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에 흑닭의 본처가 병아리 아홉마리를 깠다.
개순이가 4마리를 물어 죽여서 나머지 병아리와 암닭을 노인 회장님댁으로 피신시켰다.
그 암탉이 회장님 댁에서 깐 병아리 2마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흑닭은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던 마누라가 몇 달 만에 돌아오자 어리둥절 했을 것이다.
흑닭은 밖에서 까온 튀기 병아리와 본처를 잘 돌보았다.
흑닭이 오기 전 서열 NO1 '올빽과 황마담' 부부는 금슬이 좋아 황마담은 여러 번 부화를 했었다.
그런데 올백이 흑닭에게 1위 자리를 뺏기자 황마담은 흑닭의 3번째 첩실이 되었다.
올빽은 마누라 뺏긴 것도 모자라 아랫것들한테 밀리고 밀려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었다.
흑닭과 황마담 사이에서 태어난 암닭 자매.
둘이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는데 오통통 살이 오르고 처녀 테가 났다.
중2라 부르는 재래 토종닭 '홰가리'는 카사노바.
사춘기라 힘이 뻗쳐 처녀 뿐만 아니라 아줌마들도 사정없이 올라 탄다.
겁도 없이 넘버 1의 식솔들을 건드리는 꼴이라 흑닭한테 걸리면 디지게 혼구멍이 난다.
새벽마다 발정을 하는지 흑닭한테 혼나느라 닭장안이 전투장이다.
황마담 딸이 훼가리한테 찍혔다. 홰가리는 찍으면 끝까지 쫒아가서 욕심을 채운다.
꽁지빠지게 도망치다 머리채를 잡혔다.
장닭들은 암닭의 정수리털을 꽉 문다음 일을 치른다. 암닭들은 동네가 떠나가게 앙탈을 부린다.
아주 짧은 순간 대사가 치러졌다.
'황마담 딸'이 홰가리 유정란을 낳는 걸 동생이 보았다 한다.
대궐같은 닭장을 새로 지으면서 관상용 꽃 닭들을 분리 시키고 가둬 키웠다.
관상용 닭들이 있는 닭장은 싸움 없이 조용하다.
기존 닭장에 재래 흑닭과 청계들을 두고 바깥에 놓아 키우는데 재래닭장은 늘 세력 싸움장이다. .
황마담이 두번 째 흑닭의 병아리를 품을 때 관상용 닭장으로 옮겨 주었다.
같은 닭장에 살게 된 올백과 황마담은 흑닭의 병아리들을 잘 보살폈다.
총 대장 격인 흙닭은 황마담과 병아리글이 잘 지내는지 들여다보곤 했다.
흑닭의 두번째 첩은 행실이 영낙없이 첩이다. 서방님 곁에 껌딱지처럼 붙어다니느라 알은 낳아도 품지를 않았다.
그런데 본부인과 황마담이 연달아 병아리를 까고 흑닭의 관심과 사랑이 쏠리자 질투가 나 알을 품기 시작했다.
그런데 성격이 진득하지 못해서 알을 품다 나와서 돌아 다니기 일쑤다.
겨우 한마리를 깠는데, 어미가 제대로 돌보지 않아 병아리 혼자 돌아 다니다 그만 개순이한테 물려 죽었다.
개순이는 사냥본능대로 병아리들을 괴롭힌다.
지난 여름이 얼마나 더웠나! 2호 첩실이 품던 알은 죄다 골아 버렸는데도,
2호가 둥지에서 나올 생각을 않기에 동생이 다른 알을 새로 품게 했다.
마침내 두 마리를 까서 위풍당당 뻐기며 데리고 다녔는데 한 눈 파느라 두 마리 다 개순이가.....
2호는 한동안 병아리들을 부르며 꽃밭을 수색했었다.
그러고 보면 닭들도 품성이 있다.
모성애 강한 황마담이 개순이와 맞짱 뜨면서 병아리들을 지키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관상용 닭장의 서열 1위는 ,
일본 투계 미노히끼다. 얘들 부부는 금슬이 좋아 늘 붙어다닌다.
미노히끼도 신사여서 다른 암닭들을 넘보지 않는다.
서열 2위는 백봉. 요즘 얘들 알이 인기 상승이라 청계알 보다 비싸다.
애들은 그네타고 놀기를 즐긴다.
백봉 사촌 인 버프실키 종.
이 녀석 중 한 놈은 발가락이 기형인데다 엉킨 낚시줄이 살 속을 파고 들어 다리를 전다.
동생이 발견하고 치료를 했는데 지켜 보는 중.
슐탄은 눈치가 빠르다. 모이통 들고 가는 걸 보고 문 앞으로 날아 온다.
호기심이 왕성해서 내 반지와 팔찌를 쪼기도.
홰가리도 반한 청계 미모.
겁많은 새침때기 황금계
백한. 암컷이 거부했다고 머리털을 뽑고 피가 나도록 쪼아서 나한테 미움을 산 놈.
청공작 한 쌍.
날개깃이 폭풍 성장 중.
역모. 털이 거꾸로 자라는 특이 종. 식탐이 많아 사마귀를 잡아주면 제일 먼저 채간다.
온통 검정털 슈퍼닭 람보르기니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다.
애완동물 시장은 개,고양이에서 애완닭으로 넘어간듯,
“비쌀 때는 신품종 한쌍에 700만원 주고 사들였어요. 100만원 이하는 드물었지요.
병아리도 한쌍에 30만원 했고 알도 15만원씩 했어요.”
동생이 어쩌다 애완닭에 꽃혀서 나는 닭똥 개똥 청소부가 되었다.
며칠 전 밤에 노인 회장님 댁에서 칠면조 한 쌍을 보쌈해왔다.
날이 밝자 닭장 안에서 서열 전쟁이 벌어졌다.
서열 2위 백봉과 한판 붙는데 쪼그만 자보가 칠면조를 거들었다. 그동안 백봉한테 당한 것이 억울 했던 듯.
웃겨 죽는 줄 알았다.
그 뒤로 황마담과 한판. 황마담은 체격 차이가 나는데도 깡다구로 대들었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청계와 람보르기니.
조용한 대신 사부작 사부작 말썽을 부린다. 꽃밭을 파헤치고 목욕을 하는 탓에 꽃무릇 구근들이 다 죽었다.
들고양이가 닭들을 잡아 먹어서
지난 4월 닭지킴이로 한쌍을 데려왔는데 꽃밭을 망가트리는 등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
할 수없이 목줄을 하고 메어 놓았는데 줄을 끊고 돌아다니며 닭들을 괴롭혔다.
닭장 안에서 달걀을 물고나와 깨먹다가 나한테 걸린 적도 있었다.
닭장 안을 들여다보고 호시탐탐 노리더니
어느 틈에 병아리들을 물어 죽였다.
두 놈 중에 개순이가 극성 맞아서 개줄 끊는 선수. 밧줄, 나일론 줄, 쇠줄 감당이 안된다.
진돗개와 시베리안 허스키 믹스종이라 힘도 장사다. 하영이가 지랄견으로 유명하다 했다.
밥 주러가면 반갑다고 뛰어 오르며 나를 밀치고 줄을 감아서 넘어트리기 일 수라 했더니 ,
아들과 며느리가 한 놈씩 데리고 훈련을 시켰다.
그 뒤로도 개순이는 날마다 줄을 끊고 동생은 날마다 묶고......
급기야 개순이 개돌이가 큰 사고를 쳤다.
가을 선생님 문병 갔다 오던 날 멱으로 마중나온 동생이 말했다.
"오늘 개순이 개돌이가 붙었어."
"그래서 많이 다쳤어?"
"그게 아니고 짝짓기 했다고."
"오마이 갓!"
한숨을 치쉬고 내쉬고 ......개순이 때문에 앞으로 닥칠 일이 큰 걱정이다.
지금도 밖에서 닭우는 소리가 나서 내다 보니 줄을 끊고 뛰어다닌다.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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