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몽 (現夢)
온 몸이 쑤시고 아파 그만 살고 싶다는 어머니는
귀찮아 소리를 입에 달고 사신다.
"너그 아버지는 뭐 하느라 날 안데려가나 모르것다."
어머니 넉두리에 귀가 아픈팠을 아버지가 현몽을 하셨다.
"어디 갔다가 집에 와 본게 너그 아버지가 도배를 싹 히놨더라.
을매나 이쁜 도배지를 발랐던지 방이 너르고 환하더라."
어매 좋은거 하고 웃다가 꿈을 펀득 깼다.
그 며칠 뒤에 아버지가 사위를 비서로 달고 또 찾아 오셨다.
"꿈에 생전 가보도 않은 산으로 어디로 막 가는데
맨 앞에 너그 아버지 뒤에 서 서방 가고 내가 꼬래비로 갔다.
너그 아버지가 돌아보고 당신은 좀 있다 천천히 와 하더라."
나는 아버지 그 마음을 알겠다.
어머니 성화에 그만 데려가시려다
어머니 빈자리 서운할 자식들 생각에 천천히 오라 이르셨다는 것을 .
까막눈 어머니의 서울살이가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버스 타고 다닐 때 간판 보고 가나다라 깨우치고,
신문 '고바우 ' 만화를 떠듬떠듬 읽다가
신문 연재소설 '자고가는 저 구름아'를 빠짐없이 읽으셨단다.
그거 읽을 욕심에 얼른 일 해놓고 ......
"국민학교 문 턱도 안 넘었어도 쇼팡도 알고 링컨도 안다."
야학으로 천자문을 가르치셨던 외할아버지는 딸자식들은 학교에 안 보내셨다.
"계집애들 가르쳐서 시집 보내 놓으면 잘사네 못사네 편지질 해서 못 쓴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