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 농민신문사 편집국장실에서 제 29회 농민신문 중편동화 공모전 심사를 했다.
동화작가 김기정씨와 예심으로 걸러진 18편의 작품을 읽고 당선작 1편과 우수작 2편을 골랐다.
기정씨가 심사위원끼리 입씨름이 오가기 마련인데 이렇게 빨리 끝난 심사는 처음이라고 .
좋은 작가가 될 기량이 뛰어난 사람을 뽑을 수있어 흡족 했다.
스포일러가 될 수있으니 심사평은 시상식장에서 발표 하기로 하고.
기정이 점심 먹는 자리에서 선물한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목 제기.
자기 어머니가 시집 오기 전 부터 사용하던 거라 했다. 요즘 나오는 남원 제기는 저리가라다.
오랜 세월 대물리며 정성스런 제사 음식을 올리던 나무그릇. 그 속에 오죽 많은 이야기들이 스며들었을까?
젊은 애들은 모르는 정서다. 동그랗지 않고 약간 타원이라 더 예쁘다.
김기정은 2시에 탑골 공원에서 후배와 취재 약속이 있다하고,
나는 전시장 문을 닫는 월요일이라 인사동에서 그림이나 보다 내려가기로 했다.
속마음이 다정한 기정은 인파 속에서 나를 에스코트 하고 바람을 막아섰다.
종로가는 버스를 타고 종각에서 내려 피맛골 골목을 지나다가 잠깐 추위를 녹이기로 했다.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낭만에 대하여> 노랫말이 생각나는 전통찻집에 들어서면서
나는 광주에 온 것 같다 했다. (음식점이나 다방마다 수묵화 몇 점씩 걸려있는)
십전대보탕을 훌훌 마시다가 떠오른 그야말로 옛날 이야기를 나눴다.
다방레지가 곁에 앉으면 두 다리가 후들거려 다방 출입을 못했다 해서 웃었다.
기정이 먼저 나가고 나는 기정이 사인 해준 책을 읽었다.
<길모퉁이 국숫집> 단칸방에 엄마와 딸이 산다.
딸이 오줌 마려워 깼다가 엄마가 식당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걸 보았다.
어느 날은 국수를 맛있게 말아서 낮선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도 보았다.
손님들이 늘었고 교복입은 단체 손님도 있었다.
배고프다고 들어온 손님들은 엄마가 말아 준 국수를 맛있게 먹고 갔다.
나는 이쯤 읽다가 길모통이 국숫집을 찾아 온 손님들이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희생된 사람들이라는 걸 짐작 할 수있었다.
다른 단편들을 쓰윽 훑어보다가
교복을 입고 놋슨총을 매고 골목길을 걸어다니는 장곤이도 광주사람이고.
혼자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며 부모가 데리러 오길 기다리는 ‘연수’가 세월호에 타고 있던 아이라는걸 알았다.
이렇게 가슴 먹먹한 이야기를 동화로 풀어내느라 기정은 얼마나 속을 끓였을까?
그래서 작품집 제목이 <모두 잘 지내겠지?> 였구나.
<모두 잘 자내겠지>는 무고하게 희생된 영혼들을 위해 작가적 양심으로 쓴 진혼곡이다.
찻집에 7080 노랫말들이 돌아다녔다.
그렇게 세월은 가는거야
나를 두고 간 님은 용서하겠지만
날 버리고 가는 세월이야
..................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
노랫말들이 자꾸 태클을 걸어 기정이 마음을 삭여가며 쓴 책을 덮었다.
끊을 수 없는 그대와 나의 인연은 운명이라 생각했죠
........
천상에서 다시 만나면 그대를 다시 만나면
세상에서 못다했던 그 사랑을 영원히 함께 할래요
..............
나는 쏟아지려는 눈물 때문에 서둘러 찻집을 나왔다.
인사동은 예전의 우리 문인들이 즐겨찾던 그 인사동이 아니다. 풍류는 사라지고 상업만 남았다.
영국 승마경기장에서나 씀직한 멋진 모자를 쓴 할머니 발견. 할머니가 멋부리는 걸 보면 기분이 좋다.
또 다른 화랑.
나는 이 작품을 보고 <꽃들에게 희망을 >을 떠올렸다.
흑단을 깍아 만든 인물 조각은 3센티 크기 하나 만드는 데 이틀이 걸린다고.
단단한 흑단을 조각하다 다친 작가의 손가락에 반창고가 .
1층에 있어 접근성이 좋은 겔러리. 일러스트를 연상시키는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색감이 좋고 아기자기한 구성도 좋고 풀과 꽃들이 주는 기운이 평화롭다.
풀밭에서의독서라니! 얼마나 고요하고 아름다운가.
저 엔틱 의자에 수틀을 들고 앉아 한올 한올 내 마음을 수놓고 싶다.
보라빛 꽃구름 아래 엎드려 책을 읽으면
라벤다 꽃 향기는 바람 타고 살랑살랑 코끝을 간질이고.....
젊었을 때, 사고싶은 책을 마음대로 사지 못해서 돈이 생기면 서점부터 달려가곤 했었다.
책꽃이에 한 권 두 권 책이 꽃힐 때마다 뿌듯했던 그 행복감.
열살 생일 날 아버지는 계몽사 세계소년소녀 명작 동화집 50권을 사주셨다.
도서관에 되돌려 주지 않아도 될 내 책 50권.
그림을 보는 동안 마음이 따땃해지고 행복해졌다.
책을 그림 소재로 쓴 화가가 누군지 궁금해졌다. 마음에 드는 그림 한점 눈길 자주 닿는 곳에 걸어두고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하지만 총총히 돌아섰다.
원주내려 오는 기차에서 박재형 교장이 ( 아름이 고교때 담임) 톡으로 보내준 그림들을 확대해서 보았다.
그 양반이 미술 애호가인 것을 최근에 알았다.
구상, 비구상, 서화 ,도자기, 브론즈 ,테라코타, 유리공예, 고가구 컬렉션들을 구경하면서 놀랐다.
나는 해외 여행 중에도 미술관 관람을 일정에 넣고 국내에서도 틈나는 대로 미술관을 찾았다.
그런데 단 한번도 그림값을 묻거나 사고싶다는 생각을 못했다.
내가 감당 못할 고가의 예술품이라 생각한 탓일 거다.
음악가들은 공연할 레퍼토리를 선정하고 죽어라 연습해서 공연료를 받고
작가들은 출간된 저작물의 인세를 받는다.
그에비해 미술가들은 복사본아 없는 원본을 판매해야 수익이 생긴다.
심혈을 기울여 그리거나 만든 작품을 수중에서 떠나 보내는 서운한 마음이 오죽할까.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작품을 파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면 그림값이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림값을 물어 보지 못하고 감히 수중에 넣을 염도 못내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가 몇 있는데,
서양화가 김경렬의 작업실에는 물감 껍데기 탑이 여러개 있다. 그가 밥벌이를 하느라 애쓴 증거물인셈이다.
그는 그 날 작업에 충실하면 잠이 잘 오는데 그렇지 못하면 잠이 안 올정도로 경제적인 스트레스를 받는단다.
외국과 달리 그림을 향유하는 계층이 한정적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오른손 인대가 나가는 줄도 모르고 그림을 그려댄 그가 왼손으로 연습을 하는 걸 보고 그가 좋아졌다.
그림은 올림픽처럼 1.2등을 가리는게 아니라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
그러므로 남다른 새로운 맛, 자기 나름의 장점이 있어야 한다
어제보다 오늘은 항상 달라야 한다.
디랙션만 가지면 성공한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는 것이 문학과 예술이다.
김경렬의 호방한 썰이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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