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머리에
사람책을 만나다
원주로 귀촌한다니까 지인들이 자기 경험담을 이야기하면서, “마을 분들과 가까이도 멀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두세요.” 당부했다.
다행히 텃세는 없었다. 오히려 작가님이 이사 왔다고 환대했다. 무언가 보시할 거리를 찾다가 마을 어르신들의 삶을 기록하기로 했다.
팔 구십 대 어르신들은 일제 식민지, 전쟁과 가난, 산업화와 민주화, 디지털 시대까지 격동의 세월을 살아냈다. 조선이 대한민국으로 거듭나는 산통을 온몸으로 겪으신 분들이다. 젊은 MZ세대들은 감히 상상 못 할 역사적 시간의 간극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어려서 제국주의 교육을 받으며 노동에 동원되고 해방 후 미군정 시기 이념 갈등을 겪고 전쟁으로 생존 위협도 받았다. 폐허에서 절대 빈곤을 벗어나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었다. 4.19. 5.18 민주화 운동으로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IMF를 겪고, 디지털 시대까지 맞이했다. 그 숨 가쁜 세월에 켜켜이 쌓인 사연은 오죽 많을까?
“이런 세상 살 줄 알았나? 나 사는 동안 말할 수 없이 세상이 변했어. 천지가 개벽했지.”
“1980년 5월 18일 나는 광주에 있었다. 그때 거기서 나는 보았다. 계엄군에게 무참히 구타당하는 시민들을,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경악 속에서 그 모든 장면 들을.”
“오빠는 인민군에게 이마를 맞아 골이 쏟아졌어요. 사람을 사서 들것에 실어 오는 데 비는 억수같이 쏟아져 눈물인지 빗물인지 눈 앞을 가렸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거지. 그 길로 자벌레처럼 팔짝팔짝 내달려서 해 떨어지기 전에 마을 동구에 도착한 거야. 거기서부터 설움이 복받쳐서 디굴디굴 구르며 집에 왔잖아.”
“ 그때 제가 어머니 배속에서 아홉 달이었대요. 거기서 아버지를 화장해서 살림살이 이고지고 형은 걸리고 우찌저찌 회령탄광에서 문막까지 오셨대요.”
함경남도에서 강원 북부 산길을 걸어 문막 포진까지 달포가 넘는 힘든 여정이다. 만삭의 몸으로 살림살이 이고지고 예닐곱 살 아이 걸려서. 그렇게 어르신들은 참고 견디는 것을 숙명으로 알고 사셨다.
“금방 가유 한 세상. 정말 그래유.” 김용화 어르신의 말씀도. 시어머니 술 잡순 날이면 매타작을 당했던 박옥희 어르신이 “살다 보니 이렇게 좋은 날도 오고 제미랄." 하신 말씀도 마음에 남았다.
비바람 눈보라에 시달린 험난한 삶의 여정은 마침내 드디어 편안하고 행복한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살다 보니>를 묶으면서 흔들리며 피어난 꽃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분 한 분이 살아낸 굴곡진 삶의 무용담들은 인생 교과서나 다름없다.
차례
간현리
1 정의와 신념을 위해 헌신한 삶 이창복 의원
2 복도를 복토로 만든 민응규 위원장
3 시들지 않는 사랑 유명자 어르신
4 색소폰으로 회춘한 이문승 노인회장
5 삶과 맞짱 뜬 김철자 어르신
6 고독사 두려운 신순자 어르신
안창리
1 연경당 안주인 김영순 어르신
2 현몽으로 흥법사지 불상 유물 찾은 심재옥 어르신
3 막장드라마 같은 삶을 산 문옥자 어르신
4 속아서 결혼한 함은재 어르신
보통리
1 만학도 이재영 섬강 파크골프 회장의 인생 터닝 포인트
2 14 살부터 농사지어 부농이 된 신학순 어르신
가곡리
1 자다 만져 봐도 양반. 고종훈 롯데캐슬 초대 노인회장 (25.5매)
2 아픈 데가 하나도 없어 걱정인 이영복 어르신(23매)
신평리
1 풀베기 대회 일등상 받은 김용화 어르신
월송리
1 격동의 근현대사를 살아낸 김영남 어르신
2 남편 폭력에서 해방된 박정원 어르신
판대리
1 파란만장 시집살이한 박옥희 할머니
2 베짱이 남편과 그냥저양 살아낸 윤종란 어르신
3 총 맞은 큰애기 박순임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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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 이름 | 내용 | |
| 1 23.10..7 10.9 |
박옥희 | 장지동 경로당에서 인터뷰 . 이틀 뒤 경로당에서 한턱 쏘겠다해서 6분 모시고 문막 추어탕집 |
음료수1박스 백일홍 꽃다발 김준 운전 |
| 2 23. 11.15 |
함은재 | 안창리 자택에서 인터뷰. 수원 아들집에 머물다 오셔서 3회 헛 발길 사진 촬영 거부하셔서 아드님과 전화 통화로 설득. |
황태 다알리아 꽃다발 김준 운전 |
| 3 24.7.15 |
윤종란 | 장지동 경로당에서 인터뷰. | 음료수 1박스 수국 꽃다발 김준 운전 |
| 4 24.7.30 |
김철자 | 지정어린이집 원장님 소개. 간현1리 댁에서 인터뷰. | 음료수1박스 플록스 꽃다발 김준 운전 |
| 5 24.8 .8 |
유명자 |
간현3리 댁에서 인터뷰 | 음료수 1박스 수국꽃다발 신구용 운전 |
| 6 24..9.8 |
이문승 노인회장 |
간현3리 댁에서 인터뷰 | 음료수 1박스 이문승 운전 |
| 7 24.9.25 |
김명남 | 정개봉 이장님 소개. 월호동 공소에서 인터뷰 | 과꽃 꽃다발 정게봉 운전 보리밥집 점심 식사 |
| 8 24.9.25 |
박정원 | 월송리 이장님 소개. 월송리 댁에서 인터뷰 | 개미취 꽃다발 정계봉 운전 |
| 9 24.9.30 |
문옥자 | 판대 보건소장님 소개. 안창리자택 인터뷰 인터뷰 거부해서 보건소장님이 재차 설득. |
음료수1박스 여뀌 꽃다발 김순이 운전 |
| 10 24.10.14 |
민응규 위원장 |
섬강 파크골프장, 자택서 인터뷰 | 박전하 운전 |
| 11 25.2.12 |
신순자 | 버스에서 만나 간현3리 댁으로 방문 3차례 | 빅플라워 꽃다발 안마기 신품 선물 영정 사진 인화 3만원 김준 운전 |
| 12 25..5.19 |
박순임 | 판대리에서 인터뷰 | |
| 13 25.6.28 7.12 |
이창복 | 간현1리 댁에서 인터뷰 | 수국꽃다발 민응규 신구용 박전하 점심식사. 카페 |
| 14 25.10.16 |
김영순 | 흥법 마을 댁에서 인터뷰 | 음료수 1박스 박전하 사무국장 |
| 15 26.1.19 |
이재영 | 보통리 댁에서 인터뷰 | 음료수 1박스 사무국장 |
| 16 26.1.20 3.31 |
이영복 | 지레울 댁에서 인터뷰 | 음료수 1박스 사무국장 민응규 위원장 |
| 17 26.1.22 |
신학순 | 보통리 댁에서 인터뷰 | 음료수 1박스 사무국장 |
| 18 26.2.2. |
심재옥 | 흥법마을 댁에서 인터뷰 | 음료수 1박스 사무국장 민응규 위원장 |
| 19 26.3.13 |
김용화 | 신평리 댁에서 인터뷰 | 음료수 1박스 사무국장 |
| 20 26.3.28 4.2 |
고종훈 | 월송리 여시재에서 인터뷰 문막 물빛나루 <가치잇숍> |
사무국장 민응규 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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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 대상자는 장지동 어르신들이 추천해준 '파란만장 시집살이 한' 박옥희 어르신. 23년 10월 7일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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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시집 올 때 화장해보고 첨이라며 좋아하시고, 경로당 어르신들이 새색시같다고 부추기자 잔치 하러 가자셨다.
봉고차에 어르신들 태우고 추어탕 집 가며 '박옥희 화장하니까 문막이 훤하다"며 노래를 메들리로 부르셨다.
옥희 어르신이 좋아하신 것 만큼이나 나도 좋았다. 23.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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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매쟁이한테 속아서 20살 연상 남편 만난 함은재 어르신 2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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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베짱이 남편과 그냥저냥 살아낸 윤종란 어르신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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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삶과 맞짱 뜬 김철자 어르신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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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병마와 싸우며 신앙일기 쓰는 유명자 어르신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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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근현대사를 겪어낸 105세 김명남 마리아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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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남편 폭력에서 해방 된 박정원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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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막장드라마같은 삶을 산 문 옥자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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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월남전에서 살아온 이문승 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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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복도를 복토로 만든 민응규 위원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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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고독사 두려운 신순자 어르신
눈 온 날 바깥에서 내 옷을 입혀 드리고 찍은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 그 사진 나 좀 주면 안돼요?"
인화해서 갖다 드렸더니 사진 찍을 일도 없었다며 좋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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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정의와 신념으로 헌신한 이창복 의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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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만학도 이재영 파크골프 회장의 인생 터닝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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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살부터 농사 지어 부농이 된 신학순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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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연경당 안주인 김영순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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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현몽으로 흥법사지 발굴 유물 찾은 심재옥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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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풀베기 일등 상 받은 김용화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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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픈데가 없어 걱정이라는 이영복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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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자다 만져 봐도 양반 고종훈 롯데 캐슬 초대 노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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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총 맞은 큰애기 박순임 어르신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인터뷰 대상자를 섭외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장님들께 부탁 하면 "아이, 우리 동네엔 그런거 할 사람 없어요." "누군 줄 알고 어르신 전화 번호를 알려줘요?" 하고 통화 종료. 대상자 20 분 인터뷰하는데 23년 10월부터 26년 4월까지 2년 6개월 걸렸다.
겨울에 인터뷰 하기로 약속하신 분이 농한기에 찾아뵈려니까 안하시겠다 하고 통화도 거절, 방법이 없어 민응규 위원장님 앞세우고 기습 방문하기도 했다.

민 위원장님과 신구용 선생님이 거동이 불편한 이창복 의원님을 카페로 모시고 나왔다가 소음 때문에 날 잡아 댁에서 인터뷰 했다.

김영남 어르신은 (105) 결혼한 자식이 여섯이나 되는데 막내 아들과 25년을 사제관에서 지내시다 작년에 돌아가셨다.
"부모님이 오갈 데 없는 상황에서 자식들이 모시지 않고 사제관에서 모시는 게 쉽지 않았어요. 교회서는 부모께 효도 하라 하고 부모님을 못 모시게 하거든요. 그 것 때문에 갈등을 겪다가 주교님께 허락을 받았어요."

지정면민 가정사를 꿰고 계시는 민응규 위원장님(90)은 '인명 백과 사전'이시다.
아직도 기억력이 좋으셔서 보통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 첫 단원 ひのまる は あかい 히노마루 (일장기)를 7번까지 줄줄 외고 계셨다. (일본 제국주의는 어린 학생들에게 일장기를 향해 90도 인사를 시키며 집단 낭독을 시켰는데, 국기 숭배와 천황에 대한 충성을 세뇌 시킨 것이다.)
" 다섯 살 때. 바지저고리 집에서 만들어 입히면 분홍물 들인 돌띠를 옷고름 대신 한번 돌려서 묶는다고. 그러구선 팔랑개비 입에 물고 뛰던 생각이 나는데 뭐. "
위원장님 말씀에 일제강점기 작가 현덕의 작품 속 다섯살 개구쟁이 사내아이 '노마' 가 그려졌다.

선조임금의 장인 김제남 종택에서 태어난 연경당 김영순(94) 어르신은 조선의 마지막 왕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고종황제 때 할아버지께서 형조판서 벼슬을 하셨어요. 의친왕 왕비가 우리 할머니 동서였어요. 고모님이 이 왕가의 종부 며느리고 고모부가 이 왕가 재산을 총괄하셨어요. 왕실의 외척이니 얼마나 잘난체하고 살았겠어요. 부정 축제 많이 했지.
아버지는 예술 작품을 퍽 좋아했는데 인목대비 어머니 글씨도 있고, 단원그림도 있었어. 아침에 일어나면 한석봉 글씨 시 한 줄씩 외고 절을 하면 과자 하나씩 줘요. 아침 인사 저녁 인사 또 하고. 우리는 방학 때면 궁으로 가서 예의범절 교육을 받아야 돼요. 뒷걸음치는 거 그거 다 배웠어."

경도인지 장애가 있는 신순자 (82)어르신은 왼쪽 눈이 안보이고 청력도 안좋아 가장 힘든 인터뷰였다.
아픈 기억을 끄집어 내느라 입이 말라 여러번 숭늉을 드셨고, 주먹으로 복장을 치며 눈시울 적시기를 여러차례.

박정원 어르신(84)은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서울에서 남의 집살이를 했다. 시댁식구들이 데리러 왔을 때 ,
"산에 사냥을 하러 가려면 몰이군은 둘째여. 총가진 포수가 와야지. 총을 쏴서 잡아가던지 끌고가던지 해야지. 몰이꾼이 막아도 틈으로 빠져나가면 늬네 꽝이여. 가!" 하고 당당하게 처신하셨다. 폭력에서 해방된 어르신은 유쾌하고 자유롭게 사신다.

아픈데가 없어 걱정이라는 이영복 어르신 (96)은, 남편을 큰 아들을 하늘처럼 섬기던 어머니들의 유교에 일침을 놓았다.
"스무살에 결혼했어. 그때 우리 어머니가 시집살이를 그렇게 시키는데 어머니 말만 듣고 같이 구박했어. 며느리는 무조건 나쁜거야. 미워하고 밥도 제대로 안줬어. 부억 앞에서 밥그릇 들고 조금 떠먹다가 시집 식구가 얼씬하면 깜짝 놀래고 아궁이에 밥그릇을 내던지더라고.지금도 아주 불쌍하게 생각해."

이렇게 고생 많은 세상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시던 김용화 어르신 (89)
"총알치라고 칡 껍질 벗기는거. 쭉쭉 뻗은 칡넝쿨 긴 거 걷어다 공장에 주는 일을 했어요. 안식구가 우리 큰 딸 업고 둘이 다니며 일했어요. 우리 안식구 고생 많이 했어요. 이제 살만하니까는 가버리잖아요. 저녁에 혼자있으면 만날 안식구 생각만 하죠. 안식구 잃어버리고 들어 앉아 닭 모양 사진만 쳐다 보고. 그냥 하루가 가고.세월 가요. 각시 만나러 빨리 가고싶으냐니까 그럼요. 제 각시 찾아 가야지유 하셨다.

이재영 (81)섬강 파크골프 회장의 인생 터닝 포인트.
" 50대 60대 70대 80대에는 뭘 할지 생각했어. 내 인생에서 최고 기분 좋았던 때가 상지대 야간대학 04학번일 때야. 58세에 세무회계를 공부했는데 딸보다 어린 애들하고 공부하는게 정말 좋았어요. 시골사람들하고 이야기하는거 하고 대학교수들과 이야기하는 거는 차원이 달라. 간단한 대화를 하더라도 쓰는 단어가 틀려. 나도 모르게 고급스러운 대화를 하게되더라고 ."

2021년 1월 10일 <치매 3기의 일기 1권>을 시작으로 두툼한 대학 노트 3권을 메운 유명자 (84)어르신의 병상 일기
나의 고통의 수많은 날들이 너희들의 아픔이어서 항상 마음이 아팠다. 언젠가 네가 그랬어.
"나는 엄마하면 아픈 것 밖에 생각이 안 난다" 한 것이 항상 나를 맴돌았단다. 이제 너의 앞길은 탄탄 대로인데 항상 깨어있기를 바란다"

문옥자(83) 어르신은 막장 드라마같은 삶을 사셨다.
년 년생 둘째 낳고 말도없이 집나가서 어데 간 줄 몰랐는데, 여자 얻어 딴 살림 살고있다는 소리 듣고 내 정신이 아니더라고.
내 혼자 방에서 디굴디굴 뒹굴며 울었어. 내 이래 얘기했다고 불쌍하게 보지마요.



어르신들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심리학의 회상요법(생애 회고) 이상의 감정 효과가 나타난다.
평생 말 못 했던 억울했던 일, 가난했던 유년시절, 부모·배우자와의 추억. 전쟁이나 시대의 역경을 끄집어 내며 눈물을 흘리게 된다.
젊을 때의 고생, 자식을 키운 일, 전쟁· 가난· 노동 같은 경험을 말하면서 자신의 삶에도 의미가 있었다고 느끼게 된다. 그 과정에서 “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 주고, 젊은이에게 귀감이 되는구나” 하고 자존감을 회복 하면서 소외감을 해소한다. “내 삶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존재감 회복과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는 카타르시스 때문이다.
어르신의 이야기를 녹음하고 촬영 하고 글로 쓰면서 나 또한 누군가의 귀중한 삶을 후대에 남긴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