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아동문학 평론

김현숙 & 최명표

멀리 가는 향기 2024. 8. 28. 10:26

여성 동화작가의 글쓰기 양상
- 김현숙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II. 부모 부재의 슬픔을 더듬는 김향이의 동화들

<달님은 알지요><내이름은 나답게><쌀뱅이를 아시나요><음마 관음죽 ><얼굴없는가족사진><바람은 불어도>이상을 통해서, 김향이가 부모의 부재에서 오는 슬픔을 놓고 이뤄온 다양한 변주를 살폈다.

슬픔을 맺고 풀고, 일상에 잠복된 슬픔을 날카롭게 드러내고, 부모 없는 슬픔에 혼혈의 문제를 덧씌우고, 때로는 그 슬픔을 비밀 속에 묻은 채 흐느껴야 하고, 슬픔을 분노로 바꾸기도 했다.
슬픈 내용은 한가지이되 다양한 변주로 슬픔이 어떻게 삶을 간섭하는지를 살폈기에 가능하다. 그만큼 이 슬픔을 어떻게 보듬고 풀어갈 것인가를 놓고, 작가가 여러 갈래의 고심 진행시킨 것이다.

 김향이는 섣불리 슬픔을 개인의 의지로 쉽게 극복한다거나, 이를 통해 성숙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슬픔 하나를 이렇게 또 저렇게 짊어지고 있는 다양한 삶들을 보여주었다. 때문에 독자는 삶에서 슬픔이 무엇인지를 물을 수 있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의 슬픔을 여러 편 마주하노라면, 하나의 삶의 통찰과 마주서게 된다. 슬픔이 인생을 갉아대기는 하지만, 그것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가

 

이 글을 통해서 슬픔과 연관된 김향이의 작품들을 살펴보았다. 물론 그가 슬픔과 무관한 다른 이야기도 많이 썼다.

그러나 김향이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들이라면, 슬픔을 드러낸 일련의 동화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부모 상실의 슬픔은 일련의 맥을 형성하며 진행되어 왔기에,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한 읽기를 해보았다.


그러나 서두에 살펴보았듯이, 슬픔의 안쪽을 응시하는 눈길을 서서히 다른 곳으로 돌리는 중이다. {바람은 불어도}는 슬픔 안에 매몰되지 않고, 슬픔을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으로 삼아가는 이야기임은 서두에 밝혔다. 부모의 부재가 주는 슬픔을 다양하게 천착했듯이, 그는 새로운 무엇에 대해서 또 그렇게 성실히 탐색하고 작품화하리는 것은 별로 의심할 것도 없는 일이다. 그에게 언제나 문운이 뒤따르길 바란다.

 

한의 다섯 빛깔 그리움

崔 明 杓 (兒童文學評論家·文博)

김향이는 등단 이래 한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천착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에서 한은 가족의 부재로 인해 발생한다. 그녀의 작품을 지배하는 모티프는 고아의식이다. 그녀에게 한은 대상의 부재 상태로 인해 형성된 심리 현상이다. 그녀의 한에 대한 천착은 집단적 심상의 원형 탐색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김향이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의 심미적 형상화 방식을 검토하기로 한다.

 

아픔을 다스리는 약 치고, 사랑보다 좋은 약은 없다

유경환 교수

흔히 <메밀꽃 필 무렵>을 놓고 이효석의 서술 능력을 찬탄해 왔는데, 그런 역량을 우리는 오늘날 김향이에게 기대할 수 있게 되어 반갑기만 하다.

아마도 이런 역량은, 김향이의 내면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을 (그녀가 조각가처럼) 연마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싶다. 문법에 어긋남이 없는 완전한 문장이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여져 작가가 의도하는 정서의 분위기를 완벽하리만큼 살려내는 묘사력이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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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자전적 체험을 형상화시킨 작품들

작가 : 저는 음식은 편식을 안 하는데 책 읽을 때만큼은 편식을 하는 편입니다. 특히 번역 작품을 읽을 때는 문맥이 매끄럽지 못하다거나 비문이 많다거나 하면 돌부리에 채이듯 탁탁 걸려 넘어지는데, 그 때문에 책 속의 진주를 캐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요. 습작기 때는 그런 책일수록 타산지석으로 삼아 밑줄 긋고, 올바른 문장으로 바꿔 놓곤 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시간이 부족하니까 그런 책은 그냥 슬그머니 옆으로 제쳐버립니다.

 

습작기 때 많은 울림을 주고 감동을 준

아이뜨마또프의 <하얀 배>는 이씨꿀 호수가 있는 산골짜기 외딴집에 살고있는 소년의 꿈과 시련이 가슴 저미게 아름다운 책이지요. 체로키 인디언 소년에게 작은 나무가 들려주는 포리스트 카터의 <작은 나무야 작은 나무야>도 감동적인 자연의 이야기입니다.

<모모> <마술학교>를 쓴 미카엘 엔데도 제가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그의 글은 따뜻하고 재미있고 아름답고 지혜롭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중국 작가 위화의 <내게는 이름이 없다> <살아간다는 >도 좋았습니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톰소여의 모험>, <하이디>, <작은아씨들>, <쵸콜릿 공장의 비밀>, <우정의 거미줄>, <트리갭의 선물> 등은 시간을 내어 다시 꼼꼼히 읽고 싶은 책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