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살다 보니 이런 날도 13

1267회 색소폰으로 회춘한 이문승 어르신

- 베트공 보다 물 부족이 더 무서웠어요. 이문승 (78세) 47년생.춘천에서 태어나 상주로 피난갔다가 원주 간현에 정착 . 처 삼촌 소개로 아내를 만나 1녀 3남을 키웠다. 늦더위로 비 오듯 땀이 쏟아지던 날, 지정면 이문승 노인회장 댁을 방문했다. 대문간 허드렛 창고 앞이 단정하게 정리 되었다. 차고 시렁 위로 포도가 주렁주렁 열렸고 거실 창문 앞 석류가 탐스럽게 달렸다. 석류나무가 얼지 않도록 볏짚으로 싸고 비닐을 덮어 보온해주는 손길 덕이다. 대문 앞 란타나는 몽둥이 굵기 외목대로 자라 일곱까지 색깔로 꽃 피어 오가는 이의 눈을 호강 시킨다. 거실에서 에어컨 바람으로 더위를 식힌다음, 연주실이란 명패가 달린 방을 구경했다. 3개의 색소폰과 기타, 아코디언과 음향기기들이 자리한 방...

1258회 고독사 두려운 신순자 어르신

불난 거 무섭다 해도 사람 죽은 게 제일 무서워. 내가 죽어야 잊어버릴 거 아니유.  죽을 때까지 가슴에 담아가유.  신순자 82세. 43년 횡성군 공근면 행정리에서 태어났다. 19살에  8년 연상 남궁운씨와 중매 결혼. 시집살이 3년만에 용문에서 간현으로 분가했다. 삼형제 낳아 둘째 아들을 가슴에 묻었다.  중앙시장 정류장에서 간현 버스 멀었나요? 묻는 할머니가 계셨다.  설 차례 음식 장만하러 오셨다는데 틀니도 없이 흔한 패딩도 못 입으셨다. 몇마디 나누는 동안  측은 지심이 생겼다. 점심을 간현경로당에서 드신다해서 시간 내서  찾아뵈었다.  왼쪽 눈 시력을 잃고 청력도 안좋아 큰 소리로  동문서답 했다. 우울증에 경도인지 장애가 와서  힘든 인터뷰였다. 아픈 기억을 들추느라 입이 바싹 말라 수없이 ..

1255회 복도(福島)를 복토(福土)로 만든 민응규 위원장님

15만 4천평의 복도에  키브츠를 만들고자 원주 최초 트렉터를 들여왔고, 후원 받은 젖소 2마리를  40마리로 키워  HPI 후원금 내고 내셔날 지오그래픽에 보도   민응규(88세) 1937년생.홍천에서 피난 후 52년 간현에 정착. 대전 농민학교 은사 중매로 이해정씨와 결혼 .2남 2녀를 키웠다. 섬강 파크골프 클럽에서 민응규 위원장님을 만나 인근에 있는 댁에서 인터뷰를 했다.  고향이 홍천 서면 모곡인데 모곡리 한서 국민학교 졸업했어요. 당시 아버지는 백 오십호 되는 동네 구장을  봤어요. 6. 25가 터져서 아버님은  국민병 간 사람들 남은 식구들도  데리고 피난 갔어요.  4- 50명을  인솔해서  충북 내수까지 갔다가 국군 수복할 때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피난 안 가고 인민군하고 소잡아 먹던..

1249회 막장 드라마 같은 삶을 산 문옥자 어르신

결혼 4개월 만에 친정다녀 오니까 월세방을 빼 오갈데 없어 시가에서 출산.년년생 둘째 낳고  두 달도 안돼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이 집 나간 남편.  문옥자(83세) 1942년생경남 기장군 철마면에서 나고 자라 27살에 한 동네 동갑 총각과 연애결혼. 29살에 년년생 둘째 아들  임신 중에 종적을 감춘 남편 없이 아들  둘을 키웠다.남편이  배다른 자녀 둘을 데리고 들어와  서울에서 함께 살다  원주로 내려 왔다. 주차장이 있는  뒷문 정원으로 들어선 집의 외양이 단정하다.  \정문으로 이어진 정원의 나무 뿐만 아니라 돌에 쓰인 싯귀에도 정성이 배어 있었다.제작년 12월에 돌아가신 이 댁 바깥 양반 솜씨라 했다.  비깥양반은 기골이 장대하고 목소리도 큰데다 언변이 좋았다 한다. 황토방에서 기거하셨다는데,..

1240회 남편 폭력에서 해방된 박정원 어르신

여자는 사흘거리로 두둘겨 패야한다던 폭력 남편이 죽기 직전   "같이 죽지". 박정원  84세 (1941년생)원주 만종에서 태어나  19살에 친청언니 소개로 23살 남편 만나  호저면 산현리에 살다가마골에서  5녀 1남을 키웠다. 그동안  가슴속에 묻어뒀던 속 아픈 얘기 다 털어버리세요.   친정 형편은 별로 어렵지 않았고 딸 부자집 막내예요. 언니 다섯에 오빠 둘 8남매고요.  6.25 나면서 오빠하고 조카들하고 칠봉 언니네로 피난 갔어요. 모심을 때가 돼서 못자리 보러 집에 왔는데, 정서방네가 이북 들어갔다 와서 자기네 하고 빨갱이 노릇 안 한다고 오빠하고 친구를 경찰서로 끌고갔어요.  오빠 친구 부인이 밥을 해 경찰서에 이고 가니까, 어떤 아저씨가 엊저녁에 들어온 두 사람 총살 시켰다고 하더래.가 ..

1239회 격동의 근 현대사를 겪어낸 김영남 마리아 어르신

104세 김영남 어르신 장수 비결은  소식과 부지런.  어르신 귀가 어두워  막내 아들 김남원 신부님과 인터뷰를 했다. 김영남 마리아 (104세) 1921년 생 18살에  21살 김봉조 씨와 중매로 만나 삼척 용화에 사시다 말년에 막내 아드님 과 함께 사신다.9남매를 낳아  6남 1녀를 키우셨다.   부모님 결혼 생활은 어떠셨어요? 강원도 삼척 용화 바닷가 마을에서 사셨어요. 아버지는 배를 만드는 대목이라 북한 원산만 함흥까지  일하러 다니셨대요. 분단 이후에는 삼척 묵호 강릉 포항까지 다니며 돗단배를 만드셨어요. 돌아가실 때까지 두 분 사이가 좋으셨어요. 부모님 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더 금슬이 좋으셨어요. 할머니가 젊었을 때 냇물 건너다 외나무 다리에서 떨어져  허리가 기역자로 구부러졌어요. 그런데도..

1235회 시들지 않는 사랑 유명자 어르신

자화상을 그리면서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는데 콧물 눈물이 일기를 다 쓰고도 게속 나온다."서라워 마라. 희망의 날이 기다리고 있다." 유명자 (84세) 1942년생친언니 소개로 3살 연상의  신구용씨를 만나 서른 살에 결혼 . 1녀 1남을 얻었다.서울과 수원에서 살다 남편 고향 간현에 정착. 붉은 벽돌 2층집 마당의  성모상이 눈에 뜨였는데 거실에서 마주 보였다. 남편분이 예초기를 돌려 성모상 주변이 휑하다는 말씀 끝에, "안에 있으니까 벌레가 생기거나 말거나 상관없는데, 꽃이고 풀이고 싹 깍아버렸어. 아무것도 없이.그런데 창을 여니 향긋한 풀 냄새가 나는 거야. 그래,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지."그 연세에 긍정적인 말로 기분 전환을 하고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유명자 어르신의 일과를 여쭸..

1230회 삶과 맞짱 뜬 박철순 어르신

남들은 졸혼도 잘하대. 나도 생각해 봤는데 다 늙어 힘도 없는 늙은이 내처서 뭐해. 마음만 아프지. 그 겨울에 추운데 애들하고 달팽이 주워서 먹고 살겠다고 그 고생 한 것 생각하믄..........박철순 (78세)  1947년생서울에서 나고 자라 일곱살 연상의 남편과 연애결혼. 슬하에 1녀 1남을 두었다.   간현사람들은 박철순 어르신을  '꽃박사'라 부른다.  동네 사람들에게  꽃 이름을 알려줄 때 무슨 종, 무슨 속, 무슨과 라고 일러주기 때문. 복지관에 수채화 배우러 다니며 그리는 소재도  정원의 꽃이다. 어린이집 원장 소개로 방문했는데 , 얼린 홍시, 다래, 블루베리, 삶은 달걀,  아몬드 등  앉은뱅이 밥상이 그득했다.집 주변 과실 열매들을 말리거나 얼려서 저장한 것들이다.  저장 방법을 들어 ..

1228 회 베짱이 남편과 그냥저냥 살아낸 윤종란 어르신

"누구나 팔자대로 살어.  저도 제 팔자. 나도 제 팔자."나는 지금 죽어도 아무 근심걱정 없어요.윤종란 (79세) 1946년생지정면 장지동에서 나고 자라  22살에 한 동네 총각과  연애 결혼 . 슬하에 2녀 1남을 두었다. 7월 15일 초복날,  수국 꽃다발 묶어 들고 윤종란 여사를 만났다.성격이 수더분하고 화통한  종란 여사 별명은 '먹자씨" .눈에 보이는 건 죄다 먹어서  경로당 어르신들이 그리 부른다고. 배만 부르면 만사형통인 양반. 경로당 어르신들은 오전에 화투놀이 하고 점심 먹고 나서  낮잠 주무시는 중. 종란여사 꽃단장  시켜  아드님 혼자 삼년 째 건축 중인 유럽식 집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실버카  의지해서 걷는 양반이 꼿꼿이 서서 사진 찍히느라   "배우 노릇도 힘들다"며 파안 대소.다..

1199회 속아서 결혼한 함은재 어르신

" 할아버지하고 나하고 차이가 있어. 스무살이나 많았어.결혼식날 신랑 보고 깜짝 놀랐어. 쏙아서 결혼 했어."함은재 (92) 1932년생21살에 음**씨와 중매 결혼.문막 포진에서  지정면 안창리로 시집 와 1남 4녀를 키웠다. 이른 아침 실버카 끌고 나온 엄씨 할머니가  집 앞 진입로 풀을 뽑고 계셨다."늙은이가 추접게 살면 안되잖아. 잠이 안오면  밖에 나와 별 보고 달 보고 풀도 뽑아."사별후 20년 넘게 혼자 사신다.이틀 전에는 파마하러 가신다고  버스정류장에 30분 일찍 나와  계셨다. 하루 세번 오는 버스 시간 맞춰  일보러 다니고 장도 봐 오신다.   놀러 오라 개돌이 데리고 산책하다 들른  외딴 집.정신없이 어질러진 여느 시골집과 다르게 살림이 단촐하고 깔끔해서 구석구석 살펴 보았다.집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