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내 마음의시 62

나무가 가장 아름다울 때

나무는 봄 한철 꽃으로 뽐내고 여름내 잎으로 땡볕을 견디고 가을볕에 키운 열매 아낌없이 내주고 한겨울 제 몸 덮을 잎사귀마저 떨구었다. 칼바람 눈보라에 맞선 나무는 전사같다. 모든것 버리고 비워낸 나무가 저리 꼿꼿할 수 있는 건 목숨 걸고 지켜야할 나무의 꽃눈 때문이다. 나무는 다음 생을 위한 희망으로 겨울을 난다. 머잖아 언땅이 녹아 아지랑이 피어 오르면 나무는 재체기하듯 꽃눈을 틔워 팡파레를 울린다. 어깨를 추어 올리고 춤을 추면 덩달아 흥겨워야 옳다. 내일을 품은 나무는 한겨울에 가장 어름답다.

내 마음의시 2023.02.19

위로

한의사가 침을 꽂으며 말했다. 스트레스가 뭉쳐 홧병이 되었다고. 의사가 시키는대로 뒹굴뒹굴 드라마를 보았다. 드라마 속 남주인공이 연인과 헤어지며 한 말, 좋은 사람만 가슴에 품고사시오 미운 사람 담고 살면 당신만 아프오 . 꿀 떨어지는 그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미운 사람 담고 살면 당신만 아프오 . 워크맨 되풀이 듣듯 곱씹고 곱씹었더니, 미안하다는 말 들으러 갔다 바람 맞은 응어리가 풀렸다. 책방에서 어쩌면 당신이 옳다는 책 제목에 끄덕끄덕. 미안하다는 말을 안한 사람 속은 오죽 불편할까? 모든 인연의 만남과 헤어짐은 당연 지사 인 것 어쩌면 당신 선택이 옳았다.. 피차일반 맘 편한 위로 . 드라마 대사와 책 제목이 한의사 침보다 용하다.

내 마음의시 2023.01.22

거미줄 면죄부

새벽 어스름에 길을 나섰다가 밝을 때 보지 못한 풍경을 보았다. 풀숲에 나뭇가지에 전봇대에 온통 거미줄 천지 즐거울 땐 보이지 않다가 외로울 때 보이는 마음 같은 가로수 나뭇가지 거미줄들이 아직도 날 사랑한다면 나뭇가지에 노랑리본을 달아달라는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 노랫말 같다. 한동안 잊고 산 게 미안해서 하늘 보기 부끄러운 마음. 괜찮아 괜찮아 다독이며 그이가 걸어준 거미줄 면죄부 .

내 마음의시 2022.11.12

문득문득

문득문득 이제는 옆에 없는 이 아프게 떠나 보낸 이 마음속에 묻어둔 이 문득문득 생각나는 이 아버지 대신 가장 노릇 하느라 혼기를 놓친 아무개는 , 어머니 병수발 3년 만에 임종을 맞았다. 병원 장례식장에서 같은 병실 환자의 장례도 목도했다. 어머니 여윈 아무개와 사별을 한 남자가 서로 다독이다 사랑이 싹텄다. 두 사람의 황혼 사랑은 그 남자의 세 아들 때문에 벽에 부딫쳤고 아무개는 첫사랑을 지우느라 처절한 전쟁 중이다. 아무개의 하소연을 듣는 나도 아프다.

내 마음의시 2022.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