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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377회 서울성곽길 걷기

멀리 가는 향기 2012. 12. 25. 20:26

크리스마스날 아침,

남동생이 걷기모임 카페 검색을 하다가  서울 성곽길 코스가 있다고 했다.

 오래 전부터 성곽길을 걸어보고 싶던 터라 후닥닥   따라나섰다.

"등산화 없어? 운동화라도 신어야지...."

동생 말에 버리려고 내놓은 운동화를 꿰신고 나섰다.

(옷장에 그득한 옷 중에  등산복도 등산화도 없다)

발이 시려서 보니 여름 운동화다.

약속 시간 칼 같이 지키는 모임이라는데 집에 다녀올 시간은 없고 어쩌나..

 

지하철에서 후배 김하늬한테 sos 전화를 했다.

그녀가 등산화에 양말에, 장갑에 목도리까지 챙겨서 경복궁역 3번출구 앞으로 왔다.

신발 갈아신고 어쩌고 하는동안 일행은 떠나 버렸고.

하늬가 창의문까지 태워다 줘서 일행 꽁무니에 겨우 따라 붙었다.

(하늬 신접살림집이 창의문 지척에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한바퀴 돌았다 ^^)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일당(북한 특수공작원 31명)이 청와대를 넘보고 침투했을 때 종로경찰서장 최규식이  교전을 펼친 곳,

(김신조만  생포하고 29명 사살 1명 도주)

창의문을 지나  패찰을 목에 걸고 성곽길을 오르는데 가파른 목조계단이 지그재그로 이어졌다.

 

                                                           1.21 사태 때 총맞은 소나무

 

창의문- 숙정문 지나 - 한성대 입구 최순우옛집 코스인데

가파른 계단이 있는 창의문 코스를 올라가느라 숨 넘어갈 뻔 했다.

칼 바람  맞으며 계단을 오르는데 숨이 가쁘고 콧물이 줄줄 흘러서 손수건을 대고 있었다.

 

 

 

숙정문 지나니까 완만하게 걷기 좋은 소나무길이 나타났다.

성곽의 축조 방식도 태조-세종 -숙종에 이르는 동안 변천되었다.

 

 

성곽을 쌓느라고 노역에 나선 선조들은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몸으로 축성을 하느라 얼마나 힘을 썼을 꼬

 

풍수지리에 능한 무학도사가 한양을 도읍지로 정한데는 까닭이 있었을테지만

역대 왕들은 경복궁을 싫어 했단다.

산에서 궁궐이 내려다 보여서 혹시라도 역모를 당할까 근심이 깊었을 터.

 

 

저리 빽빽히 들어선 빌딩과 집

그속에서 아웅다웅 지지고 볶고 산다. 티끌만도 못한 인간들이.

 

'걸어야 산다'는 케치프레이즈를 걸고  평일 밤에도 주말에도 휴일에도 걷고 또 걷는 유유자적 카페 회원들.

 

그나저나 하늬 아니었으면 나는 동상 걸리고 감기 걸려서 병원 신세 질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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