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밤 가든호텔 로비에서 수인사를 나눈 뒤
일요일 오후에 국립중앙 박물관에서 증선생을 만났다.
우리가 이 사진을 찍을 때 함께온 여 선생님들이 수근수근 난리가 났다.
그들은 우리가 38년지기라는 것도 이미 지난 밤에 만난것도 몰랐으니 놀랄밖에.
짖꿏은 여 선생 셋이 우리 뒤를 졸졸 따라 다니며 염탐을 했고
증 선생에게 한턱 내라며 찻집으로 이끌었다.
통역겸 가이드를 맡은 경성고 이화영 선생이 우리 사연을 이바구 했다.
이때부터 "예쁜 언니"라고 부르며 말을 걸고 친근하게 대했다.
오십대 여 선생들의 "멋진 오빠"가 된 남동생.
증 선생님이 근무하는 학교는 병설 유치원부터 전문대학 과정까지 한 울타리안에 있다.
경성고, 홍익디자인고, 청주 대성고,청주대학과 자매 결연을 맺고 있어서 초청 방문을 한 것이다.
한강 유람선을 타고
저녁식사 후에 홍대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이때 경성고 이교감선생이 나타나서는 수첩과 펜을 선물로 돌렸다.
갑자기 젊은 여 선생들이 내게 몰려오더니 사인을 해달란다.
어두운 밤거리에 서서 사인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
우리 남동생이 홍대 출신이라니까 수첩에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다.
증 선생이 손목에 차고 있는 염주알이 뭐냐고 물었다가 난감한 선물을 받게 되었다.
그가 티벳 사람에게 선물 받았다는 팔찌를 내가 탐내는줄 알고
오늘 그가 남대문 시장에서 사다준 선물.
내 취향이 아닌 저 물건을 어이할꼬....
여자들은 옷 구경에 정신이 없고
증 선생이 내가 피곤할 것 같다며 핸드백을 뺏어 자기가 메고 다녔다.
유람선 탈 때는 가방에서 마른 매실 꺼내 피로회복제라고 주고, 삼계탕 먹을 때도 물티슈 꺼내주고,
부채질 해주고 , 모자 챙겼냐고 묻고.....
이 양반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어찌나 자상한지 모른다.
주문한 술이 나오기전에 막간을 이용해서 이 교감이 나섰다.
자기 손안에 든 동전의 액수를 맞히면 그 돈 임자가 된다며
동전을 흔들고 손가락으로 만져 보게 했다.
이 양반이 중앙 일보에 NIE 수업안 연재를 하고 '책을 읽는 따뜻한 사회"를 이끌어 가신다 했는데
역시 행동이 남달랐다.
각자 돈 액수를 적느라 심각하고
동전을 헤아리고 정확히 맞춘 유치원 선생한테 상금 4550원이 건너갔다.
오늘 오후, 수원찍고 청주 찍고 경주 찍고 턴 한 일행들을 신세계에서 만났다.
호텔에 도착해서 선물로 받은 물건 챙기고.
증 선생은 제일 연장자인데도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느라 저리 고생을 사서한다.
10살 아름이가
29살 숙녀가 되어 만났으니 증선생이 반가워 할 밖에.
대만어로 번역된 내 그림책 2권을 선물로 드리고
<내 이름은 나답게>와 <나답게와 나고은>은 2003년에 계약금만 받고 오리무중인지라
대만 서점가에 나와 있는지 알아봐 달라했다.
호텔 앞에서 버스를 타고 만찬장으로 가는 그들과 헤어졌는데
가이드 이 선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증선생이 울고 있으니 달래주라는 것이다.
말이 안통하는데 우짜라고.. 아이고, 참말로 !
그가 한국에 오기전 부친 편지가 어제 도착했다.
시종여일.
다섯장의 편지지에 쓰인 글씨가 인쇄 한 것 같다.
우리 관계가 국경을 넘어 38년이나 유지 된 것은
증선생의 다정한 마음 씀씀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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