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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여행의 추억

702호 26일 스키폴 공항 노숙

멀리 가는 향기 2015. 9. 24. 23:26

여행 마지막 일정이다.

복잡한 마음으로 출발 했던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감개 무량이었다.

 

니스 꼬뛰따주르 공항에서  파리 드골 공항으로 가는 이지젯 영국 저가 항공에 탑승했다. (09:05 -10:40 도착예정)

이륙 전에 왼쪽 앞 날개에 이상이 있다는 방송이 있었다. 

정비를 해보고 가망이 없으면 다른 비행기를 운행할 거라 했다.

비행기 안에서 처분을 기다리다가  결국 내려서 대기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경유지 환승을 해야하는 승객들이 왔다갔다 설왕설래 했었다.

우리는  파리 드골 공항에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경유, 인천으로 들어 오기에  환승시간에 여유가 있었다.

다만,  파리에서 4시간 정도 시간이 있어서 파리  관광을 할 계획이 무산되는 거였다.

시간이 지체 되자 1인당 4.5파운드 바우처를 나눠 줬다.  라즈베리 타르트 빵 한 개 값이었다.

 

 

 

공항에서 무료하게 3시간을  기다리다 12시경에 탑승했는데,

파리 드골 공항에 도착 하기까지  제대로 정비가 되었는지 불안한 마음으로  1시간 반을 보냈다.

마음속으로 남편 수호천사에게 당신 딸 지켜주라고 여러 번 기도를 했다.

 

파리 드골 공항에서  면세점 들락거리며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

KLM 네델란드 국적기를 탔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까지 1시간 20여분 거리의 항로였다.

 

비행중에 갑자기 부기장이 안내방송을 했다.

 태풍권 영향으로 기상 악화가 되어 암스테르담으로 가지 못한다고 했다.

순간 승객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KLM 승무원들은 나이든 경력자들이었다. 그들은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처신을 했다. 

환승 때문에 걱정하는 승객들마다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스키폴 공항 사정도 마찬가지라  대부분의 항공기들이 지연이 되었을 것이다.

비행기를 놓쳤더라도 항공사에서 최대한 편리를 봐줄테니 걱정말라는 내용인 것 같았다.

 

그동안 타 본 항공기 중  KLM 여승무원들은 가장 체격이 크고 나이가 많은데다 노련했다.

서비스로 음료수와 간식을 써빙하며 승객들의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운 채  민첩하게 행동했는데 그녀들의 몸에 벤 친절은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부기장이 다시 안내 방송을 했다.

벨기에 가까운 공항에 착륙했다가  암스테르담에서 연락 오면 그때 운항을 하겠다는.

 

또 비행기 안에서 대기...... 그 사이  주유를 한다고 했다.

드디어 암스테르담에서 연락이 오고 밤늦게 스키폴 공항에 도착했으나.

 인천 공항으로 가는  에어프랑스를 놓쳤다. 

 

T2 트렌스퍼에서 상담을 하고 보딩페스를 받으라 했는데 우리 세 사람은 똑같이 G2로 알아듣고

왔다리 갔다리. 그러느라 뒷줄에 서게 되었다.

 

새벽 3시가 가까운 시각에 천 여명의 사람들이 공항 난민이 된 셈이다.

 

셀프 써비스로  황공권 선택하는 것도 에러가 나서 다시 줄을 서서 상담을 받게 되었다.

 

 

1600명이 비행기를 놓친 상황이다.

항공사 직원들은 일일이 응대를 하느라 목이 쉬어 목소리가 안 나오는지  연신 물을 마셔댔다.

우리는 다음날 저녁 9시 대한항공을 탈 것이냐,

 오전 11시 로마를 경유 인천으로 들어오는 알 이탈리아 항공을 타느냐를 놓고

오전에 출발하는 이탈리아 항공을 선택했다.

 

KLM에서 승객들이 묵을 공항 주변 호텔을 소개 해줬는데 1600여명을 다 소화 할 수는 없다 했다.

뒷줄에 선 우리는 공항 노숙자 신세가 되었다.

사실 천재지변이라 항공사 책임은 없었다.

그런데 KLM 임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새벽 시간까지 승객을 도왔다.

데스크 책임자인듯한 남자는 승객들 곁에서 의견에 귀기울이며 여기 저기 전화를 걸어 방안을 모색했다.

 

그가  나머지 백여명의 승객들이 공항 라운지에서 지낼 수 있도록 편리를 봐주겠다 했다.

그런데 세관 검색대 직원들이 통과를 시켜주지 않았다.

승객과 직원간에 실랑이가 있은 다음   그 임원이 여기저기 전화 통화 끝에 통과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보딩 패스를 받지 못했기에 트렌스퍼 구역에 남았다.

그때까지 쫄쫄 굶고 있다가 항공사에서 나눠준 30 유로로 간단한 요기를 한 시각이 새벽  5시였다.

젊은애들은 바닥에, 벤치에 드러누워 잠을 잤다.

우리는 카페 의자를 마주 놓고 발을 뻗고 앉아 잠을 청했는데  추위가 문제였다.

추위를 타는 나는 아름이 가죽 자켓을 입고 아름이 쫄바지로 목을 감쌌다. 

시린 종아리는 비닐 쇼핑 백 속에  집어 넣고 얼굴에는 비닐 백을 뒤집어 썼다.

비닐 봉지의 위력으로 추운 줄  모르고 1시간 반을 업어가도 모르게 푹 잤다.

아름이는 내게 옷을 다 내주고  벌벌 떠느라 잠도 못 잤을 것이다.

아름이가 나를 깨운 시각이 여섯시였다.

비닐 봉지를 뒤집어 쓰고 자는 모습을  한국사람이 보면 어쩌냐고 야단이었다.

나는 하나도 창피 하지 않았다. 내 몸 간수 못해서 감기라도 걸려 남에게 피해를 주면 그게 창피 한 거지.

 

 

아침에  보딩패스를 받고나서  트렌스퍼 구역의 승객편의시설을 찾아갔다.

안락 의자에 잠시 몸을 뉘었다가  KLM 항공사에서 준 세면도구로 세수를 했는데

남동생이 로션을 치약으로 잘 못 알고 사용했단다. 

마지막 날 로션치약 때문에 비위가 상하다고 웃겼다.

다음 날 오전 11시 로마행 알이탈리아 항공을 타고

 

 

 

로마공항을  경유

 

 

KLM 세면도구 가방에 들어있던 남성용 양말을 기내용 슬리퍼 대신 신고  인천공항에 닿았다.

 

남동생이  말했다.  누나는 공항 노숙도 작품 소재로 생각하고 즐기는 것 같다고.

맞는 말이다.  어차피 당한 일 몸이 피곤하다고 짜증내고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고 화를 내는 건 미련한 짓이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는 처신을 하고 적응을 하면 되는  것이다.

모든 경험은 자산이다. 그것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행기를 연재하는 동안 , 나중에 그 코스를 돌아보겠다고 스크렙 해두신 분들이 계셔서 나름 성의를 보였습니다.

아이들 어려서. 직장 때문에. 형편이 여의치 않아 지금 당장 떠나지 못하더라도  저 처럼 나이들어서 떠날 수 있으니까

그동안 정보를 많이 챙겨 두십시요.  해외 여행은 준비 없이 훌쩍 떠났다가는 큰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일정표 꼼꼼이 짜도 현지에서 차질이 생기는데 무작정 떠나는 건 숙식부터 곤란을 겪게 됩니다.

언젠가 떠날 여행을 위해 지금부터 운동 시작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