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문체로 고단한 어린이를 구원하는 문학
---------------------- 최지훈 (아동문학평론가)
동화작가 김향이는 아름다운 작가다. ‘사람 김향이’도 아름답거니와 그의 작품들이 한결같이 아름답다. ‘글은 곧 그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아름다운 사람의 작품이 아름답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아동문학은 어린이를 행복하게 해주는 문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이상에 가장 잘 접근한 것이 김향이의 동화 문학 세계라고 말할 수 있다.
김향이가 사숙한 정채봉의 <오세암>은 아마도 그 한 정점에 놓인 작품일 것이다. 김향이는 그 전통에 의연하게 서 있다는 점에서 정채봉의 적자이자 법통을 이어받은 셈이다.
장자로서 물려받은 유산을 잘 익히고 부려, 더욱 풍성하게 곳간을 채우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니 그저 단순화하여, 보편적 서정에 역사적 구체태를 힘껏 각인해 달라고 주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비평적 관점을 넘어 문학사적 시야로 지평을 확장한다면, 이어온 법통을 한껏 올 곧게 세워 나가기를 주문해야 할 판이다.
<날개옷 이야기>와 <다섯 빛깔 여덟 겹 그리움>과 같은 전통과 전통적 미의식을 복원하고자 하는 작품 <소리하는 참새>, <마음이 담긴 그릇> 등 주로 소리꾼과 도공 등 전통 시대 예인들의 장인정신을 기리는 작품
<부처님 일어나세요><달님은 알지요>는 전통적인 서정을 한껏 펼쳐보이고 있는 작품이라 자리매김할 수 있다. ]
김향이 문학의 특장인 끈질기고 사려 깊은 취재가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취재는 전라북도 임실 출신인 작가가 자유롭게 황해도 방언을 구사하고 있는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우리말 자체의 고유한 결을 잘 살려 씀으로써 산문문학의 미학적 성취들이 결국 언어의 문제로 귀속, 치환되고 있음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여름 한낮 양철 지붕에 듣는 소나기처럼, 밀밭을 스쳐 가는 봄바람같이, 무수한 갈기를 세우고 달려오는 밤 파도인 양, 때로는 대숲에 이는 바람으로 슬픔의 가닥가닥을 풀고 조이고 휘몰아쳤다간 다시 늦춰 가며 질펀하게 놀고 있는지도 몰랐다.(114면)
이들 문장들은 부러 딱히 찾아낸 것이라기보다 무작위로 고른 셈이다. 그럼에도 이들 인용들에는 섬세한 심리 묘사와 상황 묘사가 압축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빼곡하게 들어찬 인물의 미묘한 심리는 언어가 갖는 매혹을 잘 보여주고 있다.
괭과리 소리를 묘사하는 장면조차 영분이 상처와 아픔을 위무하고, 때로는 ‘울었다’는 청각적 이미지, ‘붉어졌다’는 시각적 이미지 등으로 적실하게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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