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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370회 회갑 잔치

멀리 가는 향기 2012. 12. 9. 20:25

 

12월 9일, 강남의 씨푸드뷔페식당,  

승환이가  엄마 환갑이라고 친가 외가 어른들 모시고 인사를 올렸다.

 

 

 

친척 소개 끝내고 자기 여자 친구를 인사시켰다.

우리 아들 총각 귀신 되는 줄 알고 노심초사 했던 걱정거리가 사라지는 순간.

 

올해는 어머니 팔순에 내가 환갑을 맞는 해이다.

어머니 모시고 조용히 여행을 다녀오려던 계획이 어머니 건강 때문에 여의치 못했다.

차일피일 하는 동안  승환이 아름이가 이런 자라를 마련하게 되었다.

 

 

 

육이오 전쟁 중에  맏이로 태어난 나는  어머니의 양념딸 노릇을 했다.

 

전쟁후의 가난한 세월을  다섯 자식을 거둬 먹이며 사신 어머니는

건강을 잃으셨다. 늙으막에 웃음꽃 피워들여야 할텐데.

 

 

 

아들이 한 말씀 하라는데, 나는 목이 메인다.

남편과 동갑이라 함께 생일 상을  받았을 터인데 ..... 또 울음보가 터질라 한다. 

 

 

평범한 전업주부로 살다가 마흔에 작가가 되고  73권의 저서를 낸 중견 작가가 되었지만.

 

식탁 옆에 노트북 놓고 살림 틈틈이 써온 글로

밥벌이를 해온 게 솔직히 부끄럽다.

 

 

아무개 아내 , 아무개 엄마로 살아오는 동안

시할머니, 시어머니, 남편 , 친정 아버지 번차례로 간병하고 이제는 친정어머니 한 분 남았다.

 

 

골든 에이지 세대로 진입한 나도 이제는  작가 김향이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싶다. 

후대에 남을 작품을 쓰고  '동화나라 인형의집'을  짓는 꿈을 이루면 여한은 없을 것.

 

 

                                     -아름이가 조카들에게 선물하려고 만든 쿠키

이 어린것들이 해맑은 웃음 잃지 않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남은 인생 바칠 것이다.

 

 

                                   괴롭고 힘든 일 있을 때  가족들이 곁에 있어 든든했다.

                                   특히 시아주버님과 큰동생이 큰 버팀목이 되었다.

 

 

 

어머니는 자식들 키우느라 여유가 없었지만 성격적으로 멋을 부릴 줄 모른다.

엄니 얼굴에 분을 바르고 연지를 칠해드리며  또 이런 시간이 올까 ..

덜컥 방정맞은 생각이 들었다.

 

주름진 얼굴이 보기 흉하다고 사진 찍히는것을 싫어신다.

앨범에 있던사진도 다 없에셨다.

 

 

그동안 털털한 성격의 어머니께 옷을 해드리고도 좋은 소리 못들었다.

실크누비 반두루마기에 모본단 개량 한복 한 벌을 몰래 맞춰왔다.

 

 

 

남동생 우스개에 웃음을 터트린 엄니. 날마다 이렇게 웃으시면 오죽 좋을까.

남편 복 없어도  자식 복은 있다는 엄니 말씀처럼 큰 동생 같은 효자도 없다.

 

 

속으로 영정사진 찍는 줄 아셨나 보다.

근엄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엄니가 그만 찍자며 장난스런 포즈를 취하셨다.

 

 

 

털코트는 아끼느라 못입으시기에  가벼운 프라다 코트를 사드렸다. 남동생이 고른 숄의 무늬도 보라색.

그러고보니 죄다 보라톤으로 사드렸다.

자수정 반지에, 보라색 선그라스까지 깔 맞춤이다.

 

나는 우리 엄니가 미쿡 할머니처럼 멋도 부리고 친구도 사귀며 여생을 즐기셨으면 제발 좋겠다.

 

   나물철이면 혼자 나물 캐러가고  매실 따고 밤 줍고 도토리 줍는게 취미 생활인 엄니는

한의원 가는 게 유일한 외출, 아래층 노인정에 가시라 해도 담배냄새 난다고 마다신다.

겨우내 Tv  켜놓고 낮잠 주무실  엄니 , 혼자 노는  엄니 때문에  내 속이 터진다.

겉모습은 여장부 타입이지만  소심 A형 성격의 어머니. 성격도 스타일도 음식 취향.. 모든게 나하고 정 반대시다.

낮에 주무시고 밤을 새는 엄니 때문에 고역이지만 엄니 하고 오래오래 한 침대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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