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있는 땅을 측량해야 한대서 닭장을 옮기기로 했다.
동생은 닭장 뼈대를 철근으로 지어서 나중에 온실이나 덩쿨식물 지지대로 쓰겠다고 용접을 했다.
비는 계속 오고 서툰 용접으로 바지 태우고 손가락에 화상 입고...........
궂은 날씨덕에 고집을 꺾고 건설현장 지지대 아시바로 짓겠다 했다.
우리 동네 멕가이버 안사장이 도와줘서 튼튼한 뼈대 세우고,
나는 그늘막과 비닐 재단하고 (바느질 재단을 했으니 일도 아니다) 동생하고 둘이 씌우는 작업을 했다
마무리 작업은 안사장 도움을 받았다. 별별 일을 다 해 본 안 사장은 일손이 빠르다.
경험은 많을 수록 좋다. 그만큼 일머리가 잘 돌아가니 그도 재산이다.
편집 기자 출신 동생은 원주내려와서 막일을 하느라 손이 상처 투성이다.
폐자재로 지은 닭장을 해체하고
달밤에 휏대에서 자던 닭들을 옮기는데 돼지 멱 따는 소리를 하고 난리도 아니다.
가로 6미터 세로 3미터 높이 3미터로 지은 닭장이 비좁아
헌 자재로 닭장을 더 지어 줘야 한다.
도대체 몇 마리인가 세어 보니 66마리,
관상닭 희귀하고 예쁜 놈 몇 마리만 키우려던 것이 저절로 불어났다.
포란 욕심 많은 닭들은 풀숲에 알을 낳고 부화 해서 데려 온다.
실키닭 유모로 우리 집에 온 암탉은 센드위치 판넬 틈새에서 부화를 했는데 겨우 한 마리 살렸다.
그 한마리 부화한 유세가 대단하다.
부화기에서 깐 다른 병아리들을 모이통 곁에 오지 못하게 하고 제 새끼만 먹인다.
그 암탉이 닭장 안에서 안절부절 애달아서 울기에 뭔 일인가 했더니
쥐방울 만한 병아리가 문틈으로 나간 것이다.
청계 암탉은 맹모삼천지교 버금 간다.
요 암탉도 풀숲에 노숙하면서 다섯마리 병아리를 부화 했다.
닭장에 들어가지도 다른 닭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노숙하면서 교육을 시켰다.
병아리가 어느정도 크면 엄마들이 젖을 떼듯 홀로서기를 시키는데 여전히 끼고 돈다.
노숙하는 암닭을 잡았는데 병아리 들이 잽싸게 달아났다.
암탉이 돼지 멱따는 소리로 몸부림치며 저항을 하는데 힘에 부쳤다.
나중에 병아리 3마리 포획해서 넣어주니 암탉이 조용해졌다.
다음날 아침 모이 주려고 닭장문을 여는데 암탉이 손쌀 같이 빠져 나갔다.
밖에 남은 새끼 건사하러 나가나 보다 했다.
낮에 닭장 헐어낸 자리 청소 하다가 병아리 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안에 어미와 병아리 4마리가 있었다. 새 닭장에 볼모로 남은 3마리 병아리를 어찌 빼냈을까?
닭대가리가 아니다.
아직도 이놈들은 아웃사이더로 따로 산다.
닭장 이사 하니 엄미와 개돌이가 신났다.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닭울음소리에 밤잠을 설친 엄니가 저놈의 닭들 때려 잡자고 툴툴거리셨다.
개돌이는 깡패 청개들한테 밥 까지 빼았기고 석죽어지내다 혼자 마당 차지
꽃모종 쪼아 먹고 흙목욕으로 꽃밭 망치는 깡패들 쫒는 일 줄고 , 닭똥 밟을 일 없고, 조용해져서 좋다.
며칠 노동으로 지쳤는데 웃을 일이 생겼다.
강벼리 작가가 원주 오는 길에 전등갓을 가져왔다.
작년 6월 열린 아동문학상 시상식에 갔다가 광화문 도착한 시각이 11시라
위정현하고 벼리씨 집에서 잔 일이 있다.
새 아파트 입주하면서 전등갓 교체 했다는데 괜찮아 보여 내가 쓰겠다 한 것을 잊지 않고 가져 온 것이다.
벼리씨를 찐 팬으로 인정 한 것은 2015년 11월 체체크 출판 기념 모임 날 이었다.
미국서 들어온 지 얼마 안되 봉담에 살 때 였다는데 매서운 칼바람 맞으며 먼 걸음 해준 것이다.
(그 날 화성 강연 갔다 오는데 눈보라가 휘몰아치며 갑자기 추워졌다. '갑자기 일이 생겨 못 오겠다'고 전화가 연이었다)
종다리 같은 그녀가 판대리 현장 둘러보고 밝은 기운을 기운을 주고 떠난 뒤,
엄니하고 밤을 주웠다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일로 몸을 쓰고 시간 낭비도 하지만 그로 인해 좋은 점도 있는 것이다.
아직도 배낭 한가득 밤을 지고 산비탈을 다니는 엄니가 계셔서 천만 다행이다.
'농부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38회 몽골 게르 (0) | 2021.01.01 |
---|---|
1023회 가드닝의 첫 경험 (0) | 2020.09.20 |
1021회 암중모색 (0) | 2020.09.07 |
1017회 새발의 피 (0) | 2020.08.07 |
1015회 벌침 (0) | 2020.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