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살다 보니 이런 날도 4

1199회 속아서 결혼한 함은재 할머니

개돌이 데리고 산책하다 들른 외딴 집. 정신없이 어질러진 여느 시골집과 다르게 살림이 단촐하고 깔끔해서 구석구석 살펴 보았다. 집 주변만 돌아봐도 주인이 바지런하고 정리 정돈 잘하는데다 알뜰하고 근면 성실한 사람인 걸 알 수있겠다. 제자리에 정리해 놓은 농기구, 쓰고 남은 지주대도 얌전히 묶어 놓았다. 비료 봉지도 뽑은 풀을 담아 알뜰하게 재사용 했다. 호박덩이 올릴 둔덕에 얌전히 덮은 부직포, 넝쿨 올릴 지주대 곁에 줄세워 놓은 패트병에 담긴 액비. 나무마다 벌레 쫒는 천연 살충제를 매달았다. 그늘막 안에는 버섯 종균을 꽂은 참나무도 있다 풀 잡은 깔끔한 밭고랑을 보자 마디 굵고 굽은 손가락이 떠올라 마음이 짠했다 모종판에 들깨씨 묻느라 집중한 할머니는 귀가 어두워 내가 지켜 보는 것도 모른다. "아이..

1196회 옥희 할머니의 파란만장 시집 살이

박옥희.(88세) 1935년생 17세에 중매로 스무살 지** 씨와 결혼 문막 대둔리에서 지정면 장지동으로 시집 와 2녀 2남을 두었다. - 옥희 할머니는 열 일곱살 새색시 때부터 시어머니에게 매타작을 당했다. 시어머니가 술에 취한 날이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퍼붓고 방망이나 농기구 등 손에 잡히는 대로 휘둘렀다. 거기에 남편의 폭력까지 보태져 '보리 뭉탱이 같은 년 ' 으로 불린 옥희 할머니의 시집살이는 파란 만장 했다. "중매 결혼 하셨으면 신랑 얼굴도 못 보고 시집 오셨겠네요?" "결혼식날 사람들이 "색시는 착해보이는데 신랑은 새파랗게 얼어서 그런가 쌀쌀맞게 생겼네" 하길래 슬쩍 훔쳐 봤더니 작아도 야무져 보이더라고 " "시집살이를 지독하게 했다고 소문 났던데요? " "열 일곱 살에 시집 왔으니 뭘 ..

총 맞은 큰애기 박순임 할머니

박 순임 (91세) 1932년 생 열 아홉에 아홉살 연상 김봉곤과 결혼 전북 임실군 덕치면에서 임실면으로 시집와 1녀 4남을 두었다 1962년 서울 상경. 2015년 원주 지정면 이주 야학을 열어 천자문을 가르쳤던 외할아버지는 딸자식들은 학교에 안 보내셨다. "계집애들 가르쳐서 시집 보내 놓으면 잘사네 못사네 편지질 해서 못 쓴다"고. 까막눈 어머니의 서울살이가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버스 타고 다닐 때 간판 보고 가나다라 깨우치고, 신문 '고바우 ' 만화를 떠듬떠듬 읽다가 신문 연재소설 '자고가는 저 구름아'를 빠짐없이 읽으셨단다. 그거 읽을 욕심에 얼른 청소 일 해놓고 . "국민학교 문 턱도 안 넘었어도 쇼팡도 알고 링컨도 안다." 어머니의 학교는 책이다. 책을 베껴 쓰며 글자를 연습해 군에 간 손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