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해 보지 않던 농사 일로 온 몸이 파김치가 된 남동생이 사우나를 가자고 했다.
자동차에 오르고 보니 신발이 짝짝이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동동 거리며 사는가............'
사우나 마치고 나오는데 비는 부슬부슬 ................ 하늘에 있는 사람이 생각 나 눈시울 적셨다.
스무살에 만나 쉰 다섯에 떠난 사람,
남편과 나는 취향이 달랐다. 그랬어도 아내의 일을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던 사람.
문득 안 선생이 퀼트로 만든 닭 한 쌍이 떠올랐다 .
선생이 아끼는 작품은 <텅 빈 가슴>이라는 암닭이다. 화려한 레이스로 온 몸을 장식한 닭의 가슴 부분이 비어 있다.
“겉으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꾸민 사람도 다 가진 듯 보이지만 그 내면은 누구도 모르는 외로움이 있습니다.”
평생 밥벌이의 노고를 모른 채 온실의 꽃으로 유복하게 살았을 선생이 당신 마음을 표현 했다기에 적잖이 놀랐다.
남에게 보이려고 늘어놓는다는 말 대신 아내의 작품을 온 집안에 걸어주고 <스토리퀼트 대가>라 불러주는 남편이 있는데< 텅빈 가슴>이라니.
그 누구의 삶도 완벽하지 않다. 저마다 텅빈 가슴을 안고 살아가는 인생은 얼마나 슬쓸하고 불쌍한가.
"무기수로 살아간다," 던 가을 선생 말씀이 맞다.
해야할 일과 하고싶은 일이 많아 동분서주하는 나.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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