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생명 존중, 전통문화의 고귀한 가치를 들려주는 여섯 편의 동화
이 책은 《무지개 꽃살문》,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 두 편의 중편과 《베틀 노래 흐르는 방》, 《날개옷 이야기》, 《항아리와 풀꽃》, 《동백꽃 이야기》 네 편의 단편이 묶였다.
독자서평 발췌
제목을 본 순간 반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표현이 어여쁠까 하고 말입니다.
그 다음 글쓴이를 보니 김향이 작가님이라 반가웠습니다. 아이들 책을 함께 읽다보면 자주 눈에 띄는 작가님이 계십니다.
<달님은 알지요>, <내 이름은 나답게>, <나답게와 나고은> 등등 많은 작품들이 있는데 그 중에는 일본, 태국, 대만, 프랑스까지 출간된 작품도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좋은 동화는 세계에서도 통하는가 봅니다.
우연히 책 제목에 반해서 보게 된 이 책은 중편 두 편과 단편 네 편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의 말을 보니 각 작품의 탄생 비화를 알게 됩니다.
<베틀 노래 흐르는 방>은 신춘문예 낙방 후 포기하는 마음으로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마른 가지 끝에 달린 목화송이를 보고 글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으로 계몽 아동문학상을 타고 마흔 살 늦깎이로 등단하였다고 하니 작가님에게는 더욱 특별한 작품일 것 같습니다. 그걸 알고 읽어서였을까요? 어린 정월이가 할머니의 마음을 읽는 그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할머니에게 있어서 길쌈은 인생 그 자체라는 것. 할머니의 아픈 허리와 무릎이 걱정되어 베틀을 치운 아버지 마음이나 다시 꺼내 달라고 조르는 정월이의 마음 모두 사랑입니다.
<무지개 꽃살문>은 부산 금정산 독성전의 무지개 꽃살문에 새겨진 동자, 동녀상을 보고,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은 섬진강 여행을 갔다가 운조루를 둘러보고, <날개옷 이야기>는 해인사 비로자나 불 안에 들어 있던 복장 유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항아리와 풀꽃>은 강진 가마터에서, <동백꽃 이야기>는 임진왜란 때 일본 장수가 약탈해 간 울산동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얻은 글감들이라고 합니다. - 작가의 말 참조
김향이님이 신인 시절에 힘들어 할 때 아버님이 해 주신 말씀이 참으로 좋습니다.
"강태공은 늘 낚싯대를 드리우기에 고기를 낚는 것이다."
이 말씀은 누구에게나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아주 특별한 김향이님만의 아름다운 동화를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이 책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 '그림'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김동성님이 그렸는데, 실제 사진을 보는 듯 선명하면서도 수채화만의 맑고 따스함을 풍기는 그림들 덕분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곱게 바느질 된 한복처럼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작품을 만나니 참 좋습니다.
"운조루라는 택호는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이란 뜻입니다.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를 나오고, 새는 날다 지치면 돌아올 줄 아네.'라는
도연명의 시에서 글귀를 따왔다고 합니다." (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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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잠자기 전 딸아이가 "엄마, 나 꿈이 바꼈어 글 쓰는 일이 하고 싶어" ~~~
잠자기 전이라 기냥 무심히 넘겼었는데... 나보다 먼저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 책을 접했던 딸아이의 마음을 이제서야 이 책을 읽으며 이해가 되고 나또한 딸아이와 같은 생각을 잠깐이나마 하고 있었다. 글쓰기 까지의 과정과 열의를 표현해 준 작가의 말이 가슴에 충분히 와닿아 그런 듯 했다.
'남다른 시선으로 찾아낸 글감을 육화시키는 일은 산통처럼 괴로웠지만 작품을 쓰고 난 뒤의 기쁨은 컸다. 앞으로도 아픈 허리 토닥토닥 달래가며 이야기를 낚는 기술을 연마하기를 바랄뿐이다.'
총 6편의 중단편으로이루어진 글들은 제목과 풍경화에서도 느껴지듯이 우리것에 대한 아름다움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베틀 노래 흐르는 방'은 작가가 제주도 여행 중에 마른 가지끝에 달린 목화 송이를 보고 글감을 얻어 무명베를 짜는 이야기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허리가 안 좋으신 할머니를 위해 베틀을 고방으로 옮겼지만 손녀인 정월이보다 더 쪼깐할 적 부터 길쌈을 배운 할머니는 베 짜는 일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고방을 찾아가 "물레야 빙빙 돌아라. 워리링 웽웽 돌아라." 흥얼거리며 왼손 엄지와 검지를 비벼 실톳을 자아내는 시늉을 합니다. 우수가 지나면 풍년을 빌러 남보다 먼저 목화밭에 가시는 할머니는 결국 목화밭에서 쓰러지시고 맙니다. 할머니 걱정에 정월이 가슴은 마구 방망이질 칩니다. 다행히 기력을 조금 회복하실 쯤 방송국의 제안으로 할머니께서 베틀을 짜는 촬영을 하게 되지요. 할머니는 언제 아팠냐는 듯 어깨에 절로 가락이 실린 흥을 내셨습니다. 정월이도 자기도 모르게 할머니를 따라 흥얼 거렸지요. "할머니, 저 베 짜는거 가르쳐 주세요"."할머니 베틀은 제가 물려받을께요. 할머니처럼 길쌈 잘한다는 소리 들을래요." 하며 우리의 길쌈 기술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길쌈에 대한 할머니의 열의 사랑을 엿 볼 수 있었습니다.
'무지개 꽃살문'은 범어사(산마루에 있는 금빛 샘에 오색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 온 물고기가 노닐었다고 하여 범어사라 함) 독성전 1905년 학암 스님이 세운것으로 그때 만들어진 독성전 꽃살문 이야기 입니다. 처음으로 불사을 맡게된 소목장이 자신의 가정사, 시대사를 배경으로 팔성전과 나한전을 좌우에 거느린 독성전 창호를 만들어 가는 과정과 무지개 꽃살문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탄생하였는지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예상대로 딸아이, 무지개 문틀 위로 탐스런 모란 꽃송이를 새겨 꽃밭을 만들고 아래쪽 아치 틀기한 틈새에 손바닥만한 크기로 소목장의 딸 아들 다래 바우로 하여금 두팔을 벌리고 꽃 공양을 하도록 한 소목장의 온 마음이 들어간 꽃살문에 관심을 보이며 따라그리기를 해보네요.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집' 에서는 제비 부부가 명당 집터를 찾는 과정에서 운조루에 답사 온 교수와 사람들의 대화를 통하여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 있는 유서 깊은 저택 운조루 이야기를 펼쳐 나갑니다. 주인이 아닌사람도 마음대로 이 구멍을 열 수 있다는 '타인능해' 뒤주 이야기부터 운조루의 건물배치를 건축사적 측면에서 살펴보고 타인을 배려한 운조루의 낮은 굴뚝 이야기까지~~
보고 아름답다 스쳐지나갈 수 있는 우리것의 소재를 발견하여 그것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김향이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한 저와 딸아이에게 우리것, 우리 언어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 주었다. 뿐만아니라 학교길에 "엄마, 나 까치부부를 봤어 여기저기 나무를 왔다갔다 하며 집 찾는것 갔더라" 하며 주변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심있게 바라볼 수 있는 눈과 자세를 갖는 출발점을 만들어 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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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하면서도 아름다운 표지와 멋진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선택했다.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 아이들 동화 중 이렇게 멋진 제목의 책은 처음보는 것 같다.
이 책은 중편 2개와 단편 4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무지개 꽃살문,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은 중편, 베틀노래 흐르는 방, 날개옷 이야기, 항아리와 풀꽃, 동백꽃 이야기은 단편이다.
베틀 노래 흐르는 방과 무지개 꽃살문은 사람이 주인공이고,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부터 동백꽃 이야기까지 네 편은 동식물과 사물이 주인공이다.
베틀 노래 흐르는 방은 60여년을 베틀과 함께한 할머니와 그 손녀 이야기이다. 몸이 아파 일을 할 수 없지만 베틀만 잡으면 기운이 나는, 손에서 베틀을 놓을 수 없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펼쳐진다.
무지개 꽃살문은 범어사의 소목장의 이야기이다. 소목장이 되었지만 그를 기다리던 가족은 추위와 굶주림에 세상을 떠나는 이야기.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 생각나는 이야기였다.
항아리와 풀꽃은 자기 일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풀꽃과 풀꽃의 한 말이 의미를 깨닫게 되는 흙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책임을 다 하는 풀꽃과 흙의 이야기가 어린왕자를 읽을 때처럼 잔잔한 감동을 준다.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은 집터를 찾는 제비부부를 통해 운조루에 숨어 있는 따뜻한 배려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운조루의 사진을 보며 읽으면 책에서 설명한 운조루의 아름다움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날개옷 이야기는 해인사 불상안에서 나온 15세 송부개라는 아이의 요선철릭을 이야기로 꾸민 것이다. 아이가 주인공이 아니라 옷이 주인공이어서 독특한 느낌을 주며 아이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슬프지만 따뜻한 이야기라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동백꽃이야기는 임진왜란때 일본장수가 약탈해가 일본 춘사에 심어진 오색팔중산춘 동백의 이야기이다. 고향을 그리워한 동백 어미와 그런 어미 동백의 마음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는 자식의 이야기라...
이 동백은 임진왜란을 계기로 울산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지금은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 동백을 분양받아 고향인 울산에 심어져 있다. 얼마전 한반도 자생식물인 금강초롱의 학명이 일본식 이름 하나부사라는 걸 알고 분개했었는데, 그래서인지 이 동백꽃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다.
이야기 중 3편 정도는 불교와 고택에 대한 내용이라 어려운 단어들이 좀 있어서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다른 동화책들과는 달리 좀더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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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에는 6편의 동화가 들어 있네요.
그 중에 저는 표제작인 구름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께요.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 있는 유서 깊은 저택이야기랍니다. 그 저택의 택호는 운조루(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
1776년에 건축된 건물로 중요민속자료 8호로 지정되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시작되네요.
제비 부부가 보금자리를 잡기 위해 소위 말하는 '명당'을 찾고 있습니다.
제비가 본 고택탐방을 온 일행의 이야기를 들으며 명당을 찾기 시작합니다. 교수님으로부터 운조루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 제비 부부. 집 앞 대문 앞으로 도랑을 내어 소방수 역할도 하며 문 앞에 말을 묶어 두는 하마석을 세워 지친 말이 도랑물에 목을 축이며 피로를 푼다는 집 안 뿐아니라 집앞의 작은 부분까지도 배려를 하는 조상의 정서.
곳간에는 통나무 토막처럼 보이는 뒤주. '타인능해'(주인이 아닌 사람도 마음대로 이 구멍을 열수 있다.)
쌀독의 쌀은 누구라도 와서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어서 가난한 동네 사람들이 언제라도 와서 쌀을 가져가도록 한 것이다. 주인이 나눠 주면 쌀을 얻어가는 사람의 자존심이 상할까봐 구걸을 한다는 생각 없이 편히 가져갈 수 있게 한 뒤주.
진정한 선비정신이다.
또 한가지 유물. 굴뚝
보통 집의 굴뚝을 높이 세워 연기를 술술 빠지게 하는데 이 집의 굴뚝은 아주 낮게 설치 했습니다. 끼니를 거르는 가난한 백성들이 부잣집에서 밥 짓는 연기가 펑펑 치솟는 걸 보면 증오와 질투심이 생길텐데..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잘 나타난 집의 구조입니다.
건물의 특징 중에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누마루가 세 개나 있는데 바깥사랑채의 누마루는 할아버지. 아랫사랑채의 누마루는 아버지. 안사랑채의 누마루는 할머니와 여자들이 사용. 아름다운 경관을 남성들만 독차지하지 않고 여성들도 즐길 수 잇도록 배려했다는 이야기로 집에 대한 설명은 마무리가 되지요.
사람들이 모두 가고 난 뒤 의인화된 사물과 동물(제비부부와 타인능해 쌀독. 홍살문에 걸렸 있던 호랑이 뼈)들이 나와서 운조루에 역사와 거기에 깃들어 있는 우리 전통과 정신이 알려주네요.
타인능해는 병든 할머니를 봉양하는 가엾은 예닐곱 살 어린 계집아이가 자신을 날마다 찾아 5~6년은 드나들더니 어느 날부터 발길을 뚝 끊기에 형편이 나아졌나보다 생각했습니다.
십여 년이 흐른 뒤 젊은 아낙이 쌀독이 비워질 쯤 쌀을 가져와 쏟아붓고 가니 주인어른이 쌀이 그득 찬 것을 보고 며느리를 불러 꾸짖지요.
쌀을 나눠주지 않는 것은 덕을 베풀지 않는다고 그래서 며느리는 젊은 아낙에게 왜 쌀을 가져다 붙느냐고 묻자.
어릴 적에 입은 은혜를 갚는 것이란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마지막에 제비 부인의 이야기도 틀린 것 같지는 않네요. 명당자리보다는 어디에 살든지 식구들끼리 마음 맞추고. 등 따습고. 배불리 지내면 된다는.. 약간의 웃음이 나오는 부분.. (왠지 역사를 모르는 제가 내뱉는 말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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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문인들이 창작의 고통을 '산고(産苦)'에 비유해왔지요?
동화집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을 읽으며, 단순히 집필의 과정만을 아니라, 좋은 글감을 찾기 위한 인고의 세월도 '산고'에 포함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향이 작가는 "강태공은 늘 낚싯대를 드리우기에 고기를 낚는 것이다"라는 아버지의 충고를 마음에 새겨서 글감 찾기에 게으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작가가 "아픈 허리 토닥토닥 달래가며 이야기를 낚는 기술을 연마"한 덕분에 독자들은 임진왜란 대 약탈당한 울산동백이나, 부산 금정산 독성전의 무지개 꽃살문, 강진 가마터, 해인사의 복장유물 등에서 숨결과 체온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제목에서 선문답같은 깊이가 느껴져서 은근 부담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가 책장을 덮을 쯤에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어린 친구들에게 이 책 소개하고 선물해주고 싶다'는 욕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 만큼 이 동화집에 실린 여섯 편의 이야기에는 우리민족 특유의 정서가 담뿍 배어 있습니다. 각기 주인공도,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장소도 다르지만, 김향이 작가는 여섯 작품마다 우리 삶, 우리 문화와 역사의 소중함을 잘 살려놓았습니다. 빠르게 휘리릭 책장 넘기며 읽을 수 없는 깊이를 유도하는 이야기들입니다.
예를 들어, "베틀 노래 흐르는 방"에는 코흘리개적부터 무명 짜는 일을 배워서 칩실 넘도록 한 평생 길쌈을 해오신 할머니와 갸릇한 손녀딸 정월이가 등장합니다. 정월이의 아버지는 모친의 관절염이 걱정스러워 베틀을 치워버렸습니다만 할머니는 되려 노여워하십니다. 할머니에게 길쌈, 아니 길쌈의 전 과정은 생애사 그 자체일 만큼 소중한 것이니까요. 방송국에서 찾아온 이들 앞에서 길쌈을 하시며 할머니는 전수자가 없음을 안타까워하십니다. 정월이가 야밤에 할머니께 약속을 덥석 합니다. "할머니 베틀은 제가 물려받을게요. 할머니처럼 길쌈 잘 한다는 소리 들을래요."하며.......
"무지개 꽃살문"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가슴 먹먹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숭례문 날림 복원공사가 뉴스에 자주 오르내르는 와중인지라 더욱 먹먹하게 읽힙니다. 이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소목장 이씨에게는 각각 다섯 살과 세살 짜리 아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가난한 나머지 가족과 함께 살지 못하고 먼 타향에서 열심히 일합니다. 이씨는 범어사의 불사를 소목장으로 맡게 되어 성심을 다해 일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불사를 잘 마치고 가족과 만날 생각에 열심히 일하지만 어쩐 일인지 꿈 속에서 아내의 얼굴을 봅니다. 초겨울에 땀이 날 정도로 급히 가본 고향집에서는 병들어 죽은 아내와, 엄마의 품 속에 파고 들어있는 두 아이가 차갑게 식어 있습니다. 이씨는 줄초상날만큼 상심했지만, 마음을 추스려 소목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합니다. 독성전 불사를 완성하며 꽃살문 양 옆에 동자녀와 동자승을 그려넣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짠해집니다.
그 외 해인사 비로자나 불 안에서 발견된 고려시대 복장 유물에 얽힌 이야기인 "날개옷 이야기"나 운조루를 제비부부의 시각에서 관상하는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이나 강진 가마터에서 영감을 얻어 썼다는 "항아리와 풀꽃" 등 주옥같은 이야기를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 국어 교과서에 "동백꽃 이야기"가 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임진왜란 때 왜가 약탈해 간 것은 조선의 사람과 귀한 유물과 자원만이 아니었나봅니다. 심지어는 울산학성의 동백마저도 빼앗아가 심었다는군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바쳐졌던 동백은 그 뒤 계속 일본에서 자라다가 1992년, 사 백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습니다.
그 이야기를 김향이 작가가 우리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많은 어린이들이 이 좋은 동화집을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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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은 알지요>로 유명한 김향이 작가님의 중편 2편과 단편 4편이 묶인 이 동화집은 <엄마 마중> 책의 그림을 그린 김동성 화가님의 한국적인 그림이 더해져 옛 조상님들 시대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베틀 노래 흐르는 방>은 이제는 대가 거의 끊기다 시피한 베틀로 천을 짜던 할머니 이야기 입니다. 60년 넘게 베틀로 천을 짜던 할머니를 안쓰럽게 여긴 아들이 베틀을 고방으로 치우면서 할머니는 가상의 베틀을 잡으며 옛가락을 부르십니다. 할머니는 어느날 목화밭에 쓰러져 있고 며칠 몸져 눕게 됩니다. 손녀 정월이는 할머니가 왜 목화밭에 가셨는지 알고 있습니다. 방송국에서 베짜는 할머니를 촬영하러 오자 할머니는 기운이 나서 신나게 베를 짜며 노래를 부릅니다. 정월이는 그런 할머니에게 자기가 베틀을 물려받고 베짜는 것을 배우겠노라 합니다.
<무지개 꽃살문>은 범어사 독성전의 꽃살문에 그려진 동자,동녀상을 보고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 입니다. 가난한 목수가 처음으로 '소목장'이 되어 범어사의 세 건물을 이어붙이는 불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한번 일을 가면 1년이 되도록 집을 못찾는 까닭에 이번에도 목수는 고생하는 식구들에게 먹을 거리를 가져다 주러 집에 들릅니다. 하지만 아내는 몸져 누워있고 부엌엔 곡식을 끓인 흔적도 없으며 아이들은 굶어서 꼴이 엉망인 것을 보고 목수는 찢어지게 마음아파 합니다. 자신이 소목장이 되어 이번 불사를 잘 마치면 배부를 수 있으니 조금만 버티라는 말과 함께 절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이상한 꿈에 이끌려 불시에 집을 찾아가니 식솔들이 모두 굶어죽은채 굳어있는 광경을 봅니다. 소목장은 자신도 생을 마감하려 하지만 불사를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에 온정성을 들여 공사를 합니다. 그리고 자신보다 먼저 죽은 불쌍한 아이들을 기리며 꽃살문 아래쪽에 아이들 그림을 넣게 되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 이야기 읽으면서 넘 슬펐지요. 아비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어미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넘 짠했어요.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는 운조루라는 18세기의 대저택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제비 부부가 집터를 찾는 와중에 현재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운조루의 역사에 대해 설명 듣는 것을 보게 됩니다. 집안 구석구석 옛 운조루 주인의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들에 읽는 독자로서 옛 조상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또 시대가 바뀌어 그 집안 물건들의 흥했던 시기가 지나 그들의 이야기도 엿볼 수 있어서 잊혀져 가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볼 수 있기도 했지요. 운조루를 설명하는 노인의 모습을 그린 부분에서 저는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하신 유흥준 교수님이 떠올랐답니다.
<날개옷 이야기>는 해인사 불상 안에 모셔진 남자아이 옷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1300년대 고려시대에 지어진 이 남자 옷에 대한 글쓴이의 상상력에 감탄하며 읽었답니다. 옷이 화자가 되어 자신이 만들어지고 불상에 들어갔다가 수백년 뒤에 나오게 된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옷을 지어준 어머니의 모성에 뭉클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항아리와 풀꽃>은 흙이 풀꽃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남기는 한살이를 보며 자신도 인생에 무언가 남기고 보람있는 일을 하고싶어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사람 손에 들려 여러가지 과정을 거쳐 항아리가 되어 새로이 태어난다는 이야기 입니다. 의인화된 흙과 풀꽃의 대화가 재미있고 삶의 책임에 대해 짧게나마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동백꽃 이야기>는 임진왜란 때 약탈된 우리 나라 동백나무의 이야기 입니다. 일본의 절에가서 수백년을 지낸 동백나무는 이대 삼대에 거쳐 수가 늘어났지만 어머니 동백나무는 항상 고향을 그리워하고 목메어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고향타령을 듣기 싫었던 자손 동백나무가 한 한국인에게 자신의 출생지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이미 수명을 다한 어머니 동백나무를 떠올리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는 이야기 입니다.
전체적으로 러일전쟁, 6.25전쟁, 일제시대, 임진왜란 등 우리 나라 역사 속의 어두운 과거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들이라서 슬프고 뭉클한 내용이 많습니다. 이 책이 좋았던 또다른 이유는 요즘 동화책에선 보기 어려운 우리말들을 많이 볼 수 있고 구수한 사투리 대화체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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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틀 노래 흐르는 방은, 제 고향과도 가까운 임실의 베틀할머니 이야기입니다.
할머니는 목화송이와 함께 태어나 베틀과 일생을 보내신분입니다.
이제는 연세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어 베틀잡기가 힘드시지만,
평생을 바쳐온 베틀을 잇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마져 드는 분이지요
손녀 정월이가 할머니의 그런 마음을 알게 되어 베틀일을 알려달라고 할 때,
어떤 마음에서는 안스럽고, 어떤 마음에서는 대견하기까지 했답니다.
사투리가 그윽하게 배어나오는 아름다운 할머니와 손녀의 교감이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동화같은 두번째 소설 무지개 꽃살문은 범어사 독성전에 대한 옛이야기입니다.
조선근대사의 가슴아픈 시대적 배경을 뒤로 , 가족을 살리기 위해 소목장이 된 아저씨가
정신없이 일을 하던 중 어린아이들과 아내가 배고픔과 병으로 죽자,
아이들과 아내의 극락왕생을 비는 마음에서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꽃살문을 만들어냈고,
꽃살문 옆에 딸과 아들의 모습을 새겨넣었다는 가슴아픈 이야기입니다.
살기위해 가족을 떠났지만, 떠나보낸 가족들을 위해 그리고 남은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했던
소목장 아저씨의 절절한 사연이 너무 안타까운 이야기였습니다.
세번째 이야기는 이 책의 제목이자, 고택의 이름인 운조루입니다.
한 제비부부가 좋은 집터를 찾던 중, 답사를 나온 한 무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운조루에 대해 알게 됩니다.
운조루는 아주 좋은 명당자리지만, 호된 역사의 시절을 거쳐가 이제는 사람들이 살지 않고
고택에 있던 뒤주, 호랑이뼈와 같은 오래된 유물들만이
그동안 있었던 이 집의 역사를 증명해줄 뿐입니다.
제비부부는 자신들이 찾던 터보다는, 함께 기쁘게 살고 있는 지금 이곳이 명당이라는 교훈을 얻게 된답니다.
여러가지 이야기중 마지막 이야기는 일본으로 간 동백꽃이야기입니다.
오색팔중산춘이라고 불리는 예쁜 이 나무는 미모의 어머니가 일제시대에 일본장수에 의해 일본으로 옮겨져서
살게 되었답니다.
평생을 한국을 그리워한 어머니는 결국 돌아가셨고,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십수년을 자란 나무는 한국이라는 말 자체가 반갑지는 않았고,
어느 날 한국에서 온 한 노인이 동백을 고향으로 돌아가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였으나
나무는 부담스럽기까지 했답니다.
노인의 오랜 공들임덕분에 이제 나무는 동백이라는 한국이름을 갖게 되었답니다.
곧 돌아갈 한국에서 어머니의 따뜻한 품을 다시 느끼게 되길 기대하면서요
아이들에게 역사와 더불어 가슴아프지만, 따뜻하게 느껴지는 소설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글의 길이덕분에 쉽게쉽게 읽을 수 있었지만,
때로는 눈물이 핑돌기도 했네요
사람이 주인공이 아닌, 때로는 사물이나 생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어쩌면 더 사람같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이 책을 읽고 지니는 시골에 계신 왕할머니(증조할머니를 이렇게 부르더군요) 댁에 있는
재봉틀도 자신에게 할말이 있을것 같다고 하며 웃더군요
역사와 더불어 오랜시간 우리곁에 있었던 것들에 대해 다시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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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옷 이야기는 1996년 해인사 비로자나 불상 안에서 나온 복장 유물인 요선철릭이라는
고려시대때 지어진 사내아이 옷이라고 하는데, 화자가 '옷' 이란 점에서 상당히 특이해요.
옷이 자기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어미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해 읽으면서도
가슴이 먹먹해 졌었답니다. 좀 더 빨리 아들을 거둬두시지, 그러면 어미가 죽지는 않았지
않았을까? 안타까움이 들었을 정도예요.
또한 <무지개 꽃살문>은 어떻구요. 저는 이 글을 통해서 대목장과 소목장의 차이를 알았어요.
소목은 대목이 할 수 없는 섬세하고 정교한 솜씨로 집의 완성도를 높이는 사람이라고 해요.
그런 소목장의 고단한 삶에 대한 이야기인데, 소목장에게는 병든 아내와 아들 딸이 있었지요.
절집에서 일을 배우며 살아야 하는 터에 처자식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꿈에 스님이 찾아왔는데 아내 얼굴이었어요. 아픈 아내한테 무슨 일이 있는가 보다 하고
집에 달려갔는데 문을 열어보니 아내 양옆에 아이들이 누워서 자더래요. 그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더니 알고보니 아내옆에서 배가 곯아 아이들이 같이 죽어간거였다는 내용에 하염없이
눈물을 쏟고 말았답니다. 그리고 나서 소목장이 꽃살문에 동자승들을 넣은 모양을 보고
죽은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책 제목으로 쓰여진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은 제비 부부의 눈으로 본 운조루의
이야기입니다. 이 운조루에는 명당터가 3곳이나 된다니 대단한 위치에 집을 지었구나 하고
놀랬지만 타인능해라고 적힌 뒤주에서 객들이 스스로 쌀을 퍼가도록 한 점이나, 굴뚝을 낮게
만들어 끼니를 거르는 가난한 백성들을 배려한 마음 씀씀이를 보고 명당에 사는 사람들이
그만한 훌륭한 성품을 갖추고 있구나하는 감탄을 자아내기까지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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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틀 노래 흐르는 방」 에 나오는 정월이 할머니 같은 분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우리는 어쩌면 베틀로 직접 짠 베도 베를 짜면서 부르던 베틀 노래도 더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날들이 올지도 모릅니다. 제가 지금의 저희 아이들보다 더 어렸을 땐 마당에서 삼을 찌고, 밤새 모기를 쫓으며 삼실을 잣고, 물레를 돌리고, 철커덕철커덕 베틀을 돌리는 소리를 밤새 듣곤했었지요.
그러고보니 속도에 밀리고, 편의성에 밀리고, 상품의 가치를 따지는 기준에 밀려 이젠 이런 베틀을 박물관이 아니면 볼 기회도 없고, 정월이 할머니처럼 베틀에 앉아 베를 짜는 모습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아니면 볼 수도 없게 되어버렸네요.
「무지개 꽃살문」이야기의 배경이된 범어사는 정말 꼭 가보고 싶어집니다.
그동안 유명하다는 사찰을 돌아볼 기회는 많았지만 풍광만 대충 둘러보았을 뿐 이렇게 꽃살문이며, 단청이며를 꼼꼼히 살펴본 적이 없는듯 합니다. 정말 우리 조상님들은 무시로 드나드는 문짝의 작은 조각조차도 의미없이 만들진 않았네요. 그 속에 문살을 만든 장인의 영혼이 담겨있음을 이 한편의 동화로인해 다시금 깨닫습니다.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이란 뜻의 운조루의 이야기만이 아니더라도 우리 조상님들은 집을 짓더라도 그 땅과 산과 물의 조화를 먼저 생각할 만큼 신중했습니다. 대문 앞으로 도랑을 낸 것은 소방수의 역할도 있었지만 문 앞에 하마석을 세워두어 먼 길을 달려온 말을 하마석에 매어 도랑물로 목을 축이고 피로를 풀게할 만큼 과학적이면서도 합리적이었군요.
그러고 보면 오늘날 집이라하면 무조건 얼마냐하는 돈의 가치로만 생각하는 요즘 사람들의 가치관과 많이 비교되는 동화입니다.
오색팔중산춘 동백은 도대체 얼마나 아름답길래 일본 장수가 약탈해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바칠 정도였을까요?
저는 동백꽃이면 다 같은 동백꽃인가했었는데 말입니다.
그러고보면 왜놈들이 동백꽃을 약탈해 갈 정도면 얼마나 많은 땅과 조선 사람을 약탈했을까 미뤄 짐작이 갑니다.
「동백꽃 이야기」속 오색팔중산춘 동백은 고행 땅으로 돌아오지만 그때 수탈당한 문화재들은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많지요. 문화재 뿐만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그리며 돌아오고 싶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동화집으로 엮은 베짜기, 전통 옷, 건축과 동백 이야기를 통해 잊고 있었던 우리의 전통 문화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런 전통 문화를 이젠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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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집 구름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은왜 구름속에 새처럼 숨어있다고 표현을했을까? 제목만큼 디자인도 신비스러웠던아름다운 책이었다.
이 도서는 시대가 많이 변하고 발전하면서우리가 점차 잊어버리고 잊혀버리고 있는여러가지 사물에 깃들인 우리 전통문화와 정신 그리고 역사와 문화, 예술 등을 쉽고이해하기 쉽게 동화로 풀어쓴 도서이다.
시대가 변화면 어쩔 수 없이 많은 것들이변화하고 사라져간다. 우리의 소중한문화나 기술들도 많이 사라져갔다. 게다가이제는 다문화라는 말처럼 전세계가 하나로묶어지고, 민족의 구분이 조금씩 흐려지는 세상이기 때문에 더욱 많은 것들을 잊고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사라진것만큼더욱 발전되어가는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더 많은 것들이 사라져가서 가슴 아픈부분을조금이나마 채워줄 수 있었던 도서였다.
도서는 총 여섯편의 동화로 각 동화마다 우리것우리삶에 대한 문화를 반영한다. 작가는 이 도서를통해 우리것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일컽고 기억해주기를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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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틀 노래 흐르는 방>에서는 책에서 보던 옛날 물건인 베틀을 이야기 속에서 느껴볼 수 있다. 할머니가 베틀을 돌리는 모습이 그림으로 생생하게 느껴지고 할머니가 흥얼거리는 노랫말도 정겹게 들려 실제 가락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할머니가 옛날에 만든 옷들이 들어있는 보퉁이가 할머니의 보물이라는 것을 잘 아는 손녀 정월이가 베틀을 물려받겠다는 생각도 기특하지만 인간문화재의 대가 끊기지 않고 이어 질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
<무지개 꽃살문>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혼란하고 어지러운 시대 배경에서 오는 막막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부지런히 재주를 갈고 닦아 고대하던 소목장이 되었지만, 처자식들을 보살피지 못하고 끝내 사별하는 고통을 겪는 이씨의 가슴 아픈 사연이 독자를 눈물짓게 한다. 언젠가 ‘범어사 독성전’을 방문하게 되면 절망을 딛고 불사를 완성한 이 이야기가 떠오를 것 같다.
소박하지만 진솔한 삶의 모습들이 큰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을 통해 베틀, 꽃살문, 풍수지리, 복장 유물, 동백나무 등 우리 옛 문화에 대해 알게 되고 전통 문화의 깊이를 느끼게 되어 어린이 독자들이 우리 문화재에 큰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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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의 색깔을 담은 듯한 표지그림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습니다.
표제작인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을 포함하여 중편 2편과 단편 네 편을 묶은 중.단편집이랍니다.
작가가 직접 글감을 찾아 여행을 다니는 수고로움이 있어서 일까요? 한 편 한 편의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느낌이 든답니다.
먹고 살 길이 막막했던 주인공 할머니의 어린 시절. 유일하게 길쌈을 배워 그것으로 한평생 살아오셨는데 기술을 전수받을 사람이 없고, 할머니의 몸은 점점 쇠약해지는 안타까움.
할머니의 구수한 사투리가 정감있게 들리지요. 그런데 저희집 초등 남매는 전혀 무슨말인지 못알아들어서 사투리 맞추기 퀴즈를 했는데 어쩜 이리도 못알아듣는지.. 웃기더라구요.
“할매는 너보다 더 쪼깐할 적부터 길쌈을 배웠당께. 울어매헌티 눈물 콧물 쏙 빠지게 지청구 들어 감시로...”
“고것이 어떤 베틀인디 고방에 내쳤다냐! 칠 대조 할머니적부터 대물림한 것을 너도 들어 알 것이다. 유복자인 너를 업고 천둥벌거숭이가 되었을 적에, 그 베틀이 밥 묵여 준 것도 잊어뿌렸단 말이냐!”
이런 대화글을 읽어주니 무슨소리를 하는지 추측도 못하더라구요. ^^
범어사 독성전에 있는 꽃살문과 해인사 비로자나 불상 안에서 나온 복장 유물인 요선철릭이라는 옷에 얽힌 슬픈 사연을 읽고는 눈물이 나더라구요.
항아리와 풀꽃과 동백꽃 이야기는 옛이야기를 꺼내보는 듯 재미와 감동이 있었구요.
우리의 아픈 과거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기도 했구요.
이 책의 대표작인 <구름 속에 숨어사는 집>은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를 나오고, 새는 날다 지치면 돌아올줄 아네.]라는 도연명의 시에서 따왔다고 하는데요. 운조루에 관한 이야기를 명당을 찾아 집을 지으려는 제비부부의 시선에서 재미있게 풀어나갔답니다.
우리나라 전통가옥에 대한 이야기이다보니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지만 제비부부를 통해 쉽게 이해하고 그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답니다.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고, 우리문화 유산의 소중함도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옛것을 접하기 쉽지 않은 요즘 환경에 이 책은 옛날과 현대를 오가는 통로역할을 할 것 같아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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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것들을 좋아하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선뜻 손이 가지 않을 수도 있는 책이지만..
아이와 함께 찬찬히 책을 읽다보면~ 아이도 그 깊은 감동 속으로 쉽게 빠져들게 됩니다.
6편의 글 중, 특히 '무지개 꽃살문'이라는 글이 인상적이었어요.
부산 금정산에 있는 범어사라는 절의 독성전 꽃살문에 있는
문양을 보고... 작가가 상상하여 만들어 낸 이야기라고 하는데~
어찌나 가슴 아린 글이던지...
눈가가 촉촉해지더라구요~ 아마 부모의 마음을 알아서일 거예요.
아이는 그 정도까지의 슬픔은 못 느낀 것 같지만, 직접 가서 독성전의 꽃살문양과
두 아이의 모습이 조각된 문을 보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다음 부산 여행 때 꼭 목적지로 정해야겠어요.
이 책을 읽다보니 가고 싶은 곳이 많아졌어요.
전남 구례에 있는 유서 깊은 저택인 운조루도 가보고 싶어졌어요.
해인사 비로자나 불상 안에서 나왔다는 고려 시대 복장 유물인 요선철릭도 보고 싶구요.
이렇게 책을 읽고나서 우리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
작가님의 메시지였겠지요?
우리의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따스한지 알려주고...
바쁘고 정신없는 지금을 탈출해서 뭔가 울림이 있고 가치가 있는 것에 대해 읽음으로써~
힐링이 되게 해주는 책이었네요.
작가의 말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글을 마지막으로 남겨봅니다.
"강태공은 늘 낚싯대를 드리우기에 고기를 낚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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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이 작가님께서 한편 한편 글감을 찾아 여행을 다니다가 얻어 육화시킨 이야기들이라
그런지 내용이 매우 깊이있고 전체적으로 우리나라만의 그 아름다움이 느껴졌어요.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구름속에 새처럼 숨어사는 집'은 섬진강 여행을 갔다가
운조루를 둘러보시고 글감을 얻은 이야기라고 하네요.
운조루라는 택호는 '구름속에 숨어 사는 집'이라는 뜻이예요.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를 나오고, 새는 날다 지치면 돌아올줄 아네.'라는
도연명의 시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이 편은 운조루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 제비부부의 집터 잡는 일로 재미있게 풀어냈어요.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라 자칫하면 딱딱하고 읽기 어려울수 있는 이야기들이
이 제비부부의 등장만으로 읽을때 내용이 그냥 술~술~ 넘어가더라구요. 게다가 우리나라
책만이 표현해 낼수 있는 예쁜 단어들 덕분에 읽어가면 갈수록 머릿속에 예쁜 풍경들이
그려지고,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어요~^^
이야기의 앞머리를 읽다보면 정말 우리 조상들의 지혜는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수가 있어요.
집뿐 아니라 집안 곳곳의 물건까지도 다 슬기와 세심한 배려로 만들어졌다니 중요 민속 자료로
지정될만도 하죠?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도 작가의 메세지가 살짝 담겨있는데요..
요즘 사람들이 옛 문화재에 대한 가치과 소중함을 모르고 여기저기 낙서를 하고 훼손하고,
심지어 노상방뇨까지 한다는 사실!!.....엄청난 충격이예요.
우리 조상들의 물건..우리 국민이 더 보호하고 지켜야하는 우리것인데..사람들의 인식이
잘못 잡혀 우리가 우리것을 훼손하고 있네요. 정말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겠어요.
이 책이 널리 퍼져서 읽고 모두들 문화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 어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길렀으면 좋겠네요. 특히 동화로 만들어져 우리 아이들이 읽고 문화재..우리것에 대한 바른 생각이
자리잡고 커갈수 있을것 같아 정말 좋았답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담아낸 일러스트속에 살아 숨쉬는 듯한
우리 전통문화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여섯 편의 동화가 담겨 있는
이 도서는 우리가 한번쯤은 봤지만 스쳐 지나갔을 우리네 전통문화와 과거가 담겨 있어요.
목화와 베틀 동백꽃 해인사 꽃살문 가마터... 다양한 사물속에 담겨진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가 정말 살아 숨쉬는것같이 다가오는 생동감이 넘치는 이야기들이랍니다.
특히나 사투리가 필요한 이야기에는 구성진 사투리가 그대로
담겨 있어서 더욱 생생한 느낌을 주면서 상상속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느껴지지 않는 정말 그런 실화가 고스란히 그 사물속에
담겨 있을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욱 신비로운 이야기들이었답니다.
우리조상들이 남긴 문화유산에 깃들어진 우리네 전통문화를 이야기속에서
접하면서 아이들도 무심하게 보아 넘기던 수많은 오래된 물건속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나봐요
저희집안도 종가집이라서 시골에 가면 정말 오래된 유물이나 다름없는 물건들이 많거든요
조상들의 삶의 정신을 담고 있는 생활용품들은 이 책속의 동화에서는 살아 숨쉬고 있더라구요.
그 지나간 시간과 물건에 스며들어 있는 말로 할 수 없는 안타까움도 있는것 같아요.
아이들과 무지개 꽃살문을 읽으면서 제가 눈물 지었던것은 아마도 병든 어미가
어린 남매를 얼마나 걱정했을지를 생각하면 과거지만 현재의 삶속에서
모성애라는 것이 별반 다를바 없구나 살아남은 자의 아픔은 또 어떤것인가 생각했어요.
실제로 부산 금정산에 있다는 범어사 독성전의 꽃살문을 보고 이야기를
김향이작가님이 상상으로 풀어냈다고 하니 정말 놀라웠어요.
소목장의 깊고 깊은 슬픔을 생각하니 예술로 승화시킨 아픔이라는것이
이렇게 눈부시고 화려하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꽃살문 그림을 보면서 생각했지요.
우리 조상들이 간직한 전통과 삶이 생생하게 살아숨쉬는 아름다운 동화랍니다.
책의 내용이 그대로 그림으로 옮겨 놓은 것 같은 그림이 책을 읽는데 있어 더욱더 사실적이고 정감어린 마음으로 읽혀지고 생각할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을 처음 읽으며 가장 어려웠다고 해야 하나요, 아님 정감이 갔었다고 해야 하나요? 그 이유는 바로 사투리로 쓰여진 문장 때문이었습니다. 티비화면에서 들려오는 사투리는 왠만하여서는 지역을 가릴 것 없이 드라마나 다큐속 주인공들의 대화를 알아듣고 내용도 쉽게 이해하는 편인데 반해 책 속에서 나오는 사투리의 경우에는 귀가 아닌 눈과 입으로 읽을려고 하니 왠지 낯선글과 어색한 글로서 다가왔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 정겨움과 사실적인 면은 일반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따쓰함과 그 지역 고유의 훈훈함이 있기에 그 여운만큼은 여느 글보다도 오래 남을 것임은 지금 이 순간에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 할 것입니다.
특히나 책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함과 신비로움은 문화재 및 고택에 대한 보존 및 관리의 중요성을 잘 알려주는 부분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을 해보며 단순히 소설 한편을 읽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네 생활에서 직접적으로 쓰여지고 체험할 수 있는 부분까지 생각하며 읽다 보며 이네 그 소설속의 한 장면은 우리네 삶의 한 장면으로 바뀌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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