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번쩍 빛나는 모자 장식에 은빛 구두를 신은 할아버지는
노인대학 노래교실 강사로 출강중이시고
지하철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도 무언가를 노트하던 할아버지
우리 단지에 사는 60대 아저씨인데 상당히 스타일리쉬하다.
가끔 버스에서 마주치는데 옷차림새가 범상치 않다.
남자도 개성적으로 자기 관리를 하는 모습은 남보기에도 좋다.
이 양반 모자가 승마 대회 참관하는 영국 귀부인 모자 같다.
뒷모습만 보고는 70대 할머니라고 믿기지 않는 포스다.
대부분 할머니들은 여성이기를 포기한다.
공공장소에서 목소리도 크게 내고 드잡이를 하고....
우아한 귀부인은 아무나 되는 건 아니다.
우리동네 체육센터 스포츠댄스반 아저씨.
올해 71세 이신데 언제 봐도 자세가 좋으시다.
가슴을 업하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계시는데 뒷태가 당당하다.
사람들이 나이드는 모습을 보면 두 부류로 나뉜다.
병치레로 지지리 고생하면서 하루하루 연명하는 사람
긍정적인 사고로 이웃과 친교 맺으며 활기찬 시간을 즐기는 사람
즉 은퇴 후 남은 인생을 '여생(餘生)'으로 여기며 쓸쓸히 사는 사람과 제2의 인생을 활기차게 즐기는 사람이다.
전자는 과거의 덫에 발목이 잡혀 잘나가던 옛 시절의 높은 지위와 소득을 마냥 그리워한다.
당연히 여생은 인생 내리막 길이기에 체면 유지에 민감하고 남에게 쉽게 섭섭함을 느낀다.
반면에 후자는 직장을 그만두는 순간 모든 걸 털어 버리고, 철저히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강의나 저술에 몰두하는 학구형이 있는가 하면 창업이나 귀농을 시도하고
아예 수필가나 서예가로 변신하는 예술가형 등 다양하다.
그들은 나이를 초월해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기에 적은 수입이라도 올린다.
사회심리학자들은 노후에 쌓아놓은 재산을 빼 쓰는 부자보다 다만
얼마라도 고정 수입이 있는 제2 인생형 인간이 정신적으로 더 안정을 누린다고 말한다.
'일상 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359호 캐리돌 국회점거 사건 (0) | 2012.11.13 |
---|---|
358회 김하늬 시집가던 날 (0) | 2012.11.12 |
353호 일 복 많은 사람이라 (0) | 2012.10.30 |
351호 고양이 손녀 (0) | 2012.10.02 |
344호 편지 (0) | 2012.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