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살다 보니 이런 날도 9

1240회 남편 폭력에서 해방된 박정원 어르신

여자는 사흘거리로 두둘겨 패야한다던 폭력 남편이 죽기 직전   "같이 죽지". 박정원  84세 (1941년생)원주 만종에서 태어나  19살에 친청언니 소개로 23살 남편 만나  호저면 산현리에 살다가마골에서  5녀 1남을 키웠다. 그동안  가슴속에 묻어뒀던 속 아픈 얘기 다 털어버리세요.   친정 형편은 별로 어렵지 않았고 딸 부자집 막내예요. 언니 다섯에 오빠 둘 8남매고요.  6.25 나면서 오빠하고 조카들하고 칠봉 언니네로 피난 갔어요. 모심을 때가 돼서 못자리 보러 집에 왔는데, 정서방네가 이북 들어갔다 와서 자기네 하고 빨갱이 노릇 안 한다고 오빠하고 친구를 경찰서로 끌고갔어요.  오빠 친구 부인이 밥을 해 경찰서에 이고 가니까, 어떤 아저씨가 엊저녁에 들어온 두 사람 총살 시켰다고 하더래.가 ..

1239회 격동의 근 현대사를 겪어낸 김영남 마리아 어르신

104세 김영남 어르신 장수 비결은  소식과 부지런.  어르신 귀가 어두워  막내 아들 김남원 신부님과 인터뷰를 했다. 김영남 마리아 (104세) 1921년 생 18살에  21살 김봉조 씨와 중매로 만나 삼척 용화에 사시다 말년에 막내 아드님 과 함께 사신다.9남매를 낳아  6남 1녀를 키우셨다.   부모님 결혼 생활은 어떠셨어요? 강원도 삼척 용화 바닷가 마을에서 사셨어요. 아버지는 배를 만드는 대목이라 북한 원산만 함흥까지  일하러 다니셨대요. 분단 이후에는 삼척 묵호 강릉 포항까지 다니며 돗단배를 만드셨어요. 돌아가실 때까지 두 분 사이가 좋으셨어요. 부모님 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더 금슬이 좋으셨어요. 할머니가 젊었을 때 냇물 건너다 외나무 다리에서 떨어져  허리가 기역자로 구부러졌어요. 그런데도..

1235회 시들지 않는 사랑 유명자 어르신

자화상을 그리면서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는데 콧물 눈물이 일기를 다 쓰고도 게속 나온다."서라워 마라. 희망의 날이 기다리고 있다." 유명자 (84세) 1942년생친언니 소개로 3살 연상의  신구용씨를 만나 서른 살에 결혼 . 1녀 1남을 얻었다.서울과 수원에서 살다 남편 고향 간현에 정착. 붉은 벽돌 2층집 마당의  성모상이 눈에 뜨였는데 거실에서 마주 보였다. 남편분이 예초기를 돌려 성모상 주변이 휑하다는 말씀 끝에, "안에 있으니까 벌레가 생기거나 말거나 상관없는데, 꽃이고 풀이고 싹 깍아버렸어. 아무것도 없이.그런데 창을 여니 향긋한 풀 냄새가 나는 거야. 그래,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지."그 연세에 긍정적인 말로 기분 전환을 하고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유명자 어르신의 일과를 여쭸..

1230회 삶과 맞짱 뜬 박철순 어르신

남들은 졸혼도 잘하대. 나도 생각해 봤는데 다 늙어 힘도 없는 늙은이 내처서 뭐해. 마음만 아프지. 그 겨울에 추운데 애들하고 달팽이 주워서 먹고 살겠다고 그 고생 한 것 생각하믄..........박철순 (78세)  1947년생서울에서 나고 자라 일곱살 연상의 남편과 연애결혼. 슬하에 1녀 1남을 두었다.   간현사람들은 박철순 어르신을  '꽃박사'라 부른다.  동네 사람들에게  꽃 이름을 알려줄 때 무슨 종, 무슨 속, 무슨과 라고 일러주기 때문. 복지관에 수채화 배우러 다니며 그리는 소재도  정원의 꽃이다. 어린이집 원장 소개로 방문했는데 , 얼린 홍시, 다래, 블루베리, 삶은 달걀,  아몬드 등  앉은뱅이 밥상이 그득했다.집 주변 과실 열매들을 말리거나 얼려서 저장한 것들이다.  저장 방법을 들어 ..

1228 회 베짱이 남편과 그냥저냥 살아낸 윤종란 어르신

"누구나 팔자대로 살어.  저도 제 팔자. 나도 제 팔자."나는 지금 죽어도 아무 근심걱정 없어요.윤종란 (79세) 1946년생지정면 장지동에서 나고 자라  22살에 한 동네 총각과  연애 결혼 . 슬하에 2녀 1남을 두었다. 7월 15일 초복날,  수국 꽃다발 묶어 들고 윤종란 여사를 만났다.성격이 수더분하고 화통한  종란 여사 별명은 '먹자씨" .눈에 보이는 건 죄다 먹어서  경로당 어르신들이 그리 부른다고. 배만 부르면 만사형통인 양반. 경로당 어르신들은 오전에 화투놀이 하고 점심 먹고 나서  낮잠 주무시는 중. 종란여사 꽃단장  시켜  아드님 혼자 삼년 째 건축 중인 유럽식 집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실버카  의지해서 걷는 양반이 꼿꼿이 서서 사진 찍히느라   "배우 노릇도 힘들다"며 파안 대소.다..

1199회 속아서 결혼한 함은재 어르신

" 할아버지하고 나하고 차이가 있어.  스무살이나 많았어.변호사 말만 믿고 신랑 얼굴도 못 보고. 결혼식날 신랑 보고 깜짝 놀랐어. 쏙아서 결혼 했어."  개돌이 데리고 산책하다 들른  외딴 집.정신없이 어질러진 여느 시골집과 다르게 살림이 단촐하고 깔끔해서 구석구석 살펴 보았다.집 주변만 돌아봐도 주인이 바지런하고 정리 정돈 잘하는데다  알뜰하고  근면 성실한 사람인 걸  알 수있겠다. 제자리에 정리해 놓은  농기구, 쓰고 남은 지주대도 얌전히 묶어 놓았다.   비료 봉지도 뽑은 풀을 담아  알뜰하게 재사용 했다. 호박덩이 올릴 둔덕에 얌전히 덮은  부직포,  넝쿨 올릴 지주대 곁에 줄세워 놓은 패트병에 담긴 액비. 나무마다 벌레 쫒는  천연 살충제를 매달았다. 그늘막 안에는 버섯 종균을 꽂은  참나무..

1196회 옥희 할머니의 파란만장 시집 살이

박옥희.(88세) 1935년생   17세에 중매로 스무살 지** 씨와 결혼문막 대둔리에서 지정면 장지동으로 시집 와  2녀 2남을  두었다. - 옥희 할머니는  열 일곱살 새색시 때부터  시어머니에게  매타작을 당했다.  시어머니가 술에 취한 날이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퍼붓고  방망이나  농기구 등 손에 잡히는 대로  휘둘렀다.  거기에 남편의 폭력까지 보태져   '보리 뭉탱이 같은 년 ' 으로 불린 옥희 할머니의 시집살이는 파란 만장 했다. 중매 결혼 하셨으면 신랑 얼굴도 못 보고 시집 오셨겠네요? 결혼식날 사람들이 "색시는 착해보이는데 신랑은 새파랗게 얼어서 그런가  쌀쌀맞게 생겼네" 하길래 슬쩍 훔쳐 봤더니 작아도 야무져 보이더라고 " 시집살이를 지독하게 했다고 소문 났던데요?   열 일곱 살에..

'총 맞은 큰애기' 박순임 어르신

박 순임 (91세) 1932년 생 열 아홉에 아홉살 연상 김봉곤과 결혼전북 임실군 덕치면에서  임실면으로 시집와 1녀 4남을 두었다 1962년 서울 상경.    2015년 원주 지정면 이주 야학을 열어 천자문을 가르쳤던 외할아버지는 딸자식들은 학교에 안 보내셨다."계집애들 가르쳐서 시집 보내 놓으면 잘사네 못사네 편지질 해서 못 쓴다"고. 까막눈 어머니의 서울살이가 얼마나 답답하셨으면버스 타고 다닐 때 간판 보고 가나다라 깨우치고,신문 '고바우 ' 만화를 떠듬떠듬 읽다가신문 연재소설 '자고가는 저 구름아'를  빠짐없이 읽으셨단다. 그거 읽을 욕심에  얼른 청소 일 해놓고 ."국민학교 문 턱도 안 넘었어도 쇼팡도 알고 링컨도 안다."어머니의 학교는 책이다.  책을 베껴 쓰며 글자를 연습해 군에 간 손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