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일상 다반사

[스크랩]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멀리 가는 향기 2007. 11. 6. 23:37

 

 

 


 

선생님의 부음을 듣고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제 마음 편하려 장지로 내려갔습니다.


 

노제를 지내기 위해 영구차가 선생님 집터 앞에 멈춰섰는데

집앞 바위에 적힌 선생님 손글씨가 눈에 띄었습니다.


 

23살부터 70세까지 옆구리에 오줌보를 달고 사신 선생은

하루도 아프지 않은 날이 없었다 합니다.

성치 않은 몸으로 추운 겨울 화장실 출입인들 자유로워셨을까요?


 

혼자 하루 세끼 끼니를 짓고 설거지 하셨을 선생님의 시린 등허리가 자꾸 눈에 밟혔습니다.


 

김치며 남새를 들고 찾아오셨던 마을 할매들이 문고리 부여잡고 오열을 했습니다.

 

도쿄 빈민가 헌옷 장수집 뒷방에서 태어난 선생님은

넝마주이 아버지와 삯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가는 어머니 곁에서 살 던 때가

제일로 따뜻했다고 말했습니다.

교호와 절이 이세상에 그렇게 많은데 전쟁과 싸움이 그치지 않고

가난과 소외의 고통이 끊이지 않는것은 

내 잘 못은 없고 세상 사람들 잘못으로 돌리는 탓이라던

선생님 말씀이 옳습니다.


 

선물로 받은 흰고무신도 당신에겐 사치라고 출판사 사장 주었다는 선생님.

자신의 몸을 한없이 낮추어서

세상 사람들에게 무언의 질타를 하신 것은 아닌지.....


 

유족도 없이 쓸쓸히 가시는 선생님을 위해 민작 작가들과  어린이 책을 만드는 편집자들이

선생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정중히 모셨습니다.

 선생님은 그것도 마땅찮아 하셨겠지만

여기 남은 사람들이 자기 위안 삼으려 이런 자리도 마련했겠지요.


 

노제를 지켜 보면서  참 잘가셨다 생각했습니다.

질병의 고통이 너무나 커서 손가락을 입에 넣어 숨을 끊으려 했지만

죽는 것도 맘대로 안되더라 하셨답니다.

 

병원비외엔 쓰지 않고 모아둔 인세 북한과 아프리카의 헐벗은 아이들을 위해 내놓으시고

당신 사시던 오두막집 허물어 자연으로 돌려놓고

이땅에 다시 태어난다면 스물다석의 건강한 총각이 되어 스물 둘이나 셋 먹은 아가씨와

 결혼해보고 싶다는 유언을 남긴 선생님.

 


 

화장장 한쪽에서 무심히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 같아

우리 곁을 기웃거리던 죽음은 어느날 갑자기 느닷없이

 들이닥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내려간 탓에

아버지의 임종도 보지 못했습니다.

아버지 숨 거두시는 그 시각에 저는  제 몸 아픈 것 나아 보자고

처음으로 108배를 하고 참선을 하고 있었습니다.

 

네게 절을  가르치고 참선을 시킨 최은섭 선생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아버지를 남편 윗자리에 모신 것을

어머니는 마땅찮아 하십니다.

사위에게 큰짐 지워 놓은 것 같아 미안 하다고.

 

조문 오신 분들이 장모와 아내가 고생하는 게 안타까워

 아버지를 모셔간 모양이라는 말에

어머니는 눈물 바람을 하셨습니다.



 

우리 곁은 떠나간 분들의 빈 자리가 너무 커서

여기 남은 사람들이 허퉁스럽지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생로병사의 무거운 짐 앞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을 ....

 

..............................

5개월 만에 다시 상복을 입었습니다.

연거퍼 심려를 끼쳐 드려 염치가 없습니다.

한 분 한분 고맙다는 인사를 드려야 도리지만  기운이 없습니다.

마음 빛을 많이 졌으니 다시 힘내서 열심히  빚갚으며 살겠습니다.

 

출처 : 계몽아동문학회
글쓴이 : 향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