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인형의 집

동화나라 인형의 집을 꿈꾸다 3

멀리 가는 향기 2011. 1. 23. 14:40

 

 

두 번째 꿈 이야기

 

 

전국의 학교와 도서관, 교육청에서 ‘작가와의 만남’ 초청강연을 한다.

 강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울 적이 많다.

컴퓨터 게임과 TV 중독으로 ‘활자 이탈 세대’ 가 된 아이들의 실태를 피부로 느끼기 때문이다.

책과 담쌓은 아이들은 독해력은 물론 창의력과 사고력도 떨어진다. 산만하기 짝이 없어 정서불안으로 보일 정도다.

학교와 학원을 오갈뿐이니 ‘경험’마저 없다. 경험을 통해 스스로 느끼고 깨달을 수 없는 아이들은

게임 속 가상세계에 빠져 사회성도 잃어버렸다.

학업 스트레스를 폭력게임으로 푸는 아이들이 남을 배려하거나 사랑할 수 있겠는가.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아이들이 자라 장차 이 나라를 책임질 수 있을까?

강연을 다닐 때마다 아이들 손에 책을 들려줄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21 배고픈 애벌레>

 

우리 집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진 계기는 ‘인형놀이’였다.

책 속의 캐릭터를 인형으로 만들어 후속편을 상상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내가 열 살 때 감명 깊게 읽었던 세계 명작들은 우리 아이들 가슴도 뛰게 했다.

‘책속의 감동을 인형작업으로 재현해 보자’

그렇게 시작 되었다. 동화 속의 감동적인 명장면을 인형으로 연출하는 작업이.

 

 

 

<사진22 거실에 전시해 놓은 작품들>

 

 

가장 감동 깊게 읽은 동화책의 목록을 만들고 작업에 들어갔다.

세계명작은 외국의 벼룩시장이나 상점에서 사온 인형으로 주인공과 등장인물을 만들었다.

국내창작동화는 내가 있는 솜씨 없는 솜씨를 부려 인형을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다. 힘이 닿는 대로 원작의 초판본을 사들이고 작품과 관련된 기록들을 수집했다.

전시작품 옆에 동화속의 감동적인 문장과 작가 소개를 해 놓고, 초판본과 우리나라 번역본을 함께 전시를 할 요량이었다.

인형 작품을 본 아이들은 자기가 읽은 책 속의 장면을 떠올릴 것이고,

책을 읽지 않은 아이는 그 장면에 대한 호기심으로 책을 손에 들 것이기 때문이다.

 

 

            < 2005년 푸른숲 사옥, 전시장 동화와 인형 그 행복한 만남 전/조선일보>

 

2005년 푸른숲 사옥에서 첫 전시회가 있었다. 아이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나는 작업에 더욱 매진하게 되었고 남편에게 도움을 청했다.

미술대학 공예과를 나온 남편 덕분에 인형의집이나 가구들을 만들 수 있었다.

작업에 쓰이는 재료들은 대부분 재활용 수거함에서 주워다 썼다.

인형들도 재활용 수거함에서 줍거나 벼룩시장에서 사들였다.

 애지중지 사랑 받다가 싫증났다고 버려지는 인형들을 씻기고 새 옷을 입혀 재탄생 시키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인형을 수집한다는 소문이 나고 TV에 출연하게 되자 지인들이 인형을 선물로 보내왔다.

우리 집에 입양(인형을 수집할 때 메니아들은 입양한다고 말한다) 온 인형들의 사연도 가지가지였다.

 

어느 날 나무꾼 인형을 입양하면서 ‘선녀와 나무꾼’을 만들 생각을 했다.

미국에서 온 ‘이쁜이’는 새색시 인형이었다. 선녀로 만들기 위해 입고 있던 혼례복을 벗겼다.

 손가락 굵기의 색동저고리 소매에서 뭔가 만져졌다. 꺼내 보니 돌돌 말려진 일원짜리 종이돈이었다.

 어린 시절 사탕이나 뽑기를 사먹던 종이돈인 것이다.

누가 왜 종이돈을 인형 옷 속에 넣었을까? 호기심이 생겼다. 하필 이쁜이 옷을 벗길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이쁜이하고 마음이 통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우리 집 식구들이 잠든 다음 인형들이 모여 자신들이 어떻게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꿈꾸는 인형의 집>은 그렇게 써졌다.

 

 

<사진24. 2009년 인사동 남이섬 전시>

 

2009년 서울 인사동, 부산 민주공원, 김해 클레이아크미술관에서 연이어 전시회를 했다.

 동화 속 명장면을 연출한 작품, 유명 인사 인형과 그들의 어록, 어머니와 아기를 주제로 한 동시와 인형,

 세계의 아동문학 소개 코너도 마련했다.

<꿈꾸는 인형의집> 그림자인형극과 스토리텔링으로 책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도했다.

 

 

<사진 25 2009 부산 민주공원 <동화나라 인형 이야기 전>

 

 

 

  <사진 26 ,2009 김해 클레이 아크 미술관 ‘인형으로 읽는 동화 전’>

 

 

<사진27, 인형 만들기 체험학습>  

 

                                                              <사진28.  독후활동 바로 이 장면>

 

 

 

독서교실 독후활동으로 재미있게 읽은 책의 감동적인 장면 꾸미기 수업을 했다.

가족이 함께 책을 읽고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장면연출을 하는 과정이 진지했다.

완성 작품을 놓고 뿌듯해 하는 엄마와 아이들을 지켜보는 기쁨도 크다.

 

우리 집은 인형의집이다. 아이들을 초청해서 동시낭독회도 하고 자기가 읽은 책이야기도 한다.

아이들은 자기가 재미있게 읽은 책의 장면을 찾아보고 즐거워한다. 혹은 관심 있는 장면의 책과 저자를 궁금해 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굳이 책 읽으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작품 연출로 호기심을 자극해놓으면 읽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니까.

 

 

 

 

 

                                        <사진 29 동시낭독회><사진30>

 

 

<사진 31>인천 마중물 아이들 방문

 

 

그동안 만들어온 작품들을 전시 해놓은 인형 박물관과 도서관, 책을 읽고 나서 인형극으로 그림으로 음악으로 율동으로

표현 할 수 있는 무대, 책 읽고 토론할 수 있는 교실들이 있는 <동화나라 인형의집>을 짓고 싶은 것이 나의 두 번째 꿈이다.

책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가 벌어질 <동화나라 인형의 집>은 우리 모두의 집이기도 하다.

 

책은 보물 상자다. 책 속에 수많은 보물들이 숨겨져 있다.

그 보물들을 찾아내고 못 찾아내고는 각자의 몫이지만, 많은 아이들이 ‘보물찾기’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은 책 선물이다.

책을 읽고 한 사람의 운명이 바뀐다면 그보다 더 생산적인 선물이 있겠는가.

지난여름 맹꽁이 책방 아이들 데리고 몽골 봉사여행 갔을 때 일이다.

우리 일정은 알탕불락 군에 우물을 파주고 종합 학교 도서관을 지원하고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몽골의 안데르센으로 불리는 다시돈독 선생님을 만났다.

그는 수레에 책을 싣고 초원을 돌며 이동도서관 봉사를 한다. 칠십 노구를 이끌고.

18세 때 처음 쓴 시로 문명을 날리게 되었다는 선생님은 당신이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 초원에서 감수성을 기른 탓이라 했다.

헐벗은 아이들 손에 책을 들려주고 감수성을 일깨우려는 그 마음이 우리들 가슴을 뜨겁게 했다.

 

<32 다시돈독 선생님의 이동도서관>

 

세계 최빈국 캄보디아. 그 나라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 프레이 뱅에 레지나 수녀님이 계신다.

마중물 아이들도 수녀님을 후원한다.

우물을 파고 화장실을 개량하고 소를 분양하고 소액 대출금을 나누는 일에. 무엇보다 값진 일은 장학사업 이었다.

소년가장 캄호잇이 40도를 육박하는 불볕에 8시간 자전거 통학을 한다.

그가 꿈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을 우리 모두 지켜보았다.

그의 변모가 마을 아이들의 향학열을 불태웠고 지금 프레이뱅 마을엔 희망 노래가 울려 퍼진다.

 

 

  <사진33. 캄보디아 프레이벵 마을 유치원>

 

 

                                                       <사진34. 미미인형>

 

어린 시절 구호물품으로 받은 큐피 인형이 내게 상상력을 키워주었듯,

내가 건네준 미미인형이 이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선물할 것이다.

처칠이 책 읽는 습관이 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한다.’ 고 했다. 지당하고 지당한 말씀이다.

힐러리 또한 도서관에서 루즈벨트 영부인 앨리나 파전 여사의 전기를 읽고 자신의 롤 모델을 찾았다지 않는가.

 

 

 

 

 

                                                        <사진35. 몽골 알탈불락 군 종합학교 도서관>

 

어린 시절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저 그런 아줌마로 살았을 것이다.

책이 수줍음 많은 시골뜨기 계집애의 운명을 바꿔 놓은 것이다!

“동화를 쓰면서 내 인생이 빛났고 나의 삶 또한 행복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동화와 인형이 내 운명이 되었기 때문이다.

꿈이 있고 목표가 있는 삶은 행복하다.

 

 

 

 

 

 

 

 

'인형의 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7호 땡기는 날  (0) 2011.02.21
휘슬러의 어머니  (0) 2011.02.05
동화나라 인형의 집을 꿈꾸다 2  (0) 2011.01.23
동화나라 인형의 집을 꿈꾸다  (0) 2011.01.22
코엑스 서울 인형전  (0) 2011.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