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조카 륭이 부부가 세배를 한다고 한복을 갖춰 입었다.
24살에 결혼한 2년차 부부.
륭이는 장보기를 돕고 각시랑 오둔도순 전 부치고 만두를 빚어 일손을 덜어주었다.
아무 연고도 없는 호주에 외아들 보내놓고 노심초사하는 부모 마음을 헤아려주니 대견하다.
새댁 절을 받느라 어머니와 나도 한복을 입었다.
기자촌 살 때 물 빨래 가능한 누비 천을 떠다 어머니 저고리 지어 드리면서 내 것도 함께 만들었다.
음식 장만하다 얼룩이 묻어도 티나지 말라고 검정색을 택했다.
치마는 자주색 모본단을 끊어다 일하기 편하게 통치마로 만들었다.
처음으로 대바늘 뜨게질을 시작했다는 손주며느리에게 비법을 전수하시는 어머니.
나도 우리 오남매의 겨울옷을 뜨개질하는 어머니 어깨너머로 뜨게질을 배웠다.
어머니께 조카 며느리가 나이롱 뽕을 가르쳐 드린다고 나섰다.
어머니도 나도 어렵다고 발뺌을 해서 민화투를 시작했다.
기자촌 살 때 어머니는 동네 할머니들과 십원내기 화투를 치셨고
그 옆에서 어린 륭이가 화투를 배웠다.
"할머니, 똥 먹어. 에이 할머니 쌌다. "
그 웃긴 장면을 <나답게와 나고은>에서 써먹으려다. 애들 교육상 안 좋다할까봐 뺐다.
저녁에 친정에 온 아름이가 할머니 민화투 상대가 되었다.
아름이 점수를 대신 계산 해주는 엄니에게
"우리 엄니 화투 실력 살아있네. 내일은 노인정 가서 돈 좀 따오시지."농을 했지만.
엄니가 노인정 드나들며 친구도 시귀고 세상물정도 귀동냥하기 바란다.
'일상 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404회 노년의낙 (0) | 2013.03.22 |
---|---|
401회 Mind the Gap (0) | 2013.03.03 |
382회 우체통 (0) | 2013.01.12 |
380회 겨울밤 독서 삼매경 (0) | 2013.01.06 |
379호 열혈독자분께 (0) | 2012.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