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 ,
이가을 선생님이 분당 서울대 병원 검진 끝내고 동대문 종합시장에 가고싶다셨다.
그날 일산에서 강연이 있어 일 끝내고 동대문 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선생님과 점심 먹고 종합시장 5층으로 가서 천을 골랐다.
미로 같은 상점들 사이에서 선생님 혼자 단골 가게 찾기가 쉽지 않다.
선생님은 캐나다에서 손녀 올리비아기 온다고 선물을 만들 케릭터 천을 고르셨다.
나는 서울시 문화상 시상식에 가야해서 선생님 혼자 더 둘러 보시라 하고 지하철 역으로 출발했다.
이주영 선생이 관여하는 단체의 집행부 요직들이 모였다.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는 서울시 문화상은 (선거법 위반이라서) 상금이 없다고 한다.
아이들 말마따나 '헐' 이다.
남편의 로드메니저 역할을 하는 아내. 그녀는 남편의 발이 되어 전국을 누빈다.
2011년 창원 세계아동문학 축전 때 인연으로 북유럽 2014 ,캐나다 미국 2016 여행 맴버가 되었다.
일정대로 군말 없이 따라다니며 음식투정 없이 짐꾼으로 보디가드로 설거지로 일행을 돕던 그,
3주 가까이 여행을 하는 동안 야간 열차에서 크루즈 이층 침대칸에서 동숙도 했었다.
눈치가 빨라 남자 같지 않게 편한 남자 . 여행 멤버로 Good Man 이다.
그는 1979년 초임교사 시절부터 서울 양서 협동조합 어린이 독서 담당 이사가 되어
1980년 어린이 도서 연구회를 만들고 40여년 독서문화 운동을 했다.
동화 읽는 어른 모임, 마을 어린이 도서관, 좋은 어린이책 독서 문학 답사, 동시 동화로 만드는 노래 연극 영화 등
어린이 문화 예술 활동을 이끌어 왔다.
그의 아내 혜숙씨가 시어머니께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이 선생이 초등 학교 시절, 방해 받지 않고 책을 읽으려고 나무에 올라갔다고 한다.
어머니가 밥 먹으라고 부르는 데도 나무에서 내려 오지 않았다고.
한창 먹성 좋을 때 밥 보다 책이 좋았던 그가 지금까지 읽은 책은 아마도 도서관 장서 분량이 될거다.
그는 늘 책을 들고 다닌다.
길거리 가드 레일에 기대서도 읽고 여행 중에 우리가 짐을 맡기고 돌아다니는 동안에도 읽는다.
그가 케나다 & 미국 여행때 가방에 넣어온 책을 잠 못드는 밤 돌려 읽었다.
배유안은 일찌감치 떡실신.
헤숙씨와 나는 3일 째 불면으로 고생하다가 불을 켜고 책을 보기로 했다.
그 바람에 배유안까지 일어나서 주경야독.
내가 '공인 중계사 시험 공부하는 사람들 같다'고 하자 혜숙씨가 사진을 찍으며 웃음보를 터트렸다.
그는 암 수술 직후 우리와 북유럽 여행을 했었다. 내 우려와 달리 그는 뚜벅이 여행 일정을 잘 견뎌냈다.
교직에서 정년퇴임을 한 그는 어린이 도서 연구회 자문위원 ,국립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 자문위원,
한국도서관친구들 명예회장,한국어린이문학 협의회장 직책 때문에 내가 축사 전문이라고 농을 할 정도로 일이 많다.
암치료 중에도 바삐 움직였다.
그가 암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하고싶은 일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편집자이자 서점 경영자였던 앙리바이에르는 1904년에 이런 말을 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책은 자신의 냉정한 적들을 만나게 되었다.
적들은 책을 공격하고 있지만 책은 어쩔 수가 없다.
책은 자신을 헐뜯는 적들을 특별히 대항할 방법이 없다.
이미 책에게 불행이 찾아 왔고 앞으로 더 많은 불행이 생겨날 것이다."
그동안 책은 사람들을 들판으로 내몰던 자전거라는 적을 만났고,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와 대적했었다.
오늘날 인터넷이라는 최강의 적을 만났다.
초등학교에 가보면 같은 주제로 강의를 하는데 도시와 시골아이들의 이해력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걸 알 수있다.
금수저로 태어난 아이들은 그나마 책을 읽는데 먹고살기 바쁜 부모를 만난 아이들은 책과 담을 쌓는 실정이다.
이주영은 교사였기에 그 점을 가슴아프게 여겼고 초임시절부터 독서운동에 앞장 선 것이다.
독서운동으로 청춘을 보낸 그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동행을 하니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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