 조심조심 걸어들어가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다


눈 앞에 있는 정사각 프레임

계단을 조심스레 올라  액자 프레임 같은 화면 속으로 들어가면





오리무중



마치 안개 속에 휩싸인 것 갗은 착시 .

새하얀 벽을 통과한 빛에 의해 피안의 세계에 들어 온듯  환상을 경험한다.





우리는 '무진기행'을 했다.


또 다른 사각프레임을 향해 계단을 올랐더니 

 눈 앞에 펼쳐진 허공.


問余何事棲碧山(문여하사서벽산) 왜 산에 사느냐고 내게 묻기에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웃음으로 대답하니 마음이 한가롭네
桃花流水杳然去(도화유수묘연거) 물위로 복사꽃 아득히 떠가니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이곳이 별천지, 인간 세상이 아니어라.


이백의 산중문답 귀절 '이곳이 별천지' 가
떠오르는 ............












다시 스톤, 워터가든 을 거슬러


플라워 가든을  걸어나오면 4.6km 거리를 산책하는 것으로 미술 관 산책이 끝난다.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 2길  260  뮤지엄 산

매주 월요일 휴관  11:00-17:30

           뮤지엄 입장권 대인 28000원  소인 18000원   청조 갤러리  입장료 15000원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정규, 이쾌대, 최욱경 . 또 장욱진, 유영국, 이우환  이대원, 박고석

접하기 힘든 한국 근·현대 작가의 수작이 대거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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