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모 기업의 사업설명회가 하이얏트 호텔에서 열렸다.
홍콩과 중국 현지 방송에서 취재 올 정도로 비중있는 행사였는데
그 행사장의 꽃장식을 아름이가 해냈다.
오너는 젊은 여성 사업가였는데 훼미닌하고 러불리한 스타일은 싫다.
회사 로고를 살릴 수 있도록 화이트 실버 블루 칼라만 쓰라고 했단다.
우선 코사지를 12가지 스타일로 만들어 컴펌을 받고
일을 시작한 모양.
행사 당일에는 코사지를 80개나 만들어야 했다고.
응접 테이블 센터피스 장식
콘솔 장식
아름이는 아메리칸 스타일을 공부하고 왔는데 우리 나라에선 훼미닌하고 러블리한 유럽스타일이 대세다.
그동안 유럽스타일로 일을 해오다가 새로운 감각으로 작업하려니 멘붕이 왔다고.
밤잠을 설치며 고민하다가 행사를 치러낸 모양이다. 그러느라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
행사 마치고 회사측과 현지 방송계 사람들이 극찬을 했단다.
그리고 오너는 자신의 생일 파티 꽃장식도 맡겼다고.
- 생일 파티 행사장 입구 안내 꽃장식
꽃작업을 하느라 너무 고단해서 밥 숟갈 들고 졸았다는 말에
마음이 짠해서 도시락 싸들고 작업실로 갔다.
사실은 나도 10월에 몰려 있는 강연 때문에 파김치가 되어서 감기를 달고 있었다.
"엄마 왜 왔어."
말 섞을시간도 없이 작업에 몰두하는 딸아이 얼굴을 보니 말이 아니었다.
내가 도착한 시간이 2시가 넘었는데 새벽에 꽃 시장 다녀와서 엉덩이 붙일 새 없이 서서 작업한 모양이었다.
-사이드 테이블 장식
행사 시작 전에 설치 작업을 마쳐야 하는데 토요일이라 호텔 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변수다.
그러니 작업하는 동안 속이 얼마나 탈까? 입술이 바싹 바싹 마를 테지.
- 무대장식
'엄마, 알바생들 데리고 일하면 얼마나 답답한 줄 알아?
딱 시키는 것만 해. 시킨일 끝내면 가만 앉아있어. 남은 꽃들 물통에 꽃아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안드나봐."
하던 말이 떠올라 주섬주섬 일을 도왔다.
-식탁 센터피스
꽃은 금방 물을 내리기에 행사 당일 새벽에 사와야 한다.
그런데 수입꽃들은 들여오는 날이 있고 수량도 한정적인데다 꽃값도 비싸다.
자기가 원하는 수입 꽃이 미처 들어오지 않았거나 떨어져서 낭퍠를 당할 수도 있다.
공급이 원할 하지 않으면 꽃값은 뛰기 마련.
이런 저런 변수는 행사 당일 일어난다.
아름이도 원하는 수입꽃을 구하지 못해 이리저리 수소문하다 작업이 늦어진 모양이다.
다행히 200만원 짜리 소주병 모양(오너가 한국 소주를 좋아한다고) 맞춤 생일 케이크에 문제가 생겨서 시간적 여유가 생겼단다.
호텔로 꽃을 실어 내간 뒤 작업실 청소를 하는데 커다란 비닐 부대로 4개가 나왔다.
700만원어치 꽃을 샀다니 어마어마한 양이다.
저 많은 꽃을 자르느라 얼마나 손아귀가 아팠을까 유난히 가는 딸애 손목이 떠올라 그만 눈물이 났다.
작업을 끝낸 딸애가 밥 먹으라 가자고 전화가 왔기에 싸온 도시락을 먹으라 했다.
"엄마 힘들게 왜 치웠어? 그냥 놔두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하나도 힘들지 않아.
꽃을 만지면 얼마나 행복한데........"
꽃작업을 도운 친구들도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다.
"어머니, 집 밥 오랬만에 먹어요. 감사 해요."
내 자식이나 남의 자식이나 날마다 매식만 했으니 건강이 오죽 할까 싶어 안쓰러웠다.
사실 삼시 세끼 입에 밥 들어가는 일은 고달프다.
누구나 밥 벌이를 하느라 서글프고 고된 시간을 보낸다.
요즘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직장 생활이 바로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란 생각이 든다.
살가가는 일이 그렇게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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