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등학생 금연 글짓기 공모' 심사를 했다.
금연 글짓기 공모는 어린이들에게 담배의 해로움과 금연의 좋은 점을 일깨우는 것은 물론,
부모와 친척 어른들이 금연을 실천하도록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한다.
나도 아들과 사위가 흡연을 하는지라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들이 요즘 금연중이어서 얼마나 고마운 지 모른다.
어버이 날 큰 선물을 준 셈이다.
아이들의 글을 통해 가족들의 금연 에피소드를 읽었다.
6학년 아이는 골초이신 할아버지 때문에 옷에 담배 냄새가 베어 이상한 냄세가 난다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할아버지 때문에 왕따 당했다고 성을 냈는데 할아버지와 사이가 서먹해지고 말도 안하게 되었단다.
어느날 할아버지 방에서 금연 일기를 발견하고 몰래 파이팅 편지를 써 놓았다는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대상으로 뽑은 3학년 아이의 <하늘사다리>라는 글은 아빠의 금연을 간절히 바라는 내용이었다.
아마도 그 아이 아빠는 금연을 하지 않고는 양심상 못 견딜 것이니 효도를 한 셈이다.
자기를 다섯 살 땎지 키워주셨던 할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셨단다
그 거인 같은 할아버지를 쓰러뜨린 게 조그맣고 하얀 담배 때문이라니. 나는 너무 놀라고 말았다.
사실 나는 할아버지가 담배를 많이 피시는 것도 몰랐다. 늘 나를 피해서,
내가 없는 곳에 몰래 숨어서 담배를 피셨기 때문이다.
'한 번도 자세히 보지 못한 담배라는 녀석에게 할아버지를 뺏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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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할아버지를 보고도 담배를 피우고 싶으실까? 담배가 그렇게 맛있는 걸까?
나도 할아버지나 아빠 닮아 담배를 피면 어쩌지?'
할아버지가 우리를 보고 계실까?
보고 계시다면 하늘 사다리 타고 내려와 우리 아빠가 담배와 헤어지게 만들면 좋겠다.
오늘은 장애인 먼저 실천 운동 본부 회 전국 초등학생 백일장 산문부문 심사를 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명쾌하게 깨는 초등학생들의 글을 읽었다.
이사 오는 앞집에 또래 친구가 있나 기웃거리다가 그 집 아이에게 느닷없이 머리채를 잡히고 과자모양의 머리핀을 빼앗겼다.
머리핀이 과자인줄 알고 입에 넣었던 그 아이가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더라는 것.
다음날 이사 온 집에 초대를 받고 장애인 친구를 사귀게 되어 아침마다 등교를 같이 되었단다.
동네 사람마다 착하다고 인사를 하는데 친구랑 함께 학교에 가는 것이지 <착한일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오히려 10분 이내에 도착할 학교를 친구랑 30분 넘게 가면서 등굣길이 즐거워졌다는 얘기다.
<함께 만드는 꽃밭>은 교실을 꽃밭에 비유하고 꽃밭에는 한 가지 꽃만 살지 않는가.
여러 종류의 꽃들이 모여야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 수 있듯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
바로 꽃밭이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 누나>를 쓴 오카 슈조가 특수학교 학부모 면담 때 들었다는 말이 생각났다.
‘선생님은 참 좋겠어요. 언제든지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수 있어서요. 하지만, 전 평생 (저 아이를) 돌봐야 해요'
가족이 장애를 가진 경우 온 가족이 감내해야하는 고통은 크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동생을 쳐다보는 남들의 따가운 시선에 같이 째려 봐주고 동생을 보살피는 든든한 언니도 있었다.
“나는 그러고 싶어 그런 게 아니라 갑자기 나도 모르게 사고를 내고 장애인이 되었다‘라는
아이의 글도 새겨들어야할 이야기였다.
아이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은 감동 그 자체였다
사람은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을 겪어내면서 비로소 남의 아픔과 슬픔을 헤아리게 되는 진정한 인간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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