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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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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645호 동백꽃

멀리 가는 향기 2015. 4. 5. 18:23

 

 

조지 와츠와 엘렌 테리
 
 
미처 봄이 오기 전  성급히 피는 동백처럼 사랑은 아프고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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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여자가 동백꽃 향기를 맡고 있다.

 그녀는 곧 영국과 미국에서 최고로 인기 있는 연극배우로 이름을 날리게 될 엘렌 테리이다.

초상화가 그려지던 1864년에 테리는 열여섯 살의 어린 신부가 되었다.
테리가 결혼한 남자는 이 초상화를 그린 화가, 조지 와츠(George Frederic Watts, 1817-1904)였다.

 런던에서 태어난 와츠는 어릴 때 몸이 약해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없었고, 많은 시간을 혼자서 그림을 그리며 보냈던 조용한 성격의 사람이었다. 독학으로 실력을 갖춘 와츠는  왕립 아카데미에 입학한다.

테리는 자라난 환경부터가 와츠와 정반대였다.

연극인 가정에서 태어나 아홉 살 때부터  무대에 설 기회가 있었으며, 와츠를 처음 만난 열다섯 살에는 어느 정도 유명세를 탔다.

와츠와는 서른 살의 나이 차이가 있었으며, 일 년이 채 못 되는 아주 짧은 결혼생활을 했다.

그녀는 나이차에 아랑곳하지 않고 와츠를 사랑했고 그를 선택했다. 둘이 결혼하던 해에 와츠가 그려준 이 작품의 부제목 역시 ‘선택’이다.

무대를 버리고 풋사랑을 기꺼이 선택한 그녀는  결국 테리는 무대의 매력을 잊지 못하고 와츠를 떠난다.

와츠 또한 그녀를 곁에 둘 수 없으리라는 것을 처음부터 짐작했었다.

테리의 물오른 미모와 배우로서의 타고난 재능은 어디를 가도 눈에 띄었다.

 당시 잘 나가던 배우이자 극장 사업가 헨리 어빙은 자신의 공연에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 테리를 필요로 했다

테리는 어빙과 함께  셰익스피어 연극의 주인공 역을 도맡으며 여배우로서 최상의 삶을 누렸다.

그녀는 따스한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쉴 보금자리를 마련하지는 못했다.

 사랑은 두어 번 더 찾아왔지만, 쉽게 오고 쉽게 떠나버렸다.

 말년에 테리는 최고의 연극인에게 수여하는 훈장을 받았지만, 켄트에 있는 그녀의 작은 집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그 집은 지금 엘렌 테리 기념관이 되었다.

테리가 배우 기질을 마음껏 발산하고 사는 동안, 와츠는 몇 갑절 더 조용하게 살았다.
그는 내면의 영성까지 파고드는 그림을 그렸고, 어느새 상징주의의 거장으로 우뚝 서 있었다.

테리를 떠나보낸 후 와츠는 슬픔을 견디지 못해  이사했고,  두 번째 아내를 만났다.

이들 부부는 평생토록 함께 평화로운 생을 보냈고, 둘이 살던 집은 지금 조지 와츠 미술관이 되었다.

 

 

“절대 침체되지 마시오. 삶은 무엇인가가 되어가는 영속적인 과정이오.

모든 단계의 끝은 다른 단계의 시작으로 이어진다오.”

(조지 버나드 쇼, 엘렌 테리에게 보낸 편지 中, 마디 그로시 <독한 충고>(21세기북스) 재인용)

<엘렌테리 잠든 사이에> 조지 와츠

 

 버나드쇼와 엘렌테리가 주고 받은 편지를 묶은 책은 서간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고 있다

 

 

 

메간 그레서 <사랑에 미치다> 발췌

 

                                                                                     -헬렌켈러 자서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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