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말
청소년 해외 봉사 체험 여행을 계획 했을 때 지인들이 모두 말렸다. 아들아이도 무모한 일이라 했다.
만에 하나 불상사가 생긴다면 모든 책임은 내게 돌아오고 비난 받을 각오도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지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 속단하는 일은 비겁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초, 중등 아이들과 학부모를 동반한 여행이었다. 아이들은 봉사 활동보다는 해외여행에 들떠 있었다.
비행기에 타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관심의 대상이고 신기해했다.
입에 맞지 않는 기내식도 군소리 없이 비웠다. 영문으로 입국심사서를 쓰느라 골똘했다.
몽골 공항을 빠져 나오는 순간부터 탄성이 터졌다.
“너희들은 이제부터 민간 외교관이다.”
그 한마디에 말과 행동을 조심했다. 지각대장들도 시간을 지키고 불평쟁이들도 입을 닫았다.
좁아터진 운동장에서 놀던 아이들은 드넓은 초원에서 신바람을 냈다.
유목민들의 열악한 환경을 보고‘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못 살아요.’하고 안타까워했다.
얼굴에 버즘이 핀 남루한 옷차림의 아이들 손을 스스럼없이 잡고 목말도 태워 줬다.
말똥거름도 맨손으로 만지고 삽을 쥐고 땅도 팠다.
엄마를 시녀처럼 부려먹던 아이들이 돌멩이를 주워 나르며 노동으로 흘린 땀이 값지다는 걸 경험했다.
사람들의 우려에도 우리는 무사히 여행을 마쳤고, 아이들은 생각의 키가 한 뼘씩 자라서 씩씩하게 돌아왔다.
우리나라에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은데 굳이 외화낭비를 할 건 뭐냐고 쓴소리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나는 한국전쟁 전후세대다.
그 궁핍했던 시절 외국에서 온 원조 물품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고 구제 옷을 입고 자랐다.
그때 받은 해외 원조는 되갚아야한다.
해외 원조를 받던 가난한 나라 한국의 눈부신 발전상을 세계만방에 알려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해외 봉사를 통해 다른 나라의 민족성을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자신이 할 일을 일찌감치 자각하게 될 것이다.
유학을 가든 배낭여행을 하던 인종차별 받지 않고 당당해질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국력을 키워야 한다.
올해 여행 팀원 중에 재혼을 앞둔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맘 고생하는 중3 아이를 지켜보았다.
마음이 아프니 몸도 덩달아 아팠다. 여행 내내 채하고 배탈이 나서 고생을 했다.
아이들이 모이면 성정이 제각각이다. 활달하게 두루 어울리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어서
있는 듯 없는 듯 눈에 띄지 않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들이 주인공 우지아의 케릭터가 되어 주었다.
후스타이 사막에 핀 꽃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꽃은 너무도 고왔다.
꽃은 죽을힘을 다해 견디고 있었을 터였다. 종족 보존의 위대한 과업을 이루기 위해!
어쩌면 우리 삶도 모래땅에 태어난 이름 모를 풀인지도 모르지.
그나마 꽃을 피우면 황홀하고 그도 아니면 한낱 모래알로 스러질 테고.
사막에 피어난 꽃이 내게 속삭였다.
“태어났으면 꽃은 피워야지. 꽃피우려는 노력 때문에 아름다운거야."
동백 필 때 김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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