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백승자 선생이 수상축하 케잌을 보냈다.
반포 유명 빵집에서 지하철 택배로 케잌을 들고온 분은 70대 남자분이었다.
5시반이 넘은 시각이었고 아저씨 얼굴은 추위에 얼어 검붉었다.
"잠깐 따뜻한 차로 몸 좀 녹이세요."
지하철 택배로 배달을 오시는 분들께 시원한 냉수나 따뜻한 차를 대접하곤 했다.
(우리 아이들이 알면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포한줄 아냐고 펄쩍 뛰겠지만 나도 관상 봐가면서 집에 사람을 들인다)
사양하던 아저씨도 마지막 배달이라 퇴근할 참이라며 들어왔다.
나는 서둘러 찻물을 올리고 검은 콩 흑미 등 혼합 곡물차를 대접했다.
"굴치할 텐데 빵하고 같이 드세요."
어머니가 식빵 한쪽을 드렸다.
"아이구.몇 년 동안 일하면서 별 별 꼴을 다 봤는데 이런 대접은 첨 받아요."
74살이라는 아저씨가 자기 이야기를 꺼냈다.
숭실대 앞에서 사진관을 하다가 디지털 카메라가 나온 바람에 직업을 잃었다고 했다.
가게를 정리하면서 아파트 상가 29동과 30동을 사서 아내와 자신의 소유로 세를 놨단다.
그동안 고생하고 내조한 아내에 대한 보답을 해준거라고.
안 사람은 손주들 키우고 당신은 택배 일로 하루 1-2만원씩 생활비를 벌어다 준다고 했다.
욕심 내지 않고 분수껏 사니 마음이 편하다는 소리도 덧붙였다.
"남편의 책임을 다하려고 애쓰시는 모습이 보기 좋고 그보다 일을 하시니 건강 하시잖아요."
노인입네하고 대접 받으러들고 자식들에게 생활비에 병원비 대라하고 허송세월 하는 노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교장 퇴임한 동료 하나는 산을 47억에 팔아서 가난한 형한테 10억 떼주고 여전히 택배 일해요."
"자녀분들은 많이 두셨어요?"
어머니가 물었다.
"손주가 다섯인데요. 아이구 말도 마세요. 딸년은 주식으로 알거지가 되어서 시집갈 때 2천만원 꿔갔어요.
한달에 50만원씩 갚겠다더니 이제 와서 각서 쓴 거 있냐고 해요."
아저씨가 일어서면서 어머니에게 당부했다.
"어르신도 집에만 계시지 말고 밖에 나가 운동도 하고 남자 친구도 만나세요. 스트레스와 병은 자기가 만드는 겁니다."
백수 바라보는 시대다.
죽기 전까지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아야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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