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손위 누님인 임실 고모님은 우리 아버지를 끔찍히 여기셨다.
그도 그럴것이 양친부모님을 일찍 여의어서 의지가지 없는 남매는 우애가 깊었다.
아버지와 임실 고모님은 인물도 체격도 엇비슷하셨다.
고향에선 법 없이 살 양반들로 호가 나셨다.
아버지에게 어머니이자 누님이었던 고모님은 나를 유독 귀애하셨다.
남동생만 넷을 터 판 내가 아버지를 닮았다고 그리 하신 것 같다.
나 또한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무덤덤한 어머니 보다는 다정한 고모를 더 따랐다.
고모님은 음식솜씨가 얌전하셔서 마을에 경사가 있으면 과방에서 상괴는 일을 하셨다.
나는 고모님이 음식을 정갈하게 담아 상에 올리는 손놀림을 먼 발치서 지켜 보곤 했었다.
어린 마음에도 정성 담은 그 손길이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다.
작년 이 맘때 불현듯 고모님 그 솜씨가 생각이 나서 처음으로 가죽나무 부각을 만들어 보았다.
가죽나무 부각
가죽나무순에 찹쌀풀 옷을 입혀 말린다음 튀겨내는 별미. 독특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남도 음식.
1. 햇볕이 좋은 날 어린 가죽나무 잎을 씻어 말린다.
2 미지근한 물에 불린 찹쌀을 믹스기에 넣고 간다.
간찹쌀을 나무주걱으로 저어 풀을 쑤어낸 후 식힌다.
3 부각 재료에 찹쌀풀을 발라, 쟁반에 비닐랩을 깔아 말린다.
이 때 가죽부각이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여러 차례 떼어주기를 반복한다.
부각재료가 꾸덕꾸덕 마르면 부각을 서로 겹치지 않게 채반에 널어 완전히 말린다.
4 튀김용 기름으로 튀기는데 기름에 넣자마자 찹쌀풀이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체에 담근 채 튀겨 바로 꺼낸다.
음식은 정성이다.
나이들어 생각나는 음식은 어려서 먹던 추억의 맛이다.
요즘 아이들이 나이들면 어머니의 손맛을 추억 하는 게 아니라
마트에서 사온 인스턴트 식품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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