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소콩 이야기
1
“캄소콩, 일어나. 학교 가야지!”
캄호잇 형이 등잔불을 켜고 나를 깨웠어요.
형이 깨우면 냉큼 일어나야 해요.
형이 주말 대학에 가는 날이거든요.
2
엄마는 새벽에 떡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아요.
장사가 안돼서 남의집살이를 갈지도 모른데요.
우리 집엔 농사지을 땅이 없어서 엄마가
팜슈가를 만들고 남의 집 농사일도 거들어요.
그래도 지금이 나아요.
아버지 술주정이 엄청 심해서
마을 사람들이 우리 식구와 상대도 안했거든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형이 아빠 몫을 해줘요.
3
형이 학교 가는 길에 우리학교 앞까지 태워줘요.
자전거가 힘이 드는지 자꾸 소리를 내요.
형 자전거를 물려받기도 전에 망가질까 걱정이에요.
형은 자전거를 타고 8시간이나 달려서 학교에 간대요.
집에 오려면 또 8시간이나 달려와야 하잖아요.
그렇게 먼 길을 다니다가 금방 망가질 텐데.....
4
“형, 학교가 멀어서 힘들지?”
“남의 집 일하는 것 보다 나아.”
“얼마나 더 다닐 거야?”
“일 년 남았어. 그건 왜 물어?”
“그냥.”
학교 앞에서 형과 헤어졌어요.
자전거를 타고 가는 형의 뒷모습이 아빠를 닮았어요.
5
집에 돌아오면 소를 돌봐야 해요.
풀 먹이러 가야하는데 죽어라 말을 안들을 때도 있어요.
궁둥이를 밀고 씨름을 해야 겨우 발걸음을 옮긴다니까요.
더위에 꼼짝하기 싫어서 그러는 건 알지만 굶기면 큰일 나잖아요
소가 풀을 뜯는 동안 나는 고기를 잡아요.
새벽에 떡 한 덩이 먹고 한나절을 보냈더니 배가 등에 붙었어요.
오늘은 재수가 좋아서 큰 놈이 잡혔네요.
불에 구워서 맛있게 먹었지요.
7
일거리가 생겨 이웃집 모내기 일을 거들었어요.
기계로 하면 쉬울 일을 손으로 하니까 많이 힘들어요.
우리 집 농사일을 거드는 거라면 얼마나 신이 날까요?
그러면 하나도 힘들지 않을 거고 펄쩍펄쩍 뛰어 다닐 걸요.
8
집에 오니까 엄마도 시장에서 돌아와 계셨어요.
엄마가 지은 밥을 둘이서 먹었어요.
형이랑 세 식구가 먹으면 밥맛이 날 텐데.
형은 월요일에나 집으로 돌아올 거예요.
학교에 안 가는 날은 더 바빠요.
동네일을 하고 공부방에서 아이들도 가르치거든요.
엄마는 늘 형 걱정만 해요.
형이 숨 돌릴 새도 없이 일만 한다고.
9
“캄소콩, 캄소콩! ”
엄마가 불러요. 보나마나 숙제하라는 소리에요.
엄마 잔소리는 늘 똑 같아요.
“사람은 배워야 한다. 그래야 고생을 면하지...”
나는 공부가 싫지만 숙제를 열심히 했어요.
아빠처럼 엄마를 힘들게 하면 안 되니까요.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니까 으슬으슬 춥고 아팠어요.
10
“캄소콩, 얼굴이 왜 그 모양이냐. 낮에 무슨 짓을 한 거야?”
논에서 물뱀을 잡다가 살짝 물렸는데 그 때문인지도 모르죠.
하지만 엄마한테는 말 안했어요.
알더라도 병원에도 못가고 약도 없이 견딜 텐데요. 뭐.
엄마가 약초 즙을 발라주고 손바닥을 비비며 낫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엉엉 울다 지쳐서 잠이 들었었는데요.
한숨 자고 나니까 씻은 듯이 나았어요.
11
“어머니!”
아이들을 가르칠 시간에 형이 집으로 달려오면서 소리쳤어요.
“합격했어요! 취직이 되었다고요. 학교에 다니면서 일해도 된대요.”
어머니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조심해서 오라고 손짓을 했어요.
형이 자전거를 내팽개치고 어머니를 껴안으며 말했죠.
“이제 어머니 병도 고쳐드리고 땅도 살 수 있어요.
어머니, 꿈만 같아요. 믿어지지가 않아요.”
“얘야,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틀리지 않구나.”
12
엄마가 울다가 웃었어요. 나는 엄마가 웃는 걸 처음 봤어요.
우리엄마가 아주 예쁘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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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함께하는 세상 캄보디아> 스터디 투어 일행이 인천공항에 모였다.
인솔교사 4명. 초등학생 9명 ,청소년 5명
건강하게 즐겁게 봉사 하고 여행도 하자. 홧팅!
<함세캄>회원들이 수집한 구호물품.
어른들은 구호 물품들을 화물로 부치느라 진을 빼고, 아이들은 여행의 설레임으로 희희낙락.
프논펜 공항에 도착, 게스트 하우스에서 레지나수녀님으로부터 일정을 설명 듣는 일행
"받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구호물품을 전달하자"
자전거 10대 구입한 뒤 서점에 들러 도서관에 기증할 책을 구입하고,
구호물품과 자전거를 봉고에 싣고 부두에서 배를 타고 메콩강을 건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봉고차에 60명, 택시에 13명꺼지 끼여서 탈수있다.
프레이뱅 마을은 베트남 국경과 인접한 오지마을이다.
지렁이도 살지 못하는 진흙과 석회와 모래가 섞인 척박한 땅.
웅덩이의 물을 가축과 사람이 함께 이용한다니 수인성 질환에 시달릴밖에.
구호물품을 나누고
회충약을 먹였다.
학교에 걸어다니는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선물하고
여섯 마리로 시작한 소 분양. 소를 분양 받은 사람은 잘 거두어서 새끼소로 갚고.
그 새끼소는 또 다른 사람에게 분양되고....
다음날 아침 각 조별로 나뉘어 우물파기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
삽질을 하고 진흙을 나르고 자갈을 부어 꼭꼭 밟아 다지고,
벽돌을 쌓아 세멘을 발라 미장을 하면 우물이 완성된다.
우물 작업이 끝나고 마중물을 부으면 맑은 물이 콸콸 쏟아진다. 우물 만드는 비용이 300불 .
오후에 화장실만들기 작업 현장을 둘러보았다.
이곳에선 빗물을 받아 휴지대용으로 사용한다. 이 방법이야말로 친환경이다.
마을 유치원에 들러 학용품과 놀잇감을 전달하고 뒤집기 인형으로 <빨간모자>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마을을 돌면서 피부병 치료와 청결한 생활로 건강을 지키도록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 아이들이 프로그램을 짜왔는데
마술을 보여주고, 탈춤을 추고, 오카리나, 리코더연주로 흥을 돋우며 신나게 놀았다.
봉사활동 후에 아이들이 보고 느낀점들을 이야기하면서
나와 다른 삶을 생각해 보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왜 중요한지 알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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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7월 시흥시 연성동의 맹꽁이 책방(마을도서관) 아이들이 벼룩시장을 하고 구호 물품을 수집 |
알탕불록 군 종합학교에 도착한 27명이 무대에서 인사를 나누고
각자 장기자랑을 선보이고
한국과 몽골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았다.
이곳은 햇볕이 풍부한 곳이라 유목민들이 겨울이면 모여드는 장소라 했다.
우물팀이 돌멩이를 쌓고 세멘을 바르는 사이
식목팀은 잡초를 뽑고 삽으로 구덩이를 파고 나무를 심었다.
![]() ![]() 소똥거름을 나르고, (구덩이 속에 소똥 거름을 뿌리고 흙을 덮은 다음 나무를 심고 물을 흠뻑 주어야 한다) |
생전 처음 삽을 잡아보고 풀을 뽑았으니 물집이 잡힐 수밖에.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게 제일 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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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부산과 서울의 <멀리가는 향기> 봉사단 21명,
작년에 구호물품을 세관검사에서 압수당한 경험이 있어서 올해는 박스를 나눠서 통관.
서점에 들러 학교에 기증할 책을 구입하고
군청 앞의 주 도로에 가로등 6개 설치
종합학교에서 합동공연
김밥 떢볶이 파전을 만들어서 잔치를 벌이고
길이 나빠서 돌멩이를 쌓아 길을 만들며 통과,
타이어가 펑크 나고
방전이 되어서 2시간 여 길에서 놀고...
몽골의 버스들은 우리나라 중고차량을 운행하기에 고장이 잤다.
아이들은 드넓은 초원을 보고 공부스트레스를 풀고 맘껏 뛰어 놀았다.
알탕불록의 지명은 황금샘. 6개의 발원지 샘가에 징검돌 깔기 봉사
작년에 만든 우물에 들러 불편함 없이 잘 이용되고 있는지 살펴 보고
몽골의 유목민 생활 체험. 말타기 씨름 경기 관람후 양젖 짜보기.
전통음식 허르헉 맛보기
마유주 맛보기
유목민 아이들과 게임하기
한 식구가 하루를 동안 사용하는 물의 양은 1,8리터
몽골과 캄보디아 사람들의 생활에 비하면 자신들은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 의구심을 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은가?"
" 선생님 물주세요"와 "선생님 물 어디있어요"가 어떻게 다른지 아이들에게 물었다.
중1 이지아가 대답을 했다.
"물 주세요는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겠다는것이고.
물 어디있어요는 자신이 스스로 찾아먹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어요."
바로 그거다. 스스로 찾아서 느껴가는 삶의 자세가 행복의 바로미터 인 것이다
홀연히 나타난 무지개를 보면서 감동하는 것 그게 바로 행복이라는것을
행복은 아주 작은 사소한 것에서도 느낄 수있다는 것을
행복은 멀리 있는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어째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지를 알려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