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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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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여성지 인터뷰기사 스크랩 / 2011년

멀리 가는 향기 2022. 12. 7. 17:17


Mom 대로 키워라 2011.9월호  Cultivated 엄마의 뜰 + 그녀들의 로망


                                 책이라 불리던 내 친구
                                                                      동화작가 김향이


        


느낌표 선정도서 달님은 알지요를 비롯해 내 이름은 나답게, 나답게와 나고은 등을
지은 동화작가 김향이. 1 1녀 두 자녀와 열심히 놀고 책을 읽었기에 나이 마흔에 등단할 수 있었다는
 그녀에겐 책만 한 희망이 없다.




선생님 죽으면 묘지에다 뭐라고 썼으면 좋겠어요?”
지역 강연이 있던 날, 한 아이가 묻는다.
김향이는 동화를 썼기에 인생이 빛났고 행복했노라.”
그랬더니 다른 아이가 질문을 잇는다.
선생님은 그렇게 좋아요?”
그렇게 좋아? 뭐가? 다른 사람이 이 질문을 받았다면 대번 뭘 말하는 거냐고
되물었을 게 뻔하다.하지만 동화작가 김향이는 다르다.
되묻는 대신 지그시 아이를 바라본다.
나는 이 아홉 살 인생이 이렇게나 괴로운데 선생님은 어떻게 웃고 행복하냐를
 묻는 거였어요. 어린 꼬맹이들, 너무나 일찍 세상을 알아버리고 상처를 받은
아이들을 어떻게 보듬어 줄 수 있을까, 그걸 연구하는 게 내 일이에요.”


지역 아이들을 만나면서 소외를 다각도로 고민하게 된 김향이 작가.
 한부모가정이거나 조손가정, 그도 아니면 열악한 환경 때문에 힘겨운 아이들은
언제나 그녀의 화두다. 아이들 앞에 놓인 물질적 결핍이 행여 문화적 결핍으로
번질까 근심한다. 그래서 힘들수록 책을 읽어야 한다면서 서러운 유년을 다독인다.


                                   
                         


어렸을 때 몸이 약해서 방에서 혼자 놀았어요. 외롭고 심심할 때마다 책을 읽었죠.
사춘기 땐 아버지가 집에 안 계셔서 경제적,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때 가장 큰 힘이 돼 준 게 소공녀였어요.
소공녀처럼 있는 셈 치고 놀이를 하면서 사춘기를 지났죠.
그 책을 읽지 못했다면 작가는커녕 아마 뒷골목의 백장미파가 됐을 거예요(웃음).”


그녀는 마흔 살에 등단했다.
부푼 꿈을 안고 두드렸던 신춘문예에 떨어지고 실의에 빠져 있을 때
 그까짓 것 때문에 낙담이냐며 눈 흘기던 목화 꽃 덕분이었다.
글 쓰는 게 힘들다며 징징대던 교만을 텃밭 삼아 베틀노래 흐르는 방이 탄생했다.
그녀를 등단시킨 계몽아동문학상 당선작이 바로 그것.
더욱이 뜻 깊은 건 계몽사가 그녀의 뒷심세계 소년소녀 명작집 50의 출판사라는 사실이었다.
아버지가 열 살에 사 줬던 그 책이 정말로 그녀의 구세주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책과 더불어 그녀를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한 게 엄마라는 자리였다.




                   
                            




애들 어렸을 때 동화 주인공을 인형으로 만들어 놀았어요.
음료수 캔에 부직포를 씌워 만든 인형, 장갑을 변형시켜 만든 손 인형, 손가락마다 끼는
 손가락 인형 등으로 동화 인형극을 했죠. 그 과정에서 동화적 상상력이 발휘됐어요.
대화하고 스킨십하며 지내서인지 사춘기도 무사히 넘길 수 있었죠.”


그녀는 공부해라는 잔소리를 몰랐다. 그저 아이들과 한껏 놀기를 바랐다.
그 시간은 고스란히 동화 속에 녹아들었고, 때문에 그녀는 동화작가로 거듭났다.
주 양육자가 엄마가 아닌 요즘, 엄마와 아이의 대화가 부족해요. 스킨십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다 보니 친밀감이 떨어지고 서먹해지는 거예요. 나는 엄마들이 무조건 아이들과 많이
놀기를 바라요. 그리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주는 교육이 필요해요.
책을 읽으라 하기 전에 책 읽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처럼요.”


그녀가 인형을 만들고 세계 각국의 인형을 수집하는 이유는 그런 맥락에서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라 강요하기에 앞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흥미를 돋우려는 의도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 손에 책을 들게 할까 고민하던 중에 얻은 그녀만의 비법.
인형놀이를 하면서 상상력을 키웠던 어린 시절과 아이들을 키우면서 인형을 매개로
책과 상상력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엄마로서의 노하우가 밑거름이 됐다.






책 속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삽화가 아닌 인형으로 보여 주자는 게 핵심이에요.

동영상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흥미와 호기심을 불어넣어 책을 읽도록 하는 거죠.
전시회를 통해서 자기가 기억하는 책을 하나, 둘 읽다 보면 책과 가까워질 수 있어요.”


그녀의 꿈은 인형 전시회와 더불어 아이들이 책을 읽고 다양한 독후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인형의 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고단하게 지내느라 상상력을 잃은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기를 바란다.
 2, 3의 김향이가 등장하기를 희망한다.


글 우승연 | 사진 안홍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