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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457회 조바위 쓴 새 색씨

멀리 가는 향기 2013. 9. 1. 11:35

 

 

 

                                              근현대사 자료 수집가 K씨가  보내준 사진

 

<조바위를 쓰고 녹의홍상을  입은 새색씨> 인형은 부산박물관에서 만든 도록 표지에 실린 인형과 얼굴 모습이 같았다.

옆에있는 인형들은 일본 석고 인형 얼굴에 한복을 입힌 그야말로 퓨전인형이고, 조바위 쓴 인형은 조선인형이다.

조바위쓴 새색씨 인형은 1920년대 , 석고 인형은 1930년 때로 구분하면 되겠다.

 

민간에서 녹의홍상에 족두리 쓰고 하얀 한삼을 맞잡은 손에 두르고 혼례를 치르기도 했다.

연두저고리 다홍치마는 혼례날 부터 첫 아이를 낳을 때까지 입었다,  자주 고름은 남편이 살아있음을 의미하고 ,

자줏빛 깃은 부모가 살아계시다는 의미였다. 저고리 소매에 남색 끝동은 아들을 낳은 여인만 달 수있었다.

조선 후기의 저고리 길이는 가슴께까지 짧아졌으며 품은 몸에 꼭 맞고 소매통은 좁아졌고 흰 치마 말기가 보이게 입었다.

 

 

'조바위'는 조선후기부터 부녀자들이 사용한 방한모 이다. 겉감은 검정비단 안감은 무명으로 겹으로 만들었다. 

 정수리는 열려있고 이마와 머리 전체를 덮는다. 뺨에 닿는 부분이 동그랗게 되어 귀를 덮고 뒤통수까지 가린다.

옥, 마노, 비취 등으로 앞 뒤를 장식하고 이마 부분에 오색술을 달고 산호 줄을 연결했다.

 

 

 

얼굴 표현을 보고 놀랐다.

1920년대 초 이탈리아 '린씨'인형과 얼굴 기법이 같았기 때문이다.

 

린씨 인형은 몰드에 펠트천을 압착한 다음 이목 구비를 페인팅했고,

조선 인형은 살색으로 염색한 무명천을 압착하고 이목 구비를 그린 것이다.

 

얼굴 표정이 볼수록 정이 간다. 특히 외꺼풀 눈과 초승달 눈썹이 그지없이 곱다.

게다가 보관상태도 좋아 비단의 색바램도 없고 천이 삭지도 않았다.

 

 

 속치마도 속바지도 입지 않고 엉뚱하게 꽃무늬 면바지를 입고 있어서 옷을 벗겨 보았다.

 

그러면 그렇지, 속곶과 속치마를 잃어버린 탓에 몸통의 속을 채운 지푸라기가 삐져 나오자

 미국인 골동품상이 검은 실로 숭덩숭덩 꿰매고  꽃무늬 바지를 입혀 둔 것이리.

격 떨어지는 꽃무늬 바지 벗겨내고 비단 속곶과 속치마를 만들어 입혔다.

 

 

그 당시 서양 인형을 본떠 셀룰로이드로 만든 팔을 움직일수있게 달아 놓았고 다리는 천을 재봉틀로 박아 지푸라기로 속을 채웠다.

공장에서 재봉틀로 생산을  한 인형이다.

 

우리나라에 재봉틀이 도입된 것은 1900년경이고 공업용 미싱은 1960년 초에 들어왔다.

서양에서 스윙머신 (Sewing Mashine)이라 부르는 재봉틀을  일본 사람들이 머신을 미싱으로 발음한데서 유래되었다.

 

 

 

 

인조 머리카락을 붙여 땋아 댕기를 들여주었는데, 리본을 댕기 대용으로 묶었다.

그 당시 저고리는 짧고 품은 딱 맞게 입고 치마는 풍성하게  입었는데 천을 아끼려고 주름을 적게 잡은 것 같다.

 치마 폭이 좁은 게 거슬린다.

 

 

석고 인형들은  민머리로 내게 왔다. 검정 재봉실로 머리카락을 만들어 땋고 댕기를 들여주었다.

 

 

 

 

일본 인형의 바디를 보면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

배를 갈라서 종이상자(발판처럼 눌러진다) 를 넣어 놓은 까닭이 무엇인지,

움직임이 많은 팔 다리 연결 관절을  하필 종이로  연결했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저고리 동정을 같은 노랑으로  달았기에 하얀 비단으로 바꿔달아주었다.

 

 

 

1900년대 초기에 유럽에서 '오픈 마우스'가 유행 했었다. 

일본은 일지기 문호를 열고  서양문물을 받아들였기에  재빠르게 도입을 한 것이다.

 

 

 

 

노랑저고리에 오동색 치마 배색도 거슬리고

 

 

노랑 명주 속치마를 입힌 것도 격식에 안 맞아서 손을 봐주기로 했다.

 일본 인형 공장에서 생산된 인형이기에 조선의 배색을 모르는 건 당연하다

 

 

 

 

  before                                                    after  

 

 치마를 서로 바꿔 입히니 이제 배색이 어울린다.

노랑저고리에 하얀색 동정을 달아주니 얼굴이 산뜻해 보인다.

 

 

 원래 부인 복색은  남치마에 노랑저고리, 남치마에 옥색 저고리 배색으로 입었다.

분홍저고리를 빨아 입히고 오동꽃색 치마로 바꿔입히니 인물이 달라졌다. .

양반가 애기씨답게 귀티도 나고 더 얌전해 보인다

 

 

 

 

 

인형마다 얼굴 표정이 있다.

노랑저고리는 얼굴이 동글동글하고 눈썹도 조금 굵다.  입을 벌리고 수다스럽게 떠드는 중이고 머리카락까지 헝클어졌다.

반면에 분홍저고리는 얼굴이 갸름하고 눈썹도 가늘다. 조신하게 입술을 다물고   있다.

왈가닥과 얌전이한테 어울리는 옷으로 바꿔입힌 셈이다.

 

우리 집에 와서 환골 탈퇴한 인형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콩쥐팥쥐라고 , 딱 보면 안다. 누가 팥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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