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로 부쳐 온 미니어처 재봉틀과 반짇고리.
이젠 물어보나마나 임정진이 보내왔다는 걸 안다.
그녀는 내게 유용할 성 싶은 인형이나 동화책이 눈에 띄이면 선물을 한다.
인형 수집이 알려지고 인형을 보내주는 지인들 중에 최다 기증자인 셈이다.
미니 재봉틀은 요래 셋팅이 되었다.
반짇고리는 깜찍하게 이쁘다.^^
재페닝 가구 안에 만든 재봉실
<할머니의 조각보>를 연출한 재봉실
바느질쟁이라 햇살 바른 방에 능률적이고 엔틱한 재봉실을 꾸미고픈 바람이 있다.
나 죽기전에 이루어지겠지.............
- 1986년 가을 마로니에 백일장에서 장원한 임정진과 장려상을 탄 내가
kbs-tv 830프로에 출연하여 인터뷰하는 중
임정진과 나는 티브이 출연한 날 처음 대면을 했고
(당시 그녀는 크라운베이커리 사보 만들다 백일장에 참석해서 글 써놓고
회사 들어간 관계로 수상 소식도 나중에 알았다)
2년 뒤 그녀는 계몽아동문학상으로 등단을 했고
나는 5년 뒤 계몽아동문학상을 받았다.
그러니까 그녀는 내가 깍듯이 모셔야 하는 손아래 선배님이시다.
우리는 계몽문학회원으로 이십년지기가 되는 동안 서로의 성정을 손바닥 보듯 안다.
염화시중의 경지는 아니어도 눈빛으로 통할 정도로 임의롭다.
파주 푸른숲 사옥에서 첫번째 전시회를 할 때 그녀가 바쁜 내 일손을 돕겠다고
색동 요와 이불 ,베게를 만들어 보냈다.( 김향이 어린시절 양단금침으로 등장)
전시장에서 셋팅을 하는데 배게 두 개가 오리무중 자취를 감추었다.
편집자들 하고 쓰레기통 까지 뒤지고 난리 법석을 피웠는데
나중에 전시 끝나고 집에서 짐을 푸는데 쓱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참말로 귀신이 조화를 부린 것도 아닐텐데...
그녀의 작품은 건강한 유머가 담겨 좋아하는데
그중에서 <지붕 낮은집>이 가장 좋았다.
동화작가중에 그녀처럼 발로 뛰는 작가도 드물다.
행동대장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 저리가라다.
순 서울토종이라 자기 할 말 딱딱하는 쿨한 그녀가 부러울 때가 있다.
지붕 낮은 집
방. 그랬다. 방이 최고였다. 우리 동네를 떠나는 것은 모든 이들의 소망이었다.
그러나 떠나기는 쉽지 않았고 오히려 들어오는 인구가 더 많았다.
집집마다 마당에 틈만 있으면 방을 이어 붙였다. 창고가 방이 되고 연탄광이 방이 되고 다락이 방으로 변신했다.
모든 공간이 방으로 변신하던 시절이었다. 집보다 방이 더 확고한 이미지를 갖던 시대였다.
방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임정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문학을 공부했으며, 1986년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에 장원으로 입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8년 계몽아동문학상을 받았고, 잡지사와 방송국 등에서 일하다 지금은 그림책 및 동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개와 고양이』, 『용감한 꼬마 재봉사』, 『엄마 따로 아빠 따로』『나보다 작은 형』『상어를 사랑한 인어공주』『지붕 낮은 집』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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